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안을 뿐 입이 없다 외 1편
곽미숙
차마 발이 바닥에 닿지 못한다
무릎으로 마루를 기다 잠시 숨을 고른다
무슨 말이 좋을까
하나님이 필요했나 보다고 할까
착한 사람이니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해야 하나
덜덜 덜덜 빡빡한 미닫이 문이 열리고
컴컴한 방안에 시든 배추처럼 웅크리고 있던 그녀가
부스스 고개 든다
콩 쭉정이 같은 눈이 젖어있다
"내가 무슨 죄를 그리 지었을꼬, 자네 보기 참말로 부끄럽데이"
속을 다 게워 낼 듯한 그녀의 한숨에
엉켜버린 말들이 담을 넘는다
구 남매 맏이로 시집와 아직도 백수 시부모 모시는 그녀
지난해 큰아들 잃고
믿었던 둘째 아들마저 먼 길 떠나자
이 모든 게 자기 탓인 양 고개 떨군다
팔자라는 말, 하나님이 필요해서 데려갔다는 말,
명이 거기까지라는 말은
여름 핫바지 같은 말이다
그녀가 믿는 하나님은 무슨 말로 위로할까
나는 꼭 안을 뿐 입이 없다
말의 뒷면
곽미숙
그날, 종숙부가 사성을 가져오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신랑감이 알밤처럼 야물게 생겼다고 알밤처럼 야물다면 얼굴이 검다는 말인지 깎은 알밤처럼 희다는 말인지 곧 색시될 그녀 궁금해 밤마다 콩닥콩닥 방망이 하나 안고 자는데 신랑 옷치수가 오고 갑자기 방망이가 미친 듯 날 뛰었다고 옷 다 지어 놓고 보니 그녀 바지 보다 어른 가운데 손가락만큼이나 짧은 신랑바지 알밤처럼 야물다는 말이 그 말 그날밤 신랑바지 잡고 모녀가 통곡을 했다고 아버지는 양반끼리 한 약속을 무를 수도 없고 하여 '허 그것 참'만 계속하더라는
그럭저럭 결혼하고 사는데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남편이 소장으로 나가서 한 달 만에 집에 오기도 하고 정부에서 공사기일을 당기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두 달 만에 오기도 하는데 작아도 넉살 좋고 매너까지 좋은 남편, 가는 곳마다 여자들한테 인기라 남편 집 떠나는 날이면 다림질하던 바짓가랑이 잡고 남편 몰래 또 그렇게 울었다고 목련처럼 훤칠하던 그녀 이젠 밤톨처럼 쪼그라들어 휠체어가 친군데
"썩은 밤만 아니면 돼야"
"살아보면 그놈이 다 그놈이여" 한 소리한다
2026년 애지로 등단, 동서문학상 맥심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