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큰 민물고기… 물 밖에서도 24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대요
피라루쿠
▲ 다 자란 몸길이가 4.5m에 이르는 피라루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에 드는 민물고기예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남미 국가 볼리비아가 외래종 물고기 피라루쿠 처치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대요. 1970년대 큰 홍수가 났을 때 브라질과 페루에서 흘러들어 온 뒤 볼리비아 강에 정착해 토종 물고기의 천적이 됐지만, 식용으로도 인기가 있어서 어민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 있거든요.
피라루쿠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물고기 중 하나랍니다. 다 자란 몸길이가 무려 4.5m에 달하죠. 아마존 강 유역과 주변 호수, 늪지대 등에 살아요. 피라루쿠는 브라질 원주민 부족인 투피족 말로 '붉은 물고기'라는 뜻이래요. 다 자라면 비늘과 꼬리가 불그스름해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아라파이마', '파이체'라고도 불러요.
피라루쿠는 여느 민물고기와 비교해 몸집이 월등히 크고 생김새도 달라요. 머리는 넓고 평평하고 입이 위쪽을 향해 있어요. 아가미로 물속에서 숨을 쉬는 많은 물고기와 달리 피라루쿠는 육상 동물처럼 공기 호흡도 합니다. 15~20분에 한 번씩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는데, 이때 공기주머니 부레가 육상 동물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한대요. 피라루쿠가 수면에서 공기 호흡을 할 때는 마치 기침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크대요. 이렇게 공기 호흡을 할 수 있으면, 물속 산소가 부족하거나 가뭄으로 물이 말라 들어갈 때도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죠. 실제로 피라루쿠는 물 밖에서도 24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대요.
피라루쿠는 덩치에 걸맞은 무서운 사냥꾼이기도 해요.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데, 입 근처에 가까이 왔을 때 진공청소기처럼 순식간에 입속으로 빨아들이죠. 물 밖으로 솟구쳐 나와서 나뭇가지에 있던 새·도마뱀·원숭이 등을 낚아채기도 한답니다.
아마존 강 일대는 비가 쏟아져 물이 넘쳐나는 우기와 비가 오지 않아 수위가 확 내려가는 건기 사이에 차이가 확연해요. 피라루쿠는 이 계절 변화에 맞춰 번식을 한답니다. 건기가 한창인 2~3월, 강바닥에 길이 70㎝, 깊이 25㎝ 정도 구덩이를 파고 여러 차례에 걸쳐 알을 수천~수만 개 낳아요. 알은 우기가 시작되는 10~11월에 부화하죠. 물이 풍부해 먹잇감을 구하기 쉬워지는 시점에 맞춰 새끼 물고기들이 세상에 나오는 거예요. 새끼를 돌보는 건 수컷 몫이랍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위험이 닥치거나,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컷은 새끼들을 자신의 입으로 불러들여 보호한답니다.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의 소중한 양식이었던 피라루쿠는 '아마존의 대구'라고도 불려요. 서양에서는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린 뒤 요리하는데, 아마존 일부 지역의 원주민도 피라루쿠 고기를 소금에 절인 뒤 그늘진 곳에서 보관한대요. 피라루쿠 비늘도 인기가 있어요. 비늘은 아주 단단한데 보석 원료로 쓰이고, 구둣주걱이나 빗을 만드는 재료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피라루쿠를 마구 잡아들이는 일이 발생하자, 브라질 정부는 야생에서 피라루쿠 낚시를 금지했죠.
도움말=코엑스 아쿠아리움 전시자원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