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22일째) 화요일
아침에 숙소를 둘러보니 숙소 구석구석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2층 계단의 화려하고도 강렬한 색상 뿐 아니라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소품이 눈길을 끌었는데,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생각도 없이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문수사는 숙소에서 걸어가면 30분 정도라고 해서 가까운 줄 알았는데 택시 타고 가 보니 제법 걸린다.
더운 날씨에 걸어 왔으면 엄청 힘들 뻔 했다.
문수사는 1400여년 전통의 선종 불교 사찰로 남북조 시대 창건되었는데, 여행 내내 티베트사원만 봐 왔던 나에게 신선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문수사에 대한 나의 느낌은 한마디로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사원이었는데, 사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서예글씨와 그림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기둥에 새겨진 글씨와 아름답고 정교한 문살,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을 머리에 인 멋진 기와지붕으로 인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찾아간 날이 법회 기간(14일부터 17일)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가보니 부처님께 공양할 쌀을 사기 위해서였다.
절의 큰 행사답게 사람들은 많았으나 차분한 분위기라 우리는 편안하게 절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문수사에 있는 서예글씨만 배워도 평생 배울 글씨는 다 배울 정도로 대단한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조금 전까지 스님들이 모여 법회를 하던 곳을 가보니 내부가 무지 아름다워 나오기가 싫었는데, 아름다운 창살로 스며드는 햇살과 기둥과 천정이 황홀하였다.
정원으로 가보았다.
울창한 숲에 정자와 연못과 기암기석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적절히 배치하여 신자들에게 멋진 휴식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는 아름다운 사원.
우리나라는 절이 주로 산에 있으니 정원에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없지만, 문수사는 도심에 있어 숲을 가꾸며 절 안에 공원을 만들었나보다.
화려하고 섬세한 천불탑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택시를 타고 춘시루로 갔다.
춘시루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으로 역사의 고장인 청두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
세련된 외관의 초현대식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백화점에는 커다란 광고판들이 행인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여기는 우리는 어마 어마하게 큰 광고에서 김종국의 얼굴을 봤는데, 중국에서 ‘런닝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2년 전 김수현과 전지현 광고 일색이던 것이 이번에 가 보니 송중기로 대체 된 것도 재미있다.
백화점 골목을 기웃거리며 점심 먹을 곳을 찾던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간판이 있었으니 ‘마포갈매기’.
돼지고기 모듬을 시키니 먼저 된장찌개가 나오기에 밥을 한그릇 시켜 같이 먹으니 엄청 맛있다.
콩나물 무침, 김치, 버섯, 마늘 등을 고기와 같이 구워 주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에 전혀 뒤지지 않은 맛이다.
우리는 콩나물 무침과 김치를 더 달라고 해서 실컷 먹었는데, 다 먹고 나서 냉면까지 먹고 나니 배가 엄청 부르다.
된장찌개, 김치, 고기 뿐 아니라 냉면까지 맛있던 ‘마포갈매기’는 고국의 음식에 대한 향수를 한방에 날려 주었다.
돼지고기 모듬 4인분 258위안, 미판 한 그릇 5위안, 냉면 두 그릇 60위안.
그 전날 점심으로 9위안짜리 국수를 먹던 우리가 하루 만에 신분이 급상승했다.
무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쓰촨성 박물관이었는데, 우리는 여기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횡재를 만났다.
이곳은 여느 나라의 국립박물관 수준의 시설과 전시품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데다 깨끗하고 세련된 화장실, 넓은 복도와 군데군데 마련된 쉴 수 있는 긴 의자, 종이컵이 준비된 정수기 등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거기다 공짜라니.
문수사도 입장료가 없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지 어제와 달리 입장료 한 푼 안 들이고 멋진 구경거리를 실컷 즐기고 있다.
5층부터 차례로 감상하며 내려오기로 했는데, 5층엔 중국의 인형극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고, 그 아름다움과 섬세함에 반해 오랫동안 관람을 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우리는 중국의 근현대사로 부터 구석기시대까지를 거꾸로 보게 되었지만, 유비와 재갈공명의 나라 촉나라의 수도였던 쓰촨지역의 찬란한 문화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었고, 특히 3층 한 코너에는 내가 가려다가 아쉽게 포기한 삼성퇴유적을 전시하고 있어 감동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청두에 온다면 쓰촨 박물관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햇살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아, 박물관을 나와 택시를 타고 금리거리로 갔는데, 우리처럼 4인일 경우는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시간과 경비 면에서 유리하다.
금리 거리는 인파로 넘쳐 났는데, 덥고 정신이 없어 몇 발작 못 걷고 스타벅스로 들어와 버렸다.
스타벅스 역시 사람으로 넘쳐 빈자리가 없었는데, 심선생의 뛰어난 관찰력으로 네 사람이 앉을 자리 확보에 성공하여 덥고 짜증나는 거리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자리에 앉았으나 에어컨이 성능이 안 좋은지 시원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와이파이 마저 안 되서 우리는 졸거나 폰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를 하며 더위가 물러가길 기다렸다.
햇살이 약해진 듯 하여 다시 골목 진출을 시도한 우리는 별 감흥 없이 사람들에 떠밀려 거리를 구경하다가 콴차이 거리로 갔다.
콴자이 골목(宽窄巷子)은 넓은 골목과 좁은 골목이란 뜻으로 명, 청 시대의 거리를 재현한 곳인데, 금리거리보다 골목이 훨씬 넓은데다 골목 양쪽에 늘어서 있는 가게도 품격 있고 세련되었는데, 인파만 좀 적었다면 운치 있고 멋진 밤거리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금리거리에서 이미 많은 인파에 지쳐 있었으므로 대충 둘러보고 나오는 것으로 끝을 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한데다 여유롭게 골목길의 흥취에 빠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콴자이 거리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돌로 된 바닥이었는데, 리장이 아름다웠던 것도 오화석 때문이었다.
무더운 날씨로 지친 하루였지만 우리의 쾌적한 숙소는 그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고, 내일 새벽에 떠날 채비를 다 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첫댓글 ㅎㅎ 역시 사진 찍기 대가들은 다르다! 멋진 곳 감상 할 수 있어서 감사!
완전 쌤 3총사 청도 누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