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부천)에 가면 매양 느끼는 거지만,
한국 소설시장은 일본이 완전 점령했더군요.
중고시장에 몇 부씩 같은 소설이 쏟아져 나올 정도면
얼마나 팔렸다는 건지...
한국은 아직도 순수니, 대중이니 이런 20년대 엄숙주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뭔가 씁쓸하네요.
2013년 이상문학상 받은 작품이 김애란 작가의 '침묵의 미래'란 단편인데,
읽다가 쌍팔년대에나 나올 법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언어의 사멸이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본질적 문제 운운하는 선정 이유도 그렇지만,
대체 언어의 사멸 운운할 정도의 사회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이건 뭐 강단에서 가르치기 위해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쓴 소설도 아니고..
그건 그거고, 손때 하나 타지 않은
미야베 미유키의 <마술은 속삭인다>라는 책이 보이길래 후딱 집어들었습니다.
또 하나 최근에 나오는 한국 소설들은 일단 제목들이 발랄하네요.
일본 쪽 영향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최근에 무슨 문학상 받은 소설들 제목들이 참 명랑해요. ㅎㅎ
유럽 쪽에서 팔려나온 소설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유독 유명한 작가들이더군요.
포르투칼의 코엘류, 프랑스의 아멜리 노통브나 베르베르,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 등의
소설이 많더군요.
그에 반해 영미 쪽은 추리소설이 대부분이구요.
가끔 2천 원 코너에 가면 알짜배기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말로 득템의 기쁨, 2천 원짜리 짜장면 먹다가
주인장의 실수로 넣게 된 돼지고기 한 점을 발견하는 기분이 들죠.
오늘 거기서 건진 건 <앵무새의 정리1,2,3>이었습니다.
추리 형식을 빌어 수학사를 정리한 책인데, 천 원이라고 붙어 있더군요.
수지 맞았습니다.
더불어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스탠포드 나왔다는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도 샀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큰 기쁨은
이진경의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이란 책을 구한 데 있습니다.
사실 이 책하고 같은 저자가 쓴 <수학의 몽상>이란 책을 사러 갔다가
나머지 책들을 사게 된 경우요.
<상식..> 저 책은 진짜 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정말 좋은 책 중의 하나죠.
예전에 저거 팔아먹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절판에다가, 중고서점에도 없는 책인데 무려 1700원에 팔더군요.
서양 철학 입문서로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어 보여요, 제게는.
참 두서 없네요. ㅎㅎ
첫댓글 제게는 어려운 책들을 보시는군요 ㅎㅎ
알라딘 중고서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참 복잡합니다. 길게 보면 안 좋은 게 분명한데, 눈앞의 사정이 뻔한지라 마냥 외면할 수도 없고. // 얼마전까지 제 딸내미가 부천 알라딘을 가끔 이용하곤 했죠. 집에 있는 책 몇 권 가져가서 팔고, 그 돈으로 머리핀 사고...^^;
이진경이란 이름...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내용 중에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애란 작가의 <침묵의 미래>란 단편을 언급했는데, 제 경험에 의하면 그 해 상을 받는 게 그 해의 소설이 좋아서 준다기보다는 그동안 꾸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써왔기에 준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2013)인 하성란 작가의 <카레 온 더 보더>도 식당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과거를 몇 번 휘젓고, 식당을 나오면서 동행자인 오래된 연인(?)에게 욕 한 번 하는 걸로 끝나잖아요. 일반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의 경우 일종의 번호표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죠. 아무래도...
우리동네 자장면엔 원래 돼지고기 들어있는뎁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