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훼(原毁)
헐뜸음의 본질로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하면 제 단점은 감추고 남을 헐뜯게 된다는 말이다.
原 : 근원 원(厂/8)
毁 : 헐 훼(殳/9)
옛날 군자는 자신을 질책할 때는 엄중하고 주도면밀했지만, 남을 대할 때는 가볍고 간략했다(其責己也重以周 其待人也輕以約).
엄중하고 주도면밀해 태만하지 않았고, 가볍고 간략했기에 그 사람은 선을 즐겨 행했다(重以周 故不怠 輕以約 故人樂爲善).
오늘날 군자는 그렇지 않다. 남을 책망할 때 세세하고 자신을 대할 때 너그럽다(其責人也詳 其待已也廉).
세밀하게 따지니 남이 선을 행하기 어렵다(詳 故人難於爲善).
너그럽게 봐주기 때문에 자신은 얻음이 적다(廉 故自取也少).
스스로 훌륭한 점이 없음에도 “나는 이런 걸 잘하니 이것으로 충분해”라 한다.
스스로 잘하는 것이 없어도 “나는 이런 걸 할 줄 아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밖으로 남을 속이고 안으로는 스스로를 속인다.
남을 대할 때에는 “그가 비록 이에 능해도 칭찬할 만하지 않다. 그가 비록 이를 잘해도 쓰임은 칭찬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한다.
한 가지 결점만 거론할 뿐 나머지 열 가지 장점은 무시한다. 옛 잘못만 캐낼 뿐 새롭게 변한 모습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그의 훌륭한 점이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할 뿐이다.
여기에는 근원이 있다. 태만(怠)과 거리낌(忌)이다. 태만한 자는 몸을 수양하지 못한다. 거리끼는 자는 남이 몸을 수양할까 두려워한다.
내가 일찍이 시험해 봤다. 사람들에게 “아무개는 훌륭한 선비다. 아무개는 훌륭한 선비다”라 말해보았다.
인정하는 자는 반드시 그 사람과 같은 편이었다. 혹은 그 사람과 관계가 소원해 아무 이해관계도 함께하지 않았거나 두려워서 인정한 것이었다.
훌륭한 선비임을 부정한 자들 가운데 권세있는 자는 반드시 말로 노여움을 드러냈다. 나약한 자는 얼굴에 노여움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행실을 닦아도 비방하고, 덕이 높아도 폄훼하는 것이다(是故事修而謗興 德高而毁來).
이상은 당(唐)대 한유(韓愈)가 비방(誹謗)의 원인을 논한 원훼(原毁)의 초록(抄錄)이다.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하면 제 단점은 감추고 남을 헐뜯게 된다는 논리다. 마치 최근 한국 정치를 보는 듯한 글이다.
▶️ 原(언덕 원/근원 원)은 ❶회의문자로 厡(원)이 본자(本字)이다. 민엄호(厂; 굴바위, 언덕)部와 泉(천; 물의 근원)의 합자(合字)이다. 계곡의 맑은 물이 흘러 나오는 수원(水原)의 뜻으로 나중에 들판의 뜻으로 쓰이게 되자 수원의 뜻으로는 源(원)이란 글자가 따로 만들어졌다. ❷상형문자로 原자는 '근원'이나 '근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原자는 厂(기슭 엄)자와 泉(샘 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泉자는 돌 틈 사이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모습을 한자화한 것이다. 여기에 厂자가 결합한 原자는 물길이 시작되는 곳을 뜻했다. 그러나 지금의 原자는 물길의 시작점이 아닌 '근본'이나 '사물의 시초'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후에 水(물 수)자를 더한 源(근원 원)자를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만 실제 쓰임에서는 原자와 源자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原(원)은 (1)어떠한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본디 처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언덕 ②근원(根源), 근본(根本) ③저승 ④들, 벌판 ⑤문체(文體)의 한 가지 ⑥원래 ⑦거듭, 재차 ⑧근본(根本)을 추구하다 ⑨캐묻다, 찾다 ⑩의거(依據)하다, 기초(基礎)를 두다 ⑪기인(起因)하다 ⑫용서하다, 놓아 주다 ⑬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정성스럽다 ⑭거듭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언덕 구(丘), 언덕 판(坂), 언덕 구(坵), 언덕 파(坡), 언덕 강(堈), 언덕 안(岸), 언덕 강(崗), 언덕 애(崖), 언덕 구(邱), 언덕 판(阪), 언덕 릉(陵), 언덕 고(皐), 언덕 부(阜)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까닭을 원인(原因),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사물이 근거하여 성립하는 근본 법칙을 원리(原理), 제조하거나 가공하는 데 바탕인 재료가 되는 거리를 원료(原料),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을 청구한 사람을 원고(原告), 상품을 완성시킬 때까지 소비한 재화나 용역을 단위에 따라 계산한 가격을 원가(原價), 유정에서 퍼낸 그대로 정제하지 않은 석유를 원유(原油), 처음이나 시초로 본디대로 여서 진화 또는 발전하지 않음을 원시(原始), 본디대로의 상태 또는 이전의 모양을 원상(原狀), 제작물의 근본이 되는 거푸집 또는 본보기를 원형(原型), 변하기 전의 본디의 모양을 원형(原形), 물의 흐름의 근원이나 사물이 일어나는 근원을 원류(原流), 직물의 원료가 되는 실을 원사(原絲), 근본이 되는 이론 또는 그것을 기술한 것을 원론(原論), 회의에 부친 최초의 의안을 원안(原案), 본디의 저작 또는 제작을 원작(原作), 글자의 본디의 음을 원음(原音), 상당히 높은 높이를 가지면서 비교적 연속된 넓은 벌판을 가진 지역을 고원(高原), 풀이 난 들을 초원(草原), 시작되는 처음을 시원(始原), 평탄한 들판 평야를 평원(平原), 눈이 뒤덮여 있는 벌판을 설원(雪原), 넓은 들의 가운데를 중원(中原), 무서운 기세로 불이 타 가는 벌판을 요원(燎原), 실수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을 원불실수(原不失手), 중원의 사슴이라는 뜻으로 천자의 자리 또는 천자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중원지록(中原之鹿), 작은 불씨가 퍼지면 넓은 들은 태운다는 뜻으로 작은 일이라도 처음에 그르치면 나중에 큰 일이 됨을 이르는 말을 성화요원(星火燎原),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벌판의 불길이라는 뜻으로 미처 막을 사이 없이 퍼지는 세력을 이르는 말을 요원지화(爎原之火), 일의 결말을 짓는 데 가장 가까운 원인을 일컫는 말을 결국원인(結局原因) 등에 쓰인다.
