만추나복(晩秋蘿蔔)
만추옥전나복채晩秋屋田蘿蔔菜
백근복경무성대白根僕脛茂盛大
금년채소풍년농今年菜蔬豊年農
삼동반찬무수려三冬飯饌無愁慮
<和翁>
늦가을 옥상 텃밭에 무 채소가
하얀 뿌리가 마당쇠 장딴지만큼 컸네그려!
금년 채소는 대풍년 농사인지라
삼동 석달 반찬은 근심 걱정이 없네, 그려!
한달전까지는 손자놈 팔뚝만 하던 옥상 텃밭 무가 10월 중순이 되자 마당쇠 장딴지만큼 컷다. 농사를 짓다 보면 천지조화옹의 위대함을 몸소 느낀다. 사람이 하는 일은 파종하고 김매주고 밑거름 주고 매일 아침 물 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심어놓은 곡물이나 채소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천지조화의 기운으로 자라고 커서 수확의 기쁨을 주니 말이다. 올해는 배추나 무, 값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추 한 포기 값이 2만원이라고 야단들이다. 가을 채소 값이 오르면 월동 김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부자들은 걱정이 없지만 일반 서민들은 근심 걱정이 태산이다. 며칠 전에 아는 아낙네 분들이 화옹의 옥상 텃밭 배추 무 채소밭을 구경하고 감탄에 감탄이 연발이다. 배추는 클 대로 커서 땅이 보이지 않을 만큼 텃밭을 꽉 메워 채워서 크고, 하얀 무는 속살을 드러내고 마당쇠 장딴지 크기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감탄에 부러움 마음을 연달아 말한다. 집에 돌아가면 화분에라도 내년부터는 심어보겠단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다. 도시 옥상을 건물마다 채소밭으로 활용을 하면 일석삼조(一石三鳥) 아니 일석십조(一石十鳥)의 효용 가치가 있다. 화옹은 25년 전에 집을 지을 때부터 옥상 텃밭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채소 농사는 자급자족(自給自足)이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는 옥상 텃밭에 썩혀서 퇴비로 쓰기 때문에 음식물 내지 않기 제로 운동이다. 농약도 전혀 쓰지 않는 자연순환식(自然循環式) 유기농사(有機農事)다. 가족들이 먹는 채소인 만큼 무농약(無農藥) 안심 먹거리 농사이다.
옥상 텃밭을 가꾸다 보면 첫째가 부지런해진다. 매일, 아침마다 심어놓은 곡식과 채소 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 김도 매주고 보살피다 보면 계절의 순환하는 절기를 알게 되고 어느 때 어떤 계절에 무슨 곡식이나 채소를 심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텃밭 일을 가꾸다 보면 철을 알게 되고, 철을 알게 되면 철이 몸에 자연스럽게 밴다. 자연과 인간은 떼려야, 땔 수가 없는 유기적(有機的) 관계(關係)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옛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철없다 했다. 세상 세월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것을 일컫는 말이 철없다, 이다. 텃밭 농사를 짓다 보면 사람이 인내심이 길러지고 순박해진다.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연 속에 인간 생활이라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모든 사물은 그 사물 나름대로 이치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이치를 알게 되면 자연 생물에 대한 생명의 존엄성을 알게 되어서 경외심(敬畏心)을 갖고 오만해지지 않는다. 도시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보니, 정서적으로 삭막한 감정에 우울증이 오기 쉽다. 그런데 옥상 텃밭을 가꾸다 보면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갖가지 꽃도 심고 보면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이 나서 고향 시골의 풍광을 도시 건물 속에서도 만끽할 수가 있어서 더욱 좋다. 옥상 텃밭 한가운데에 정자를 지어놓으면 금상첨화다. 화옹은 옥상 텃밭 한가운데 심우정자(尋牛亭子)를 지었다. 정자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음식을 먹던지, 대화를, 하던지 모임의 화합 장이 되어서 좋다. 이렇게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옥상 텃밭을 가꾸면 생활의 유익함이 너무나 많다. 얼벗님들! 만추 환절기에 독감 감기 조심들 하십시오. 건강이 최고입니다. 무 농사 단상입니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