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포천 영북면 아트팜 체험목장에 다녀왔다. 딱지치기, 팽이치기, 비석치기도 책에서 보는 아이들에게 목장이라도 보여주고 싶어서다. 얼마 전 쇠죽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소가 죽 먹고 사느냐는 질문도 받았던 터다. 물론 요즘 쇠죽을 끓일 리도 없고 목장주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아트팜 체험목장은 1만5000평. 고만고만한, 아니 허름한 시골목장인 줄 알았는데 꽤 세련됐다. 마당에는 넓은 잔디운동장이 있고,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소가 운동장과 아트팜 체험교실 앞에 놓여있다. 플라스틱 소를 타고 노는 것까지도 즐거워했다. 젖짜는 소 30마리, 키우는 소 30마리 등 모두 110마리의 소를 사육 중이다. 나귀와 산양도 보였다.
아트팜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은 ①소 젖 주기 ②젖 짜기 ③치즈 만들기 ④아이스크림 만들기 ⑤트랙터 타기 등 모두 5개. 다 하려면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 한 체험은 소 젖 주기. 운동장 한 쪽 우리엔 15~40일 정도된 예닐곱 마리의 송아지를 따로 떼내어 놓았다. 송아지의 키는 1m 안팎. 이제 한 달밖에 안 된 송아지인데 꽤 컸다.
“소의 위는 모두 4개나 돼요. 그래서 되새김질을 할 수 있어요. 하루에 약 2~4ℓ의 우유를 마신답니다. 더 주면 하염없이 마셔서 나중에 탈이 나요.”
아이들이 우유통을 들자 송아지들이 눈치를 채고 우유통 앞으로 달려들었다. 송아지는 1ℓ정도 채워진 우유통을 단박에 비우고 입맛을 다셨다. 40일이 넘으면 우유와 건초를 함께 섞여 먹인다. 처음엔 멈칫거리던 아이들은 금세 신이 났다. 사진도 찍고,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아빠. 벌써 뿔이 나려고 해요. 머리에 뿔이 날 것 처럼 오똑해.” 아이들은 우유가 떨어지자 건초를 집어 송아지에게 달려갔다.
소 젖 짜기는 멈칫거렸다. 비록 평행봉 같은 특수제작한 틀에 매여있는 소였지만 몸집이 제법 컸기 때문이다. 젖은 아이들 책가방만큼 컸다. 아이들은 “젖에 털이 있어서 기분이 이상하다”며 께름칙한 표정이었다. 젖꼭지를 잡고 쥐어짤 때 물총 같이 젖이 뿜어져 나왔다.
“소 한마리에서 하루 얼마나 많은 우유가 나올까?” “보통 30㎏, 한달에 900㎏ 이상 나오는거지. 14개월이 되면 송아지를 갖게 인공 수정을 시켜. 280일 정도 임신 후에 출산을 하면 두 살 정도면 젖을 짤 수 있어요. 1년 중 두달 쉬고 10개월 동안 젖을 짠단다.”
아이들은 꽃보다는 동물을 더 좋아한다. 색깔이 예쁘고 화려한 꽃도 동물만 못하다. 다른 체험 프로그램에선 지루해하던 아이들도 동물체험에선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과학교실을 떠올리게 했다. 공 모양의 플라스틱 통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도구. 한쪽은 얼음을 재우게 돼있고 다른 한쪽은 아이스크림 컵이 들어가 있다. 얼음을 채운 뒤 소금을 두어스푼씩 집어넣었다.
“소금을 넣는 이유는 소금이 온도를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아이스크림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문득 1970년대 초반 ‘아이스께끼통’이 생각났다. 당시 구멍가기에선 고무 주머니에 얼음을 넣고 거기에 소금을 집어넣었다. 얼음주머니가 새면 소금물이 흘러나와 ‘아이스께끼’에 짠 맛이 배곤했다. 얼음에 소금을 넣는 것은 바로 이런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대편 컵에는 우유와 휘핑크림, 딸기나 초코시럽을 넣었다. 다음은 흔들기. 목장 교사는 그냥 흔들면 재미없고 힘들다며 아이들에게 축구를 하듯 차고 놀라고 했다. 10분쯤 이리저리 공을 굴린 뒤 통을 여니 우유가 셔벳 같은 아이스크림이 됐다.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아이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선 축구하면서 아이스크림 만드니 좋겠다”고 했다.
치즈 만들기는 비디오로 치즈 제작 과정을 본 뒤 시작한다. 우유를 중탕해서 단백질 고형분을 추출하는 등 모든 발효 과정을 다 해볼 수는 없다. 커드라고 불리는 단백질 덩어리가 치즈로 변해가는 과정만 보여준다.