▶️ 毁(헐 훼)는 ❶형성문자로 毀(훼)의 속자(俗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쌀을 찧어 정백(精白)하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훼)로 이루어졌다. 본래 쌀을 찧을 때 쓰는 토사(土砂)를 뜻했으나 虧(휴)와 통하여 망그러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毁자는 '헐다'나 '부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毁자는 臼(절구 구)자와 工(장인 공)자,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工자는 절구의 받침대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장인'이라는 뜻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렇게 절구와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毁자는 절구통을 깨부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절구가 아닌 밥그릇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해석에는 차이가 없다. 그래서 毁(훼)는 ①헐다 ②부수다 ③제거하다, 철거하다 ④이지러지다(불쾌한 감정 따위로 얼굴이 일그러지다) ⑤무너지다 ⑥감손(減損)하다 ⑦훼손(毁損)하다 ⑧손상(損傷)하다 ⑨비방(誹謗)하다, 헐뜯다 ⑩몸을 해치다 ⑪젖니를 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헐 양(瘍), 부술 쇄(碎),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릴 예(譽)이다. 용례로는 헐거나 깨뜨리어 못 쓰게 만듦을 훼손(毁損), 남을 헐뜯어 비방함을 훼방(毁謗), 절개나 절조를 깨뜨림을 훼절(毁節), 몸에 상처를 냄을 훼상(毁傷), 남의 약점을 들어서 헐뜯어 말함을 훼단(毁短), 일을 짖궃게 훼방함을 훼사(毁事), 헐어서 깨뜨림을 훼괴(毁壞), 남을 헐어서 꾸짖는 말을 훼언(毁言), 헐어서 깨뜨림을 훼파(毁破), 헐거나 부숨 또는 남의 실패를 헐어 말함을 훼패(毁敗), 헐거나 깨뜨리어 버림을 훼기(毁棄), 헐어 망침을 훼멸(毁滅), 몸이 상하도록 죽은 어버이를 사모함을 훼모(毁慕), 남을 비방함과 칭찬함을 훼예(毁譽), 헐뜯고 욕함을 훼욕(毁辱), 다닥쳐서 꺾임을 훼절(毁折), 헐어 내어 걷어 버림을 훼철(毁撤), 어린아이가 배냇니를 갊을 훼치(毁齒), 훼방하여 남을 헐뜯음을 훼자(毁訾), 깨뜨리어 부숨을 훼쇄(毁碎), 너무 슬퍼하여 몸이 바짝 파리하여 짐을 훼척(毁瘠), 남을 깎아 내리고 헐뜯음을 폄훼(貶毁), 깨뜨리어 헐어 버림을 파훼(破毁), 물리쳐 비방함을 배훼(排毁), 때려 부숨을 타훼(打毁), 뒤에서 비방함을 배훼(背毁), 깨뜨려서 헐어 버림을 잔훼(殘毁), 몹시 야윌 만큼 부모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애훼(哀毁), 조정에서 공공연히 비방함을 정훼(廷毁), 침노하여 무너뜨림을 침훼(侵毁), 비방하고 헐뜯음을 저훼(詆毁), 참소하기 위하여 거짓을 꾸미어 남을 헐뜯어 말함을 참훼(讒毁),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남의 나쁜 일이나 추행 등을 드러내어 명예를 손상함을 비훼(誹毁), 시기하여 비난하고 헐뜯음을 시훼(猜毁),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뜻으로 국가나 사회 또는 조직이나 집단이 무너지면 그 구성원들도 피해를 입게 됨을 이르는 말을 소훼난파(巢毁卵破), 기와를 헐고 흙손질한 벽에 금을 긋는다는 뜻으로 남의 집에 해를 끼침을 이르는 말을 훼와획만(毁瓦劃墁), 너무 슬퍼하여 몸이 바짝 마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남을 일컫는 말을 훼척골립(毁瘠骨立), 칭찬하고 비방하는 말과 행동을 일컫는 말을 훼예포폄(毁譽褒貶), 훼방도 없고 칭찬도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훼무예(無毁無譽), 남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깎는 일을 일컫는 말을 명예훼손(名譽毁損), 부모에서 받은 몸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감훼상(不敢毁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