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자국(居室紫菊)
옹택거실자국분翁宅居室紫菊盆
전작자부래선물前昨子婦來膳物
화소반개전무향花小半開全無香
채후국향금일만採嗅菊香今日滿
<和翁>
화옹의 거실에는 붉은 자국화 화분이 있는데
그제 며느리가 선물로 사서 가지고 왔네
작은 꽃망울 반만 피어 향기도 전혀 없더니
따서 맡아보니 국화 향기가 오늘은 가득하네, 그려!
자고로 꽃은 향기가 나야 한다. 더군다나 가을에 피는 국화꽃은 향기가 물씬 나야 국화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선물로 들어온 자국화 꽃망울도 올망졸망 참 예쁘다. 어제는 향기가 날까? 해서 코로 향기를 맡아도 향기가 전혀 없다. 향기 없는 국화꽃은 처음 접하다 보니, 필똥 말똥한 국화꽃망울에 코를 가까이 대고 국화꽃을 맡아보아도 향기가 없다. 꽃망울은 올망졸망 예쁜데 향기가 없는 것이, 흠이다, 라고 단념을 했다. 선물로 가지고 온 며느리 체면도 있고 해서 말을 안 했다. 옥상에 꽃 화분을 가지고 올라가서 물을 흠뻑 주고 하룻밤을 자고 나더니, 붉은 국화꽃 꽃망울이 다 피었다. 정말 향기가 없는 국화꽃일까? 의문이 들어서 국화꽃을 하나 따서 코로 맡아보니, 은은한 국화 향기가 났다. 아차! 실수할 뻔했다. 낮에 점심 공양으로 빵을 버터에, 구워 발라서 먹었더니, 손에 밴 버터 짙은 냄새가 국화꽃 향기를 맡지 못하게 방해를 한 것이다. 후각이 이렇다. 살피지 않으면 실수를 한다. 믿었던 인식도 착각일 때가 있다. 손을 다시 비누로 깨끗하게 여러 번 씻고 나서 화분에 핀 국화 향기를 맡아보니, 은은한 국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향기도 냄새가 짙은 것 앞에서는 국화꽃 향기를 맡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을, 오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세상만사를 이렇게 인식이 잘못할 때가 아주 많다. 향기가 없다고 조금 하루 전에 단언했던 인식이 오늘 촘촘히 따지고 들어가 확인해 보니, 국화꽃 향기는 여전한데, 향기가 없다고 단언한 늙은이의 인식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하루였다. 얼벗님들! 요즘 조석 일교차가 10도 차이가 난답니다. 환절기에는 감기 독감이 기승을 부립니다. 모두 모두 무탈 건강들 하십시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