일단 고무장갑을 끼고 따뜻한 물에 담근 커드를 주물럭거린다. 피자 반죽처럼 펴 보기도 하고 가래떡처럼 길죽하게 늘이기도 한다. 이렇게 한 커드 덩어리를 찬 물에 담근 뒤 손으로 찢는다. 찢겨지는 부분이 영락없는 닭가슴살 같았다. 막 만든 치즈는 신선하고 향이 살아있었다. 최형국 이사는 “㎏당 8시간 이상씩 염수에 담가놓는 마지막 과정까지 할 수는 없어 이렇게 만든 치즈는 싱겁다”며 “치즈를 김에 싸서 먹어보라고 한다”고 했다.
치즈교실 반응은 좋았다. 참가자들은 치즈 한조각 남기지 않았다.
이날 놀토라서 아트팜을 찾는 사람은 약 300명. 주말에는 보통 200~250명 정도가 찾는다. 평일에는 100~120명 정도다. 아트팜은 10명의 마을 주민이 함께 운영한다. 체험목장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예산 일부를 지원받아 시설을 보강하고 지난 6월 개장했다. 지난 10월 말까지 6000명이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공동목장주들이 다 진행교사로 나와 생생한 목장생활을 들려준다. 박재준 이사는 “12월부터는 아이스크림 체험 대신 논물을 얼려 얼음지치기와 팽이치기, 썰매타기 같은 프로그램을 집어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길잡이
자유로를 타고 문산을 거쳐 포천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조금 주의해야 한다. 일단 자유로~37번국도~전곡 읍내까지 간다.
전곡읍에서 고가도로를 타고 연천 방향으로 가지 말고 우회전해서 포천 방향 37번 국도를 계속 탄다.
문제는 내비게이션에서는 오가리삼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보장초등학교를 지나 오가베델교회 앞에서 우회전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이 길은 비포장길로 위험하다.
오가리삼거리에서 좌회전 하지 말고 직진하는 게 낫다. 43번 국도가 나타나면 좌회전. 일동터널을 지나 운천 제2교차로에서 대회산리 방향으로 좌회전 언덕길을 타고 내려가면 막다른 삼거리. 오른쪽에 잔디밭으로 되어있는 목장이 아트팜이다. 의정부나 동두천에서도 마찬가지로 43번 국도를 타고 온다. 송아지 우유먹이기, 사료 주기, 트랙터 마차타기, 사료랩 그림그리기, 아이스크림만들기는 1만원 추가다. 치즈 만들기까지 하려면 1만원 추가. 평일은 1주일 전, 주말은 2주 전, 노는 토요일은 3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www.art-farm.kr 031-536-5216
목장체험 어디서 할 수 있을까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밝힌 전국의 체험목장은 모두 8곳. 대개 송아지 우유 주기, 건초 주기, 소젖 짜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이 기본이다. 여기에 치즈 만들기는 추가요금을 받는다.
△ 경기 용인 농도원=4만5000평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체험목장 중 하나다. 기본체험에 치즈 만들기를 포함해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8000원. 11월까지는 평일과 주말 모두 진행. 12월 ~2월은 주말만 진행. 평일 한 달 전, 주말 두 달 전 예약. http://www.nongdo.co.kr 031-334-3901
△ 경기 여주 은아목장=기본체험에 점심식사, 왕복 버스비, 여행자보험 포함, 3만9000원. 어린이는 3만7000원. 평일 1주 전, 주말 2주~1개월 전 예약. http://www.eunafarm.com 031-882-5868
△ 경기 파주 모산목장=기본체험 1만2000원, 치즈 만들기 포함해 2만5000원. 한달 전 예약. http://www.mosanfarm.com 031-946-8026, 017-353-6480
△ 충남 당진 태신목장=체험목장으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30만평. 초지 4만평. 2500마리. 젖 짜는 소 5마리. 기본체험 외에 승마체험, 마차타기 등이 있다. 기본체험은 1만원. 치즈 만들기는 1만원 추가. 승마체험은 5000원, 마차타기는 2000원. http://www.taeshinfarm.com 041-356-3154, 355-5342
△ 전남 무안 파도 목장=기본체험에 갯벌체험도 한다. 1만원. 치즈 만들기는 1만원 별도. 12월부터 2월까지는 주말만 진행. http://www.padofarm.co.kr 061-453-6193
△ 울산 울주 신우목장=초지 20만평. 젖소 120마리, 한우 150마리. 기본체험 어른 2만5000원, 어린이 2만3000원. 11월까지만 체험. http://www.sinwoomilk.com 052-264-9332~4, 080-55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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