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벌(必罰)
죄 있는 자는 반드시 벌(罰)을 줌. 반드시 처벌(處罰)함을 말한다.
必 : 반드시 필(心/1)
罰 : 벌할 벌(罒/9)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를 완성한 한비자(韓非子)는 군주의 벌(罰) 집행에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국가 지도자의 바람직한 형벌 운용의 지혜를 구해보자.
한비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주장했다. 군주의 통치술 7개 항목 중 두 번째가 바로 필벌(必罰)이었다.
가벼운 죄를 무겁게 벌하면 가벼운 죄가 없게 되고, 무거운 죄를 저지르는 자도 나오지 않게 된다는 얘기였다. 형벌로써 형벌을 없애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상(內儲說上)편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초나라 남쪽 땅 여수(麗水)에서 금(金)이 나오자 많은 이들이 몰래 금을 채취했다.
불법 채취가 기승을 부리자 왕은 금령을 내려 걸리면 즉시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시체가 냇물을 메웠는데도 불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壅離其水也, 而人竊金不止).
한비자는 그 이유를 나만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간파했다. 법령을 어겼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必罰)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에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평생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가 형벌 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다. 벌 못지 않게 상(賞)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무릇 상벌의 도는 예리한 무기와 같다(夫賞罰之爲道, 利器也)는 시각이었다.
내저설상편에는 이런 일화도 등장한다. 월(越)나라 왕이 오(吳)나라 침공에 앞서 대부 문종(文種)에게 이길 방법을 물었다.
문종이 답하길 “후한 상과 엄격한 벌을 내리면 가능하다”며 “궁궐에 불을 질러 보면 상벌의 위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왕은 불을 지르고 ‘불을 끄다 죽으면 적과 같이 싸우다 죽은 자와 같이 상을 줄 것이요, 불을 끄지 않은 사람은 적에게 항복한 자와 같이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포고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몸에 진흙을 바른 채 달려들어 진화에 나섰다. ‘상벌은 예리한 무기다’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법 집행의 엄격함을 강조한 한비자도 벌은 상과 적절히 운용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대통령 광복절 특사가 있을 예정이다. 경제인 포함 여부가 관심이다. 이번 특사에서도 그 운용의 묘가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필욕감심(必欲甘心),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삼십 년 뒤에는 반드시 인仁이 된다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 등에 쓰인다.
▶️ 罰(벌할 벌)은 ❶회의문자로 罚(벌)은 간자(簡字), 罸(벌)은 동자(同字)이다. 그물망머리(罒=网, 罓; 그물)部와 (현, 견; 큰소리로 꾸짖다)의 합자(合字)이다. 잡아서 말로 꾸짖고, 칼로 끊다의 뜻으로, 벌을 주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罰자는 '벌하다'나 '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罰자는 网(그물 망)자와 言(말씀 언)자,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罰자는 한 글자씩 해석해야 본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网자는 그물을 그린 것으로 여기에서는 '(죄인을)잡다'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言(말씀 언)자는 '말'을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꾸짖다'로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刀(칼 도)자는 '형벌'이라는 의미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罰자는 '죄인을 잡아(网) 꾸짖고(言) 형벌을 내린다(刀)'란 뜻이다. 