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지니어스를 하신다는 방송 듣고
오랜만에 cinetown19@gmail.com으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ㅎ
근데 아마 이번주는 안팎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아;
사연이 소개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카페에 올릴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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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세 PD님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저는 지난번 용인시장 백군기 시장님 출연하셨던 회차(라 쓰고 선대인 저격방송이라 읽는)
에 아내와 함께 방청갔었던 김태하라고합니다.
그 사이 아내는 딸쌍둥이를 임신하였고
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였습니다.
저희는 드디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습니다.(이제 대출금이 문제네요 ^ ^a)
메일을 쓰는 현재 시간은 11월 15일 저녁
그러니까 334회 1부를 듣고 아직 베드지니어스는 업로드 되지 않아 듣지 못한 상황입니다.
금주의 영화로 베드지니어스를 선정하신데에는 아마도 숙명여고 쌍둥이....(공교롭게 여기도 딸쌍둥이네요...)
컨닝 사건의 영향이 있었던것 같은데 저도 컨닝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짧은 메일 드리고 있습니다.
방송을 아직 듣지 못했지만 숙명여고 쌍둥이 컨닝사건으로 컨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매서운 눈초리가 만연한 가운데에서도 지난날의 잘못을 굳이 고백하는 이유는 시험을 감독하시는 감독관님들께서 한 번 더 주의깊게 살펴주십사 하는 의도이지 다른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부정행위를 절대 미화하고자 함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요즘은 대입에서 수시의 비중이 높아져서 내신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05학번인 저때는 수능을 통한 정시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교내 시험을 통한 내신으로 대학을 가는 건 일부 상위권 학생의 일로 저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닝을 진행했던 이유는 맞는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학생들의 체벌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제 출신 모교는 관내의 학부모님들에게
무조건 열외 없이 22시까지 진행되는 자율학습과, 귀 위 3cm의 짧은 머리, 그리고 강력한 매타작을 장점으로 어필하는 학교였습니다.
한번은 당시 담임선생님의 제자였던 분이 대학생이 되어 교생실습을 오셨는데
엉덩이와 종아리를 보여주시면서 본인은 보다시피 원래 털이 많은데 종아리 부분과 엉덩이에는 지금도 털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시며 동질감을 형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컨닝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분에 2문제, 10분이면 20문제의 정답을 전달 받을 수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거의 남지 않는다.
때는 2003년 제가 고등학교 2학년 교내 시험을 앞둔 어느날 이었습니다.
시험은 다가오고, 공부는 하기 싫고, 매타작은 더 싫었던 저는 어디선가 줏어 들었던
컨닝 방법을 구체화하여 친구들과 작당을 시작했습니다.
국, 영, 수를 제외한 일본어, 윤리, 정치, 체육, 음악 등과 같은 이른바 암기 과목의 특징은
알면 풀고 모르면 못 푼다는 것입니다.
즉 시험지를 받고 약 20분이면 아는 문제는 다 풀고 나머지 아리까리 한 몇문제를 놓고
남은 30여분 동안 기억을 짜내며 답을 썼다 지웠다 하기 마련이죠.
일명 초치기라는 이 컨닝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돌아가면서 1과목씩 그나마 자신 있는 과목만 철저히 공부합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평소에 교실 옆면에 있던 시계를 떼서 교실 앞 부분에 걸어놓는데
이 아날로그 시계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손목시계를 초침까지 정확하게 똑같이 맞춥니다.
시험이 시작되면 전파자는 19분 동안 문제를 모두 풀고 공범자들에게 싸인을 보냅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마킹이 틀려서 답안지 교체하겠습니다."
이때부터 교실의 공기는 급속도로 얼어 붙습니다.
컨닝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까지 모두 숨을 죽이고 작은 소음도 내지 않게 되면서
싸늘한 비수가 가슴에 날아와 꽂히는 고니의 심정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분침이 20분을 가리키는 순간 컨닝이 시작됩니다.
초침이 똑딱 똑딱 움직여서 숫자 '2'에 위치한 순간 샤프를 딱딱딱 누르면 1번의 답은 2번
초침이 똑딱 똑딱 움직여서 숫자 "9"에 위치한 순간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으면 2번의 답은 3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1분에 2문제 20분이면 한과목의 정답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비교적 안전하게 알 수 있습니다.
시험지 첫번째 장 마지막 문제의 싸인을 듣자 마자
일제히 시험지를 휘리리리리리리릭 넘기면서 감독하시던 선생님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위기도 있었고,
전파자가 소심해서 실수로 문제를 밀려서 보내주거나
수신자가 밀려서 답을 받아서 오히려 평소실력보다 못한 20점이하의 참혹한 성적을 받고
사색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갑자기 헬기나 구급차가 지나간다거나, 시험 중 안내 방송으로 전파자의 싸인을 못듣게 되는
혼돈의 카오스가 있기도 했었지만 우리는 시험이 거듭될 수록 이런 시행착오를 극복해 가면서
점차 호흡은 맞아지고 겁은 없어졌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요?
