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3대0으로 꺾고 우승
8일(한국 시각)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이 앤디 머레이(26·영국)의 승리로 끝나자 센터 코트에 운집한 팬 1만5000여명은 긴 '악몽'에서 깨어난 듯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유명 인사들이 찾아 머레이를 응원했다. 영국은 1936년 프레드 페리의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이후 70년 넘게 자국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관전 매너를 중시하는 영국인들도 결승 막판 머레이의 상대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홈 팬의 열렬한 지지 속에 세계 랭킹 2위 머레이는 이날 세계 1위 조코비치에게 3대0(6-4 7-5 6-4) 완승을 거두며 77년 만에 숙원을 풀었다.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패한 뒤 분루를 삼켰던 그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 패배는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했다.
윔블던 영웅에 영국이 들썩… 앤디 머레이(흰색 점선 안)가 8일(한국 시각) 올잉글랜드클럽하우스 발코니에서 윔블던 테니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영국 테니스의 영웅’은 클럽하우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팬 수천명의 환호를 받았다. 작은 사진은 발코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머레이. /로이터 뉴스1
머레이는 준비된 스타였지만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윔블던을 포함해 메이저 무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영국 언론으로부터 '새가슴'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머레이는 지난해 초 이반 랜들(53·체코)을 새 코치로 영입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랜들의 혹독한 지도를 받은 머레이는 스트로크의 정확성이 높아졌고, 수 싸움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머레이의 어머니 주디 머레이(54)도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지금의 머레이를 키워냈다. 영국 여자 테니스 대표팀 감독 출신인 주디는 머레이가 열 살이던 1997년 남편과 이혼한 뒤 열두 살까지 혼자 머레이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주디는 머레이를 1년에 3만파운드(약 5100만원)가 넘게 드는 스페인의 유명 테니스 아카데미에 유학시키기 위해 귀금속뿐 아니라 고가의 속옷까지 내다 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