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김홍집
이 후기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볼 여시들과 보고온 여시들을 위해 작성한 칼럼식 글로
글 후반부!!!에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가 있는 부분은 표시해 뒀으니 피해강~~~
영화 아직 안본 여시들이 스포까지 봐버리면 곤란행~~
1. 영상 : 물이 원래 저런색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 1960년대의 아날로그식 감성이 배경인 주제에 영상만큼은 21세기 디지털 기술의 총 집합체다. 물의 차가운 촉감이라던지 쇠와 물이 만나 내는 특유의 쇳내가 영상을 통해 느껴진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을 실현해 내고야 만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이 영화의 배경은 20세기의 미국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진짜 배경은 ‘물 속’ 이다. 투명하지 않다. 깨끗하거나 맑지도 않다. 탁하고 청록빛을 내는 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어두운 청록색이 빛으로 투영돼 자아내는 색감은 감히 글로 표현하기 힘들다. 만약 영상미나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여시라면, DVD 발매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영화관으로 뛰어가자.
깜깜한 영화관 안에서 기예르모 감독이 의도한 ‘물의 색’을 체험하고 있노라면 아, 이 감독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물에서 시작하여 물로 끝이 난다.
영상에 관해 말하자면, (이건 말해 입아픈 감독이긴 하지만,) 본 영화 감독의 유명 전작 판의 미로와 비교했을 때 화려함은 조금 빠지고 대신 담백함이 더해졌다. 단맛이 조금 덜한 파운드 케잌에 건포도가 적당히 박혀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영상이 밋밋하다거나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아니다. 영화에 관해 검색하면 ‘영상미’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영상을 잘 뽑아 냈다. 다만 전작의 화려함 대신 동화적인 잔잔한 아름다움에 더 비중을 실었다.
그리고 한가지, 톤 다운된 갈색과 어두운 회색이 주인 이 영화에는 이와 대비되는 쨍한 색감의 아이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마치 해리포터 첫번째 시리즈 속의 생일케이크 같다. 어두운 영상 속에서 부활절 달걀처럼 숨어있는 이런 토템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빠트리지 말자.
2. OST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관객은 물속에 들어온 듯한 구도와 ost로 최면에 빠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물 속에서 울리는 이명까지 살리려 했음이 역력한 ost는 영화를 보러가기 전 한 번 들어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가 어떤 느낌인지를 4분이 채 되지 않는 ost안에 다 담아내었다. 이정도면 이건 감독의 물에 대한 집착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 얼마나 물에 대해 연구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ost.
이 동화같은 영화는 영상 안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들까지 물속으로 끌어들이는데, 그게 또 어색하지가 않아 즐겁다. 아마 이 ost가 한몫 하리라.
3. 민망한 장면이나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가?
그렇다. 19세인 만큼 성적인 장면도 있고 잔인한 장면도 있다.
심지어 조금 자주 있다.
강도는 전혀 세지 않으나 절단상, 총상들이 꾸준히 등장하니 이를 전혀 못보는 여시나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관람하려 했던 여시들은 참고하자.
4. 관전 포인트
영상 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즐거움 말고도 이 영화는 많은 관전포인트가 들어있다.
먼저 벙어리라는 장치로 주인공에게 보다 더 집중하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수화도 모르면서 주인공의 손짓을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엘라이자는 역동적인 사인(수화)으로 관객에서 대사를 던지며 극을 이끌어 간다. 관객은 화면 속의 자막 혹은 다른 등장인물의 발화를 통해 이차적으로 엘라이자의 대사를 접하게 된다.
이는 엘라이자의 발화시점보다 2, 3 초의 시간차를 두는데 벙어리인 그녀가 먼저 표정으로 주는 메시지와 후에 전달받은 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때의 희열이란. 그녀의 연기에 감탄사마저 나오게 만든다.
주인공 역의 샐리 호킨스의 마디가 도드라진 하얀 손가락을 따라 관객의 시선이 이동하는 것 또한 이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 하겠다. 그만큼 엘라이자는 표정으로, 눈빛으로, 가늘게 떨리는 눈썹으로 모든 대사를 대신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또한 영화의 분위기만큼 묵직하다. 그 자체로도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차별들이 2시간 남짓의 영화에 꾹꾹 눌러담겨 있다.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여성 차별, 성소수자 차별 그 외에도 다양한 차별들이 영화 안에서 자기주장을 씨끄럽게들 펼쳐대어 불편한것도 사실이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 동화같은 영화는 그 결말 또한 동화같기 때문에.
‘결말이 뻔하다’ 고 혹자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면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 어느 동화를 들여다 봐도 이정도의 모티프는 존재한다.
