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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카페 게시글
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8월호와 비비추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248 18.08.05 06:0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주요 목차

 

* 권두 에세이 | 박수빈

* 신작시 20| 채희문 권순자 나병춘 장민정 박은우 장성호 이산 김완 최병암 우정연

                     장옥근 장유정 채영조 김은옥 조성례 김정옥 나영애 정형무 장진원 이인순

* 신작 소시집 | 김혜숙 * 테마 소시집 | 이인평

* 연재시 | 홍해리 * 신작 소시집 다시 읽기 | 여연

* 시 묶어 읽기 시 에세이 | 임보 장수철 전선용

* 영시 해설 | 백정국 * 한시한담 | 조영임

     

 

 

3 - 나병춘

 

태양의 깃털

바람의 영혼

구름의 집, 바다가 고향인

섬에 둥지를 튼 새들

 

오늘도

파도를 넘어

산맥을 질주한다

그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감나무 초록 잎사귀

사이사이에서

우는 저 새는

어젠가 본 적이 있는

그 누구던가

 

아무도

모르는 채

고개 숙인

물음표들 


 

 

석양 - 이산

 

오늘도 순두부로 저녁을 드신 어머니

 

폐휴지를 끌고 가는 등 굽은 할미를 보며

굵은 눈물을 훔친다

불쌍해 죽겠다

 

정신 오락가락하는 엄마가 더 불상해요했더니

아린 미소를 띠며

담장 밑 시든 꽃잎을 어루만진다

너도 참 늙었구나

 

카센터 앞에서 손 흔드는 마네킹을

애잔하게 바라보며

욕 많이 본다

 

어머니의 주름 사이로

붉은 석양이 고인다 


 

 

소문들 - 김완

 

광주송정역 길게 늘어선 택시들이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에서 묻어온 소식들을 나른다

광주공항 가로수 벚꽃들 시나브로 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 속에서 병든 달이 만삭이 되자 온갖 소문을 낳는다

광주 모 병원의 새로 온 병원장, BH 누구의 입김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삼성 이재용이 풀려난 날 최영미 시인을 불러 미투 인터뷰를 한

JTBC의 손석희 사장이 시청률 하락으로 그만둘 거라고 한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5년 안에 남북통일이 될 거라고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거라고 한다

다음 정권을 위해 미투가 거대한 음모 속에 진행된다고 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진보와 보수 모두 폭탄을 준비한다고 한다

도시의 뿌연 대기 속 얼굴 없는 사람들이 유령처럼 서성인다

하늘에서는 벌레 먹은 달이 병든 지구를 애처롭게 내려다본다

가로수 벚꽃들 시치미 뚝 떼고 무성한 소문들 주렁주렁 달고 서 있다

   

 

 

오직 고요 - 우정연

 

한 생이

가녀린 벚꽃 떨어지듯

하느작거림으로 분주하더니

그보다 한 발 먼저 후드득거리는

깊은 속, 점 하나

떨림으로 사분사분하다

 

바람이 쉼 없이 머물다 간 후

저문 날 문고리처럼

무거운 정적만이 흐르던 오후

 

이제 더 떨어질 꽃도 없다


   

  

오월로 가는 길목에서 - 나영애

 

성글던 연둣빛 그늘

촘촘히 익어 가고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 수박 같은 날

옷이 무겁다

 

등짝의 몸 가려 주는

두꺼운 옷이 좋았는데

기어이 한 겹 벗겨 낸다

 

똑똑한 사람

시원시원한 처신처럼

설렁설렁 등에 드는 바람

허공으로 오르듯 가볍다

 

훌훌 벗어내야 할

무거운 짐

혹여 내게 있을까

뒤져 봐야겠다  

 

 

땡감 - 장진원

 

떠나는 마음 감추지 못해

달빛이 남기고 간 아침이슬

그 작은 물방울의

무게조차도 감당치 못해

투두둑

장독대 위로 떨어지는 초록색 땡감

애처롭게 바라보시던 홀어머니 말씀

저놈들이 네놈들이여

꽃 속에서 나고

그 꽃 파먹고 자란 놈들

   

 

 

설레설레 - 이인순

 

섭이네 비닐하우스

25년 내내 멀쩡하더니

꽃샘바람 불자마자

난리 나버렸네

 

잘 돌보던 어린 싹

다 얼어 죽는데

나 몰라라 기어이

샛바람 따라 나서는

저 여편네

 

눈도 귀도 없다

물불도 모른다

그저 홑치마에서 쏟아내는

씽씽 쇳바람 소리

어쩔까 잉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호두를 두들기는 여자 - 김혜숙

 

밤마다

몰래 도깨비

방망이질을 한다

 

곱씹고 곱씹은 낱말은

호두 속에서 널브러지고

 

고랑을 타고 도는

내 언어들이 들어차

구린내를 풍긴다

 

쭉정이와 가라지가

분별없고 대책 없는

천식 걸린 기침

무시로 터져 나온다

 

몸부림치며 뱁새눈을

뜨고 서로 노려보던

사투 끝에 조각난 낱말

 

늙은 여자의 주름은

호두 속에 고랑 틈에서

허망하기 그지없다 


 

 

쪽잠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 315

 

당신이 먼저 가고 나면

세상이 얼마나 막막황량하랴

봄은 왔는데 꽃은 피지 않고

바람만 거세차게 불어 닥치는

쪽잠으로 이어진 그제 어젯밤

내가 나에게 시중드는 일도 버거워

쓸데없는 순을 지르듯

잘라내야 하는 나날이 아닌가

내가 먼저 떠나야지

금란계金蘭契 친구들도 하나 둘

먼저 떠나가 버리고

지상은 점점 넓어져 가고

머릿속 바람소리 홀로 우느니

이 생각 저 생각에 날이 새는데

쪽잠도 반쪽잠이 되어 날아가고 있네.



                       * '우리詩' 2018년 8월호(통권 362호)에서

                              * 사진 : 요즘 한창인 비비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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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8.08.05 06:29

    첫댓글 비비추를 보면 옥잠화 생각이 나고
    玉簪花를 보면 서양 계집애 이름 같은 비비추가 떠오르고~~~!
    이게 옥잠환가 저게 비비춘가 헷갈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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