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마중
2023년 4월 2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이튿날
4월이 왔음에도
강원도 설다목 산골은 이른 아침 난롯불을 지핀다.
아직까지도 이른 아침은 영하의 기온에 된서리가
하얗게 내리기 때문이다. 오늘도 영하 2도에 머문
기온이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서리도 내려앉았다.
24년을 살고있는 이곳이지만 참으로, 아주 특이한
기후조건의 산골이다.
지난해 8월에
컴백한 둘째네는 우리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인다.
처제도 나름 산골살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서방은 엄청 열심히 단지를 정리할 뿐만아니라
목공예 공방정리를 하고 셋팅을 하느라 하루해가
모자를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제는 운영을
시작한 카페 데크에 오일스텐을 두 번씩이나 칠을
했다. 보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칠하는
것이 꽤나 힘들고 만만찮은 일이다. 젊은 감각인지
색감이 시원해 보여 좋다.
모레부터 한 이틀
비소식이 장작집 보수를 해야겠구나 싶어 나갔다.
아내는 며칠 더 쉬었다가 일을 하라고 성화였지만
푹 쉬었더니 몸도 가벼워지고 힘든 일이 아니라면
해도 될 것 같았다. 지난해 급하게 후다닥 지어놓은
장작집 지붕에 재활용 비닐천막을 덮고 뒷쪽으로는
비가 들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천막을 조금
넓게 펼쳐 줄로 묶어 고정을 시켜놓았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드릴로 피스를 박아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고정을 시켰다. 아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나와
함께 도와주어 금새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다.
봄이 왔다면서
아내가 실내 화초들 화분갈이를 해야겠다며 밖으로
꺼내다 달라고 했다. 아내는 예전 도시에서 살던 때
부터 실내 화초를 정성껏 잘 길렀다. 다른 화초들은
화분이 좋아 잘 자라고 꽃도 피고 있는데 군자란은
화분이 좁아 꽃이 피다 마는 것 같다며 화분갈이를
해야한다고 했다. 기왕 하는 김에 산호수와 수국도
분갈이를 해야겠다고 하여 화분을 준비해주었더니
아주 그럴듯하게 화분갈이를 잘 해놓았다. 이제는
군자란 꽃도 보게 될 것 같다.
자투리 땅을 일군 밭에
심어놓은 아스파라거스를 장독대옆 자그마한 곳에
옮겨심었다. 지난해 봄 마을 형님께서 길러보라며
주신 열 그루인데 한해동안 뿌리가 엄청 튼실하게
자라고 퍼져 분을 떠서 파왔는데 한 그루를 들기도
힘들 정도였다. 여러해살이 작물이라 고정적인 곳에
심어놓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밭가운데 심어놓아
밭갈이를 하기가 곤란하여 옮겨야만 했다. 지난해는
번식을 위해서 꺾어 먹지를 않았으나 올해는 수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꽤 비싼 고급 채소라고 하는
아스파라거스를 우리가 손수 길러서 먹을 줄이야...
어제 식탁에는
색다른 반찬이 하나 올라왔다. 바로 잔대 무침이다.
아스파라거스를 옮겨심으려고 장독대옆을 팠더니
큼지막한 잔대 한 뿌리가 나왔다. 아마 10년 이상
묵은 것 아닌가 추측한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다.
잔대 뿐만아니라 더덕이 나오곤 한다. 이런 걸 두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고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산골에 봄이 시작되어 가족들은 각자 나름의 일에
충실하며 봄마중을 하고 있다. 보건진료소에서 지은
약을 먹고 한 이틀 쉬었더니 몸살 기운도 사라졌다.
오늘부터는 다시 장작옮겨 쌓는 일을 해볼까 싶다.
이제는 정말이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느릿느릿,
쉬엄쉬엄 일을 하자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첫댓글 불로소득, 아니지요
촌부님의 일상속에서 주어지는 행복이라는 생각입니다.
ㅈ나대 한뿌리로 양념한 반찬이 정말로 맛나 보입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봄맞이 시간들이 눈에 선하네요~
건강 조심 하시며 오늘도 파이팅 입니다.
10년 묵은 잔대가
산삼이나 진배없을텐데
힘이 팡팡 나시겠어요.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