그래도 ‘난 신선함이 없어 별로였어’ 라고 말한다면,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들의 사랑을 바라봐 주자. 비록 뻔한 설정이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사랑의 모양을 구체화 시킨 영화가 있었던가?
목소리 없는 여주인공은 말 대신 온 몸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무성영화를 보다가 잠에 빠진 듯 물에 흠뻑 취해갈 때 쯤 영화는 끝이 난다.
숨쉬는걸 자각하기 전까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관객들은 하나 둘 씩 영화 속 모순이나 억지 전개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물의 최면에 빠지고 난후일테니까.
>>↓스포 유. 영화를 보고 난 여시들과 함께 보는 후기
적강모티프 .
유치하게도 영화 말미에서 적강모티프가 떠올랐다. 하늘에서 죄를 지어 땅으로 추방된 천인이 자신의 죄를 씻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는 모티프.
그녀의 상처가 아가미가 되어 원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호흡을 시작할 때 이 모든것이 그녀의 운명이었음을 극장 안의 모두가 느꼈으리라.
그리 생각하면 물 속의 괴생명체와 갑자기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의 감정선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동화같은 영화다’라는 말에 이끌려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보다 더 이를 잘 표현한 말을 찾기가 힘들었다. 운명적 사랑, 권선징악, 적강, 이 모든게 동화나 신화를 기원으로 한다. 심지어 영화 내에서도 ‘신’으로 불리었다며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엘리지아가 그의 앞에서 옷을벗은 다음 날 빨간 구두와 빨간 머리띠를 하고 출근하는 장면이었다. 분명 영상미와 색감으로 유명한 영화인데 그녀가 그 구두를 신기 전엔 흑백영화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었다. 온통 빨간구두만 보일 정도로.
다시한번 영상미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것을 확인시켜 준 기예르모. 한동안 비가오는 날이면 이 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
보고온 티켓 안남겨서 급히 수정.. 총총..
첫댓글 캬 내가 하고싶은 말 여시가 다 했다
필력..크으으b 간만에 넘 좋은 영화였어
여시 리뷰 너무 좋아ㅠㅠ 잘 읽었어!!
동화같다 라는 수식어가 진짜 딱이야 영상과 음악으로 물과 사랑을 기가막히게 표현해냄 ㅜㅜ 전개가 좀 억지스럽거나 클리셰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역동적인 캐릭터들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커버가능했던 ... 라라랜드 이후로 영화관에서 황홀한 전율을 느껴본거 오랜만이엇음 ㅜㅜ 엘라이자가 노래부르는 장면에서 눈물도 났었어 ㅜㅜ 또 보러갈거야.. 여시 글 잘읽었어~!!
나도 비가 오는 날 생각날거같더라... 버스안에서 빗방울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니까 물방울이 따라다니는것같은 그런 장면이라던지... 비내리는 소리, 냄새 같은게 영상으로 너무 잘 만들어져서 ㅠㅠ 비만오면 사랑에 빠지는 기분 들거같음... 존나 로맨틱해 델 토로... 우리나라에도 델 토로 주세요 ㅠㅠㅠ 제발요
여샤 무슨 영화잡지에 투고해도 될것같은 리뷰야 ㅠㅠ 여시가 찝어준 관전포인트 잘 참고해서 볼께 ㅎㅅㅎ
와 잡지 옮겨온줄 알았어!! 고마워 여시
근데 아저씨 고양이 원래 몇마리 키웟어?
글쎄.. 최소한 세네마리 되지 않을까?? 방에 꽤 많이보이던데 정확하겐 모르겠다 ㅋㅋ
아 여시 후기 다 받고 난 자라나라 머리머리가 진ㅉㅏ 인상깊었음 그리고 엘라이자 계란 진짜 잘깜
ㅋㅋㅋㅋㅋㅋ나두 그생각했어 계란껍질이 반으로 탁 갈라지는 매직
나두 영화 너무 좋았어!!!! 비추후기많이봐서 망설였는데 보고오길 잘한거같아 ㅠㅠㅠ 또보고싶어
진짜 넘아름답고감동적이어서몇번이나울었음ㅜㅜ진짜아름다운사랑이야..엘라이자보면서나도막설렜음
혹시 엄마랑 보기 민망할정도로 야한거 마니 나와??
엄마랑은 쫌....
여기가 미국이라도 엄마랑은 안도ㅑ!!!!
@김홍집 엄마랑 앤트맨본여시도 이건 안돼?
진짜 영화를 보다보면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와. 짚어준대로 물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한 흔적이 보임ㅠㅠ...!
