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일요일 하루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이라 어제 술이 좀 과해,
아침에 일어나니 눈두덩이 부어 있었고 머리가 띵하고 어릿어릿하다.
마눌이 하는 말 '고것 봐요, 술 좀 작작 하랬더니...
당신, 나이를 생각해요, 나이를 좀.. 당신 70에요. 70...
옛날 같으면 벌써 땅속에 있었을 텐데, 세상 참 좋아졌지..'한다.
아침은 고교 후배가 떨어지지 않게 보내주는
집에서 직접 만든 누룽지를 끓여주어 먹고는, 또 쇼파에 누었다.
마눌은 성당, 레지오 활동 가고, TV리모컨만 눌러대니
리모컨도 열을 받았는지 오늘 최고 30도란다. 30도?
이후배는 매년 시골 농장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로 김치와 깍뚜기를 보내준다.
보내주는 김장 김치를 거절할 수가 없어,
10년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텅 빈 집에 혼자 오래 앉아 있자니, 등짝이 뻣뻣해 왔다.
쇼파에 누었다.
나는 늘 누어있기를 좋아 했다.
'누어 있으면 척추에 무리가 덜 갈것 같애서...'
손주놈들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찜질방에가자고 하니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한다.
오늘따라 친구놈중에 전화하는놈 한놈도없고,,,
할수없이 리모컨을 돌리니 지난 연속극이나
젊은이들이 들고 뛰며 떠드는
이해 못할 개콘등, 구미에 안 맞는 것만,,,,
낮에 하는 지상파 방송<3방>은 구미에 안 맞아,
여타방송을 보느라 연상 리모컨을 눌러댔다.
웬 놈의 방송이 그리도 많은지...
또 죽는 넘이 그리도 많은지...
이O재, 손X수가 나오는 보험, 상조회사 광고가 쉴 사이 없이 반복된다.
짜증이 났다.
화장품이며. 화려 등산복 아웃도아, 칼, 먹으면 기미가 없어진다는 기능성 식품,
안 눌러 붙는다는 후라이펜,
한번 머리감으면 한 달간 염색을 안 해도 된다는 염색 샴푸. 등등
좁은 화면이 온통 대형 백화점을 능가케 하고 있었다.
왜들 그렇게 말은 빨리하며,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살 것 같이 급하게 들 부추겨 대는지...
얼굴만 좀 알려지면 너도 나도 홈쇼핑에 뛰어든다.
그들은 좋겠다, 밑천 안들이고 돈 벌어서...
나는 안 사지만... 그것 보는 것도 질력이 나,
내가 하는 방식으로 화분에 물을 주어 보았다.
그래도 시간이 안 간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았다. 토마토며 참외. 오래되 겉이 검은색의 바나나가 있었다.
하나씩 꺼내 먹어 보았다. 바나나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속이 물컹물컹 하다.
그래도 이것을 마눌한테 말 하면 혼난다
마누라칭찬 들어 보려고 청소기를 들고 이리저리 다녀 보았다.
아무리 해도 시간이 안 간다.
.
TV를 또 켰다. 종편방송이다. 북한의 특사 최해룡이 시진핑을 만났다는 이야기,
安 누가 신당을 만든다는데 시들해지겠다는 이야기, 개성공단 이야기,
아베의 망언과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가서 기자회견하는 이야기 등등...
늘 그 사람, 그 소리다. 시들하다.
'모처럼 집에 있으니 이렇게 무료하고 심심한가?.......
은퇴 백수들은 어떻게 살까?,,,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 한 놈은 여친을 사겨, 잘도 다닌 다는데...
에라, 모르겠다, 탄천에나 가자...
저녁시간이 되었다. 마눌에게 따르릉...
'집에 들어 왔어?'
"나 여기.."
'어디..'
"O주 설농탕집, 나와, 저녁 사줄게...'
실은 수육에 소주 한잔 하고 싶어서다...
집에 들어와 샤워를 기분좋게 하고는 쇼파에 들어누어 TV보다 잠이 들고 말았다.
누가 흔든다. '여봐요, 당신 방에 들어가 자요.'
시계를 보니, 밤 12시 반이다.
첫댓글 이 또한 한 과정입니다. 여기를 마스터 하면~~~
아직 회장님은 다행히 이과정 마스터 할 시기가 아니니까, 하루로 족하시기 바랍니다.
술묵고, 마시고 하룻밤만 자도 아침에는 후다닥 일어 났는데, 요즘은 그리 아니되옵니다.
어쩝니까, 부인 말씀대로 일흔 일흔입니다, 칠십이라구요~~~
마누라님들의 말씀은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일례로 나 오늘 피곤해서 일찍잘께 하면 설거지 해달라는 이야기 입니다
레지오! 여간 열성적이 아니면 가입도 안 되고 또 가입했어도 개근하지 않으면 바로 퇴출되는 정예 신심단체! 그대의 성공은, (비로소, 수수께끼가 풀리는군), 오로지 제수씨 기도 덕택임을 명심하고 항상 업고 다닐 것!
바쁜 하루를 즐기셨군요, 백수 체험이지만. 심심할때 전화 주세요 도우미가 되어 드리죠.
어쩌면 내 심정과 같을가?홍 회장 훌륭한 작가여!!!!
무료하고 지루한 하루 일상을 어쩜 이렇게도 공감가게 잘 적으셨을까....
난 남자가 아니지만 우리 집에 그런 남자가 하나 있걸랑요 ㅎㅎㅎㅎ
하루 잘 쉬셨구먼요.... 그래야 월욜부터 또 일을 하시지요...
마눌님,,, 참으로 현명하시다... 남편을 편안하게 쉬게 해 드리니 말입니다..ㅎㅎㅎㅎㅎ
"마눌" 또는 "마눌님"! 정감이 뚝뚝 흐르는 표현! 신조어로 통용시킬 만!
얼마전 홍회장이 전화를 주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 했단다. 고맙고 고마웠다. 늘 바쁜 홍회장 하루 혼자서 좀이 쑤시는 모습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