그래서 罰(벌)은 (1)죄(罪)를 지은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어서 징계(懲戒)하고 억누르는 일. 형벌(刑罰) (2)행위(行爲)의 금지(禁止), 습관(習慣)의 파기(破棄) 등을 목적으로 생체(生體)에 부여(附與)된 불쾌한 자극(刺戟) 등의 뜻으로 ①벌하다(罰--) ②벌주다(罰--) ③벌(罰) ④죄(罪)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형벌 형(刑),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상줄 상(賞)이다. 용례로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서 벌로서 받는 돈 또는 규약 위반에 대한 제재로 받는 돈을 벌금(罰金),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잘못한 것에 대해 벌로 따지는 점수를 벌점(罰點), 교도소 안의 규칙을 어긴 수형자를 벌 주려고 따로 마련한 감방을 벌방(罰房), 놀이판 등에서 약속이나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 벌로 먹이는 술을 벌배(罰杯), 벌로서 억지로 먹이는 물을 벌수(罰水), 노름판 따위에서 약속을 어기거나 규칙을 어겨 벌로 내는 돈을 벌전(罰錢), 벌로 먹이는 술을 벌주(罰酒), 조그마한 죄를 꾸짖어서 가볍게 벌함을 벌책(罰責), 술자리에서 주령을 어긴 사람에게 벌로 주는 술잔을 벌작(罰爵), 벌 받은 사람의 이름을 올려 놓은 문서를 벌적(罰籍), 새로 부임한 관원이 선임 관원들에게 한 턱을 내는 일을 벌례(罰禮), 죄를 저지른 데 대한 벌로 죄상을 써 붙이는 방을 벌방(罰榜), 죄나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한 벌로 시키는 노역을 벌역(罰役),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한 벌로 베푸는 잔치를 벌연(罰宴), 정해진 액수의 돈을 내고 죄의 사함을 받음을 벌환(罰鍰), 형벌에 처함 또는 위법 행위에 대하여 고통을 줌을 처벌(處罰), 죄지은 사람에게 주는 벌을 형벌(刑罰), 옳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함 또는 그 제재를 징벌(懲罰), 엄한 벌이나 엄하게 벌을 줌을 엄벌(嚴罰), 상과 벌을 일컫는 말을 상벌(賞罰), 하늘이 내리는 형벌을 천벌(天罰), 형벌을 결정함을 결벌(決罰), 중한 형벌이나 무거운 징벌을 중벌(重罰), 발굼치를 베는 형벌을 비벌(剕罰), 허물을 꾸짖어 처벌함을 견벌(譴罰), 벌을 면함을 면벌(免罰), 사리에 맞지 않은 일을 신불에게 빌다가 도리어 받는 벌을 역벌(逆罰), 지옥에서 받는 영원한 벌을 영벌(永罰), 몸에 고통을 주는 벌을 체벌(體罰), 벌을 풀어 줌을 해벌(解罰), 함부로 벌함 또는 그 일을 난벌(亂罰), 이유 없이 함부로 벌주는 일을 남벌(濫罰), 소죄나 사함을 받은 대죄에 대하여 이 세상에서나 연옥에서 받는 벌을 잠벌(暫罰), 상으로 벼슬자리를 올림 또는 벌로 벼슬자리를 낮춤을 척벌(陟罰),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벌을 초벌(楚罰), 형벌을 적용함을 용벌(用罰),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벌을 적벌(積罰), 하늘에서 벌을 내림을 강벌(降罰), 벌을 받음을 수벌(受罰), 벌을 줌이나 벌을 가함을 시벌(施罰), 신이 내리는 벌을 신벌(神罰),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이를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도록 징계하기 위하여 주는 벌을 책벌(責罰), 일이 끝난 뒤 후추에 벌함을 추벌(追罰), 죄 있는 자는 반드시 벌을 줌을 필벌(必罰), 하늘이 내리는 벌을 앙벌(殃罰), 벌을 받음을 일컫는 말을 피벌(被罰),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 벌함 또는 그 벌을 달벌(撻罰), 벌로서 매를 치는 일을 장벌(杖罰), 죄를 저지른 사람을 꾸짖어서 벌을 줌을 주벌(誅罰), 무능한 사람을 내쫓고 벌을 줌을 출벌(黜罰), 죄를 지은 부녀자에게 속옷만 입혀 놓고 물볼기를 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단의결벌(單衣決罰), 죄는 같은데 그에 대한 형벌은 다름을 일컫는 말을 죄동벌이(罪同罰異), 형의 선고에 있어서 그 형을 가중하는 처벌을 일컫는 말을 가중처벌(加重處罰),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상을 줄 만한 훈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벌할 죄과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으로 상벌을 공정 엄중히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신상필벌(信賞必罰), 부들 채찍의 벌이라는 뜻으로 형식만 있고 실지는 없어 욕만 보이자는 벌 곧 너그러운 정치를 이르는 말을 포편지벌(蒲鞭之罰), 착한 사람은 칭찬하고 악한 사람은 벌함을 일컫는 말을 상선벌악(賞善罰惡), 죄는 크고 무거운 데 비하여 형벌은 가볍다는 뜻으로 형벌이 불공정함을 이르는 말을 죄중벌경(罪重罰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