리뷰 좋당 !!! 좀더 자세한 해석도 보고싶엉 포스터에서도 글코 엘라이자가 마지막에 수중에서 크리처랑 포옹할때 구두 한짝만 벗겨지는거? 저게 참 잘보였는데 무슨의미일지...?
난 아주 철저하게 의도된 포스터라고 생각해.. 영화내에서 구두가 굉장히 자주 다뤄지잖아 난 저게 여성 차별의 족쇄로 보였어 실제로 구두때문에 죽겠다는 대사도 많이 나오고. 또 엘라이자가 영화 초반 버스를 기다리면서 빨간 구두를 보는장면도 있고. 엘라이자한테 구두는 현실이자 선망하는것? 아끼고 늘 신경쓰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코르셋이 되는것. 근데 이 모든게 크리쳐를 만나고 크리쳐의 세계=물 로 들어가면서 떨어져나가는거 같아. 포스터에선 한쪽은 벗겨지고 한쪽은 신겨져있는데 영화 마지막엔 다 벗겨지잖아 이것도 되게 의미있는것 같았어 ㅋㅋ진짜 멋진영화ㅜ
@김홍집 헐 맞다 잊고있었어 계속 발아프다고 했었지 ㅜㅜㅠㅠㅠㅠ 그냥 인간세계 초월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오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된다!!
맞아.. 빨간색으로 표현되는 사랑이 너무 좋았어 ㅋㅋㅋ 모노톤에서 사랑에 빠질수록 빨간 아이템을 사용하는게 ㅋㅋㅋ
진짜 이 영화...내 인생 영화될 거 같아!!!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어! ost부터 영화 색감, 소품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거 같더라
영화 아직 안봤는데 ost 먼저 들어보고 존나 취저당함ㅠ 평도 괜찮고 봐야겠당ㅋㅋ
나도 이영화 개좋았어 ost도 진짜 좋았구.. ㅠ 블랜팬서 보려고 갔다가 의도치않게 보게되었는데 너무좋아서 주말이 행복했다
여시 리뷰 정말 좋다 내가 느끼고 좋아하는 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은 느낌!
여시 글이 너무 좋다
2번 보니까 감동이 배가 됨 ㅠㅠ 처음 봤을땐 개연성 없이 너무 사랑에 깊게 빠졌다 싶었는데 결말까지 다 보고 다시 보니까 느껴지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ㅠ
영화 진짜 좋았음
여시 글 너무너무너무 좋다 진짜 잘 읽었어
너무 좋은 후기 잘보고가ㅜㅜ 진짜 한번은 더 보고싶은 어른동화같앗어ㅜㅜ
방금 보고 왔는데 여시 설명 들으니까 진짜 찰떡이고 더 이해 잘 된다.. 그리고 브금이 다 함 처음에 시작할 때..
조심스러운 감상이지만,, 성서에서 동성애를 금하는 등의 차별적 요소가 있는 걸 비판하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었어. 악역인 남자가 청소부들의 이름을 조롱하면서 성경? 신화의 얘기를 가져왔던 게 기억나는데.. 맨 마지막에 그 악역남이 인어에게 죽음을 당하면서 '유얼 갓'이라고 니가 신이었구나..! 라고 말하잖아. 난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어.. 그 악역남이 괴생물체도 그렇고, 그와 사랑에 빠진 샐리호킨스도 그렇고 천대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데.. 그랬던 인간이 인어가 신이라는 걸 인정하는 듯한 대사를 뱉고 죽는 게 마치 소수자 차별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들리더라고..!
한번더봐야겠다 곳곳에 숨은의미들이 많았구나ㅠㅠㅠㅠ일라이자가 화가를 통해서 자기마음을 말할때 그 말들이 너무좋았음
그사람은 날 있는그대로 봐주고 그사람을 사랑하는 나도 괴물인가요 이랬던가..처음엔 그것이었다가 그가 되는것도
진짜 좋았어,,,, 영화관에서 재개봉 하면 다시 보러 가고싶을만큼,,,,오에스티랑 영상 보두 완벽했어
너무 좋아서 검색하다가 왔는데 여시 리뷰 너무 잘써줬다.. ㅠㅠ 이 글 보는데 영화볼때처럼 똑같이 소름이 돋았어 오늘 내가 사는 지역에 비가 엄청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가 생각나더라ㅜㅜㅜㅜ 여시 리뷰보면서 영화 한번 더 본 느낌이였어 ㅋㅋㅋ
ㅠㅠ오랜만에 다시보고 너무 여운남아서 리뷰찾아보고있었어 고마워 여시야 글 잘읽었어 ! 정말 좋은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