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밭고랑에 풀들이 기승을 부린다.
강아지풀은 꼬리를 흔들고, 바랭이는 낮은 포복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명아주는 부쩍 키가 자란다. 쇠뜨기며 달개비도 지천이다. 비로소 농작물과 풀들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다.
풀들은 농작물을 위해 뿌린 거름을 슬쩍 얻어먹고 몸이 튼튼해진다. 여차하면 야생에서 단련된 뒷심으로 밭을 송두리째 뒤덮을 기세를 과시한다.
이런 골칫거리 풀들 중에 유난히 반가운 게 있다. 참비름이다. 좀 과장하면 나는 참비름나물 앞에서 사족을 못 쓴다.
며칠 전 시골에서 친구가 가꾸는 밭을 찾아갔을 때였다. 부지런한 주인을 만난 덕분에 그 밭은 정말 호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갓 따온 오이와 풋고추를 뚝뚝 잘라가며 막걸리를 마셨다.
그런데 주인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데가 있었다. 고구마밭이었다. 거기엔 참비름이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소쿠리를 들고 밭고랑으로 나섰다.
꽃이나 줄기가 쇠지 않은 놈을 고르는 건 기본 상식. 새로 돋은 잎을 골라 뜯는 재미가 손끝에 느껴졌다. 끓는 물에 데쳐서 깨소금, 마늘, 다진 파, 참기름으로 양념해 무쳐 먹어야지. 도시락 반찬으로도 넣어 가야지. 소금 대신 된장을 넣기도 하지만 참비름 특유의 향을 제압해서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10여분 풀밭 모기에 쏘이며 참비름을 뜯었을까. 금세 소쿠리 가득 넘쳤다.
시장에 내다 팔면 만원어치는 되겠는걸. 나는 휘파람을 불며 친구들 앞에 참비름을 펼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