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55)이 미국 민주당을 겨냥해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 없는 고양이 여인들(childless cat ladies)"이라고 공격한 공화당 대선 부통령 후보 JD 밴스를 공개 저격했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1990년대 인기 TV 시리즈 '프렌즈'의 스타인 애니스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15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밴스를 지명한 이후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되는 2021년 인터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난 정말로 미국 부통령이 될 수 있는 이로부터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밴스 씨, 당신 딸이 언젠가 스스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운이 좋기를 기도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밴스 후보는 두 살짜리 딸과 두 아들을 뒀다.
애니스톤은 이어 "그 딸이 두 번째 선택으로 체외 수정(IVF)에 관심을 갖지 않길 바란다" 면서 "당신도 그녀로부터 아이를 빼앗으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애니스톤은 이전에도 IVF를 통해 아이를 가지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공개적으로 얘기한 일이 있었다. 밴스 후보는 지난달 미국 전역에서 IVF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민주당 제안 법안에 반대 표를 던졌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친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두 자녀를 입양해 기르고 있던 더그 엠호프와 2014년 결혼해 새 가정을 꾸렸다. 미국에서는 이런 가정을 '혼합 가족'(blended family)이라 한다.
밴스의 문제 발언은 폭스 뉴스의 유명한 보수 진행자 터커 칼슨과의 대담 중에 나왔다. 그는 미국이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 없는 고양이 여인 무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그들이 한 선택들 때문에 이 나라의 나머지마저 역시 비참하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밴스는 이어 "카멀라 해리스, 피트 부티지지,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봐라. 민주당의 미래 전체가 아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우리가 진짜 직접적인 지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 조국을 넘겨줬다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의붓딸 엘라 엠호프(25)도 이날 밴스의 발언에 대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트를 통해 “콜과 나처럼 귀여운 꼬마들이 있는데도 어떻게 '아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는 전 부인 커스틴 엠호프와 함께 엘라와 콜(29)를 입양해 길렀다.
BBC는 트럼프-밴스 선거 캠프에 코멘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역시 주 초반 밴스의 문제 발언과 관련, 동성 남편 채스튼과 함께 쌍둥이를 입양한 데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CNN의 '더 소스'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정말로 슬픈 일은 채스튼과 내가 입양 여정을 통해 정말 가슴 아픈 실패를 이겨낸 뒤에 그가 그런 발언을 내놓았던 것"이라며 "그는 그런 일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에 대해 얘기하면 안되는 것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아이 없이 고양이 세 마리만 키우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로부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영국 작가 케이틀린 모란은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이 없는 캣 레이디들'의 지도자가 테일러 스위프트인데 한 표가 절실한 누군가가 아이 없는 캣 레이디들에 쿵짝을 맞추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적었다.
다른 X 이용자는 스위프트가 고양이 한 마리와 포즈를 취한 잡지 타임 커버 사진을 공유하며 "아직 어떤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한 아이 없는 캣 레이디에게 '지옥에는 분노도 없다'(Hell hath no fury)"고 적었다. 사실 앞의 영어 문장은 2021년 미국의 B급 전쟁액션 영화 제목이다.
애니스톤은 2022년 Allure 매체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에게 난자를 냉동시키라고 말해주길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내겐 아이 만드는 길이 상당한 부담이 됐다. 몇년이고 오랜 세월 알아보는데 진짜 힘들었다. 난 IVF도 해봤다. 중국 차를 마시며, 이젠 당신이 말해봐."
그러나 그녀는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누군가가 내게 '난자를 얼려,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했더라면 난 뭐든지 줬을 것이다. 당신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해서 내가 오늘 여기에 나온 것이다. (어쨌든) 그 배는 나아가고 있다."
낙태와 여성의 건강, 생식권 등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2년 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 주제가 경합주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호재로 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가급적 공개 언급하는 일을 피하고 있는데 밴스 의원의 발언이 불씨를 제공할까 불안해 한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민주당 캠프에서 이 불씨를 그냥 넘길 리가 없을 것이다.
한편 밴스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어떤 가정 환경에서 자라 예일대 법대를 졸업했고, 미국의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이른바 '러스트 밸리'(영화에서는 '애팔래치안'으로 표현)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이 왜 트럼프 현상에 열광했는지,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왜 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어 소개한다. 2020년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하고 글렌 클로즈, 제이미 애덤스, 게이브리얼 배소가 주연한 '힐빌리의 노래'다. 미국 공화당의 현재를 알아보는 데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