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히메노 코토리, 도서 한국고대사 탐색의 세 가지 시선(저자 장창은)
한국 고대사 판에서 백제 건국 이야기는 다른 나라들의 건국신화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음.
그 중 하나가 국가 시조는 알에서 태어나던 당시의 유행을 거스르는 시크한 매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건국 설화에 따라 백제 시조가 온조가 되었다, 비류가 되었다 한다는 점임.
먼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온조 시조 전승의 내용은 이러함.
옛날옛날에 주몽이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 졸본에 도착했습니다.
졸본을 다스리던 남왕은 그남이 비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둘째 딸을 그남과 결혼시켰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는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이 태어났고, 이후 주몽은 고구려를 건국하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몽이 이전에 살던 나라에서 낳은 아들인 유리가 아버지를 찾아왔고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삼았습니다.
개비의 근본없는 후계자 정책에 실망한 두 아들은 자신의 살 길을 알아서 찾기로 하고 자신의 신하들과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부아악(현재 북한산)에 도착했고, 산 정상에서 주변 땅을 살펴보니 한강 유역이 살기 좋아보였습니다. (사족 : 사람 보는 눈 다 똑같다.. 나도 부자되면 한강뷰에서 살고 싶음...)
하지만 부동산알못이었던 비류는 바닷가인 미추홀에서 살고 싶다고 우겼고, 결국 형제는 따르는 무리를 반으로 쪼개 각각 미추홀과 하남위례성에 나라를 건국했습니다.
온조는 신하 열 사람을 거느리고 나라를 세웠다 하여 나라 이름을 십제로 지었습니다.
비류가 직접 살아보니, 바닷가 지역인 미추홀은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농사를 지으며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온조가 자리를 잡은 하남위례성은 과연 삼국이 서로 갖겠다고 싸울 만큼 뷰도 기가막히고 농사 짓기에도 좋았답니다.
이를 본 비류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다가 죽어버렸고
온조는 형의 백성들까지 흡수하여 나라 이름을 백제로 고치고 백제 건국 시조가 되었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거봐 여기가 더 낫지가 맞긴 한데 짤이 왜이리 얄미운지는 모를...
하여튼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또 다른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니, 이를 비류 전승이라 부르겠음.
옛날 먼 옛날에 졸본 땅에는 소서노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소서노는 북부여 왕 해부루의 후손인 우태와 결혼하여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을 두었지만 곧 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서노는
북부여에서 도망친 그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몽이 마음에 들었던 소서노는 그남이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도록 손을 좀 써주었고, 두 사람은 결혼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고구려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유리가 아버지를 찾아와 태자가 되어 왕위를 이었습니다.
생판 남의 눈치를 보며 살 처지가 되자 비류는 온조를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대왕이 여기로 왔을 때 우리 어머니가 가산을 털어 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헝을 하셨는데, 이제 유리가 왕이 되어 우리는 귀찮은 혹이 되었구나.차라리 어머니를 모시고 남쪽으로 가 나라를 새로 만들자.'
마침내 비류는 동생과 함께 무리를 이끌고 패수와 대수를 건너 미추홀에 나라를 건국하여 살았답니다.
아니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란 말임??
사실 이야기의 구조만 따지고 봤을 때는 비류가 망한 이야기가 더 강조된 온조 전승보다, 가계도가 복잡하고 이동 경로가 구체적인 비류 전승이 더 먼저 성립되었고 역사적 사실 또한 풍부하게 내포하고 있을 거라고 함.
그렇다면 온조가 백제 시조라는 소리는 순 거짓말이라는 소리일까? 우리가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었던 걸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음.
역사학자들은 두 사람이 생물학적 형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임.
2천년 넘게 형제인 줄 알았던 두 사람, 알고보니 친형제가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
고대 국가의 외교 관계가 반영된 설정으로 보는 것임.
먼 옛날, 한반도의 한강 유역과 인천 유역에 각각 온조와 비류를 시조로 하는 고대 세력이 있었고, 두 세력 간에 긴밀한 교류가 있었던 흔적이 형제라는 설정으로 설화에 남았다는 이야기임.
비류 전승이나 온조 전승이나 비류가 형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온조 세력보다는 비류 세력이 먼저 미추홀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
그렇기에 초반에는 비류 세력이 외교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후 온조 세력이 성장하여 비류 세력을 집어 삼켰으리라 추정하는 것임.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
비류 세력은 온조 세력에게 삼켜졌는데, 어떻게 전승 설화가 남아 있을까?
여기서 백제 왕 계보를 들여다보면 2,3,4대 왕의 이름이 모두 루 돌림으로 끝나는 걸 볼 수 있음.
한자로 쓰면 각각
多婁
己婁
蓋婁
로 정말 돌림자같이 같은 한자를 쓰고 있음.
이 루(婁) 라는 한자는 류(留) 나 류(流)라는 한자와 통하는 글자인데, 비류를 한자로 쓰면 沸流, 즉 루(婁) 라는 한자와 통하게 됨.
이뿐만이 아니라 비류 전승에서 비류,온조 형제의 조상님이 되는 해부루의 이름에도 역시 解扶婁, 문제의 루가 들어감.