점차 이 컨닝방법의 우수성이 전파되고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급기야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시험 기간 막바지에 학교에서 저녁 급식을 먹고
자율학습을 시작하기 전 실내화를 손에 끼고 책상을 붙여놓고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
방송실에서 "2학년 1반김봉수, 김봉수 학생은 3학년 교무실 옆 옥상으로 와주십시요." 하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응? 왜 옥상으로 부르시지? 했지만
이내 10분 간격으로 "2학년 1반 김준형, 김준형 학생은 옥상으로 올라 오십시요." 하는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김희재, 김태하, 윤태정, 장웅진 등등등 계속 해서 방송은 흘러나왔고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아 컨닝에 참여한 친구들이 하나씩 불려나가고 있구나,,,
호명이 되어 옥상으로 올라간 저는 이미 처참하게 널부러져 흡사 포탄을 맞고 엎드려 신음하는 부상자의 모습을 한친구들을 목도했습니다.
증거가 안남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일인고 하니
점점 공부는 하기 싫고 컨닝의 기술자가 된 저희는
급기야 어린시절을 영미권에서 보내고 온 친구에게 부탁하여 영어 과목의 컨닝을 시도했고
외국어대학교에 진학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설된 외국어반 보다 영어과목의 반 평균 성적이 높게 나오면서
탄로 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성공한줄 알았던 컨닝은 뒤지게 맞으면서 막을 내렸고
그날 이후로 컨닝을 하지 않았습니다.
P.S. 지난번 보헤미안랩소디 편에서 이재익PD님이 '완벽한 타인'은 재미있었지만
아마도 나인틴에서 다루지는 않을것 같다고 하셔서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올 해 본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본 영화였고,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야~ 이건 이재익PD님이 2부작 특집으로 녹음하자고 할 거 같다' 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여기까지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아~ 그럼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이승훈PD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참, 다시 한 번 김훈종 PD님 감사드리고요, ^ ^
좋은 방송 꾸준하게 준비해 주시는 3PD님들 감사드립니다.
씨네타운 나인틴을 좋아하시는 나인틴 카페 여러분들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ㅋㅋㅋ 컨닝 ㅠㅠㅠ
제가 대딩1학년데ㅜ누구나 하는 짓을 안하다가 ㅡ
소심해서 못해요
그러다가 c학점 줄줄이 맞았던 ㅠㅠㅠㅠ
재밌어여 ㅋㅋㅋㅋㅋ
대학생때는 책상에 샤프로 적어놨던 기억이...
이건 컨닝 아니야.
보조기억장치야.
라고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반성합니다.
@김태하 저희때 난리도 아님 색상에 쓰기 바닥에 쓰기
종이 사용하기
고딩때도 안하던데 대딩때 애들 엄청나게
못하는 저같은 사람이 바보일 정도니까 ㅠㅠㅠㅠㅠㅠ
반성하세여 ㅠㅠㅠㅠ ㅎㅎㅎ ㅋㅋ
웃겨요 ㅋㅋ
이건 영화화 되어야합니다!! 안되는건 알지만 스릴이 엄청나네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2003년에도 매타작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네요.
ㅠㅠ
2000년대는 타작이 없는 민주화 시대인줄 알았는데 ^^;;;
선생님들의 심한 매타작은 나인틴에서
이야기 나온 보통사람 파계승(?)
노태우 시절과 (제가 그 시절이었죠)
YS시절인쥴 알았는데.
2002 월드컵 끝난 이후에도
매타작이 있었군요. .
진짜 영화화 되어야 하는군여.
아니면 드라마화(kbs드라마 스페셜
제목 2003 그해 여름. 그해 시험
이런 제목으로 )
컨닝하니까 제가 고딩때는
뒤에서 발로 앞에 앉아있는 애
신발을 모르스 부호처럼 쳐서
1번 4. 2번 2 이런 식으로
알려줬었죠.
2003년에도 매타작
학교라면 엄청 무서운
학교를 다니셨군요.
주변 학교는 슬슬 두발 자유화와 체벌금지가 실행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꺼져가는 불꽃이 마지막에 더 커지듯 활활 타올랐습니다 ㅎ
그래도 저는 저희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ㅎ
제가 대학교 1학년때는...
애들끼리 모여서 축복을 했었지요;;;
축소복사.....
대단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