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23가지 이유 ⑧] 재벌 퍼주기에 급급한 부자만을 위한 대통령
지난 10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는 일이 있었다. 사임의 원인은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 조치였다. 당시 트러스 총리는 영국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와 법인세 인상 철회를 골자로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약 73조 1,484억 원)에 이르는 감세정책을 꺼내 들었다. 이 같은 대책 없는 감세정책으로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가 급락하는 등 경제에 충격을 주자 결국 영국 총리는 최단 시간 만에 교체되었다.
트러스 총리의 기준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용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윤 대통령은 몇 번이나 사임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부자 감세에 집착하는 윤석열 정권
취임 전부터 부자 감세를 예고해 온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주요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7년까지 5년간 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총 73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감세 규모로 보면 영국의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보다 큰 규모다.
▲ 윤석열 정부 법인세제 개편안 / 자료 : 기획재정부 © 박영준 기자
윤석열 정부의 감세안에서의 핵심은 법인세 감세다. 기존 25%의 세율을 적용받던 3,00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을 없애고 22%로 하향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감세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재벌 대기업이다. 2020년 기준 3,000억 원 초과 과표구간에 해당하는 기업 수는 법인세 신고 법인 83만 8,000개의 0.01%, 법인세 납세 대상이 되는 흑자 법인 53만 2,000개의 0.02%에 불과한 약 80여 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장석우 변호사(회계사)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과표구간 조정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기업(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 기업)에 돌아가는 법인세 감세효과는 매년 약 4조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1조 2,670억 원으로 전체 혜택의 30%가량을 가져간다. SK하이닉스 4,230억 원, 포스코 2,21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 1,080억 원, 국민은행 1,050억 원 등의 순이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정부가 신앙처럼 되뇌는 것처럼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겪으며 재벌 감세가 국내 투자나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없음을 몸소 체험해 왔다.
그 외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도 유예하려 한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이 5,000만 원을 초과한 투자자는 1.6%(12만 3,575명)에 불과하다. 1.6%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가업을 후계자가 승계하는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가업상속공제도 확대하려 한다. 지금은 중소기업(매출액 4,000억 원 미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매출액 1조 원 미만)도 세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빙그레 등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도 가업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부자 감세의 전형임을 이미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부자 감세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각 1%씩 세율 인하,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등으로 합의되었다).
서민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부자 감세
부자 감세 문제는 단순히 ‘기업 퍼주기’라는 비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부자 감세는 정부 재원을 감소시키고 이는 복지 등에 관련된 정부지출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서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2년 정부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추계(단위 : 억원) / 자료 : 국회 예산정책처 © 박영준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안대로 감세가 진행되면 향후 5년간 법인세 부분에서만 32조 3,000억 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의 전체 세제 개편안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73조 6,000억 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막대한 지출이 예고된 복지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것만 이행하는데도 209조 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이 ‘건전재정’만을 강조하고 있다.
73조 원의 세수가 줄어들면 누가 그만큼 세금을 더 내든지 또는 그만큼의 서비스를 못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봤을 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올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주거 안정 수단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하고 지역경제와 자영업자 살리기에 큰 역할을 했던 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노인 일자리, 돌봄 등 복지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고물가 시대에 위험천만한 부자 감세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부자 감세다.
물가가 급등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경제난은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서민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부자 감세를 단행해 정부의 곳간을 가볍게 하는 조치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법인세 감세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결국에는 정부 재정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할 것이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 감세가 투자를 증대시킨다는 정부의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당장 단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서민들은 당장 죽어나는데 말이다. 특히 지금 같은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에서 감세로 투자나 고용이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부자 감세정책은 물가 잡기와도 상충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의 핵심은 부자증세를 통한 정부지출 확대다(여기서 이 법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국가들에 얼마나 부당한 법안인지는 논외로 한다). 연간 수익 10억 달러가 넘는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10년간 2,580억 달러, 약 340조 원)하는 등 부자증세를 통해 7,400억 달러(약 961조 원) 재원을 확보해 정부지출을 늘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 법안의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라는 점이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돈이 정부로 회수되고,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정말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 기업이 물건을 많이 사지 않게 되면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 구조를 가지고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정책을 돌아본다면 윤석열 정부가 서민을 위한 물가 잡기를 신경이라도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서민의 삶은 곳곳에서 파탄 나고 있는데도 부자 감세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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