이로 미루어 볼 때, 비류 세력은 온조가 죽은 이후에도 한동안은 힘을 유지하며 온조 세력과 경쟁했던 것은 아닌가 추측할 수 있음.
정말 백제도 초반에는 신라같이 연합국가 형태로 다른 가문이 돌아가며 왕을 배출했던 것일까?
미심쩍은 부분은 이뿐만이 아님.
백제 왕실 계보를 보면 8대 고이왕은 4대 개루왕의 아들인데 즉위 연대가 너무 차이가 남.
고이왕이 개루왕이 죽는 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 쳐도 고이왕의 수명이 너무 수상해짐.
166년생이 286년까지 살았다...? 그 시대에 120살이라고요..? 자네 모부가 그린란드 상어 알에서 태어났는가?
6대 구수왕과 11대 비류왕도 비슷함. 234년 생이라고 쳐도 110세에 죽었다는 소리가 됨.
백제 시조가 거북알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장수임.
고구려 장수왕도 100살을 못 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계도에는 한 혈연으로 메꿔놓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추측이 타당함.
저 기묘한 수명의 가계도에는 사실 온조계와 비류계의 왕위 다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온조계가 승리하여 비류계 왕들이 지워지고 빈 자리에 기묘한 수명이 남은 건 아닐까?
물론 정설은 아니고 모두 추측일 뿐임.
대체 그 옛날 백제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첫댓글 헉 너무 재밌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얘기도 오늘 검색하다 안 건데 고와 해가 사실상 같은 의미를 품은 건 아니냔 설도 있더라. 해라는 성씨가 정말 하늘에 뜬 해를 가리키는 거고 그걸 다른 한자로 표기한게 고라서 고구려 왕족 성씨가 고씨 해씨 표기가 제멋대로인 거 아니냐고. 그땐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일정한 맞춤법도 없고 그래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는 설을 봄
@히메노 코토리 마쟈 !!고씨와 해씨가 아마 같은 성씨일거란 이야기 나도 본적 있어 ㅋㅋㅋ
재밌당 근데 주몽 ㅋ.. 진짜 싸튀충같어
너무 재밌다
고대로 갈수록 사료는 적고 비유와 상징이 많아서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해서 재밌다 ㅋㅋㅋ
와 진짜 흥미돋 ㅠㅠ
재밌다
고구려도 보면 5부족이 돌아가면서 왕했다는데 고주몽아들 유리왕 유리왕 아들 대무신왕이라는데 이말이 넘 이해안갔어 돌아가면서 왕했다는데 왜아들인지??
고대는 아들이라든지 형제라든지를 글자그대로보면안되나봐
개꿀잼 진짜 흥미돋이다
ㅋㅋㅋ자네모부가 그린란드 상어알에서태어났는가ㅋㅋㅋㅋㅋ
글 존나 재밌어ㅜㅠㅠㅋㅋ역알못인데도ㅋㅋㅋㄱ존나꿀잼
오ㅏ 진짜 너무 재밌다 미쳫다
재밌다ㅋㅋㅋㅋ 사료가 적은게 아쉽네
와 개흥미돋
이런글 마니마니써주라 여시야
너무재밌다 ㅠㅠㅠ
이런글 너무 재밌어!!!!!
와 정말 흥미롭다 이런 글 최고야!! 넘잼써!!
타임머신좀 개발했으면... 직접가서 보고 다 기록으로 남겨두고싶다
와 이거 넘 재밌어...
우와 여시야 나 사학과인데 너무 흥미돋이다 진짜 공부하다가 페이지 촤락촤락 넘겨서 이부분 자세히 보고 왔잖아.......고마워 이걸 교육학 용어로 뭐라고 하는데 오수벨의 유의미 학습이론인가 내가 빡대가리라ㅎㅜ 암튼 이부분 볼때마다 계속 이 게시글이 생각나면서 넘넘 흥미롭게 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앜 신나 재밌는부분 생겼다!!! ㅎㅎㅎㅎ
오.. 재밌다!
자네 모부가 그린란드 상어 알에서 태어났는가?? 아 진짜 넘 웃겨 ㅋㅋㅋㅋㅋ근데 진짜 신기하다 둘이 친형제인줄 알았는데 너무 흥미로워
와 대박 흥미돋..!
와 재밌어ㅋㅋㅋㅋㅋ 진짜 흥미롭다
오오...존나흥미돋는다 역사얘기너무재밌어..
와 재밌다..
헐 흥미돋..!.!...
헐 흥미돋...
미친 개흥미돋
진짜 흥미로운 가설이다 ㅋㅋㅋㅋㅋ 한국사 공부할 때는 그냥 넘겼었는데 되게 재미있어
여샤 역사팟캐스트해줘 내가꼭 들을게....
아졸라잼따
아 진짜 너무 재밌다 여샤ㅜㅜㅜㅜ 이런거 첨 들어봤어.... 책 근데 진짜 얄미웤ㅋㅋㅋ 어린이 책 맞냐구욬ㅋㅋㅋㅋㅋㅋ
와 흥미돋... 한번도 생각 안해봤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