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
1. 다방의 `레지`의 어원
다방에 `레지`가 있지요. 이 `레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영어의 lady 가 국어에서 `레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영어의 register에서 온 말이지요. 일본에서는 다방에 소위 카운터에서 요금을 `계산하는` 사람이 주로 여자가 했었는데, 이 `레지스터`를 줄여 `레지`라 했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대로 사용된 것입니다.
2. `마누라` 등의 어원
`아내 우리나라 말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그 사람이 혼인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한 벼슬을 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지칭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지칭할 때, `남정네, 남진, 남편, 사나이, 총각` 등이 있고, 여자를 지칭할 때에는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부인, 처녀` 등 꽤나 많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쓰인 것인지는 대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들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되어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내`는 지금은 그 표기법도 달라져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안해`였지요. `안`은 `밖`의 반의어이고, `-해`는 `사람이나 물건을 말할 때 쓰이던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그 뜻이 `안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안사람`이란 말을 쓰고 있지 않던 가요? 거기에 비해서 남자는 `바깥 사람, 바깥분, 바깥양반` 등으로 쓰이고요. `부부``를 `내외`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지요.
`여편네`는 한자어이지요. `여편`에다가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이지요. 어느 목사님께서 혹시 남편의 `옆`에 있어서 `여편네`가 아니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즉 `옆편네`가 `여편네`가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목사님의 설교에서 그렇게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자를 뜻하는 `남편`은 도저히 그 뜻을 해석할 수 없지요. `여편네`와 `남편`은 서로 대립되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나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를 때나,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예를 들면 `주인 마누라` 등)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이었는데,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또는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극존칭으로서,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부르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 웃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르거나 대통령이나 그 부인을 `마누라`라고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큰 싸움이 나거나 국가원수 모독죄로 붙잡혀 갈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아내의 호칭으로 변화하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남편을 `영감`이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영감`은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판사나 검사를 특히 `영감님`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것은 옛날 그 관원의 등급과 유사하여서 부르는 것입니다. 옛날에도 남편보다도 아내를 더 높여서 불렀던 보양이지요? 남자는 기껏해야 `정삼품`으로 생각했는데, 아내는 `왕이나 왕비`로 생각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마누라`와 `영감`은 대립어가 된 것입니다.
3. `사꾸라`의 어원
오늘은 우리가 늘 쓰던, 그리고 지금도 쓰고 있는 일본어 `사꾸라`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사꾸라`는 일본의 국화 `사쿠라`를 연상하게 하지요. "그 사람 사꾸라야"처럼 이 `사꾸라`는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의 `사꾸라`는 `벚꽃`인 `사쿠라`가 아닙니다. `사꾸라`는 역시 일본어인데, sakura, 즉 말고기를 뜻합니다. 일본에서 쇠고기로 속여 말고기를 파는 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4. `코오롱`과 `나이롱`의 뜻
우리나라에 `코오롱` 회사가 있지요. 원래 이 회사는 섬유로부터 시작한 회사입니다. 이 `코오롱`은 `코리아`+ `나이롱`에서 온 말입니다. 그리고 `나이롱`이란 말도 원래 `최신`이란 뜻을 가진 관형사인데, 미국 듀폰(Dupon)사의 상표로부터 일정한 섬유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이롱 뽕`이라는 화투의 용어가 생긴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4. `꿩 머고 알 먹고`의 뜻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은 `일석이조`란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왜 그러한 말이 나왔을까요? 꿩처럼 주위의 소리에 민감한 동물도 드물 것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가는 소리만 들으면 금방 튀어 날라가 버리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알을 품고 있을 경우입니다. 알에 대한 모성애가 강합니다. 꿩을 기르고 있는 곳이 있으면 한 번쯤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알을 품고 있는 꿩을 발견하면, 꿩도 잡고 알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이 나온 것입니다.
5. `학독`의 어원
어느 분이 `학독`의 뜻을 물으셨고, 이 태영 교수가 그 뜻을 알려 드렸습니다. 방언 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이 태영 교수의 풀이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학독`은 원래 `확독`입니다. `확`은 지금도 방언형에서 쓰이고 있는데, 나무나 돌을 움푹파서, 그곳에 고추를 넣고 찧거나 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움푹들어간 곳을 `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은 `돌`의 방언형입니다. 지금도 남부방언에서는 `돌`을 `독`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늘 말하는 `바둑`의 `둑`도 원래는 `돌`의 뜻입니다. `바둑`도 방언에서 `바돌`이라고 하는 지역이 많거든요.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6. `개나리`와 `진달래`의 어원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와 `진-`이 접두사임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개나리`는 `나리`에 접두사 `개-`가 붙은 것이고 `진달래`는 `달래`에 접두사 `진-`이 붙은 것입니다. 나리꽃은 나리꽃인데, 그보다도 작고 좋지 않은 꽃이라고 해서 `나리`에 `개-`를 붙인 것이고, 달래꽃은 달래꽃인데 그보다는 더 좋은 꽃이라고 해서 `진-`을 붙인 것입니다. 원래 `나리`꽃은 `백합`꽃을 일컫던 단어였습니다. `백합`꽃과 `개나리`꽃을 비교해 보세요. `나리`꽃과 `달래`꽃을 아시는 분은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것에는 접두사 `진-`을, 좋지 않은 것에는 접두사 `개-`를 붙인 단어가 우리 국어에는 무척 많지요. 이러한 것의 전형적인 것을 들어 보일까요? 개꽃`과 `참꽃`을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분은 아마도 대전과 군산을 잇는 경계선 아래에 고향을 두신 분입니다. 즉 이 단어는 영남과 호남의 일부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방언입니다. 그 북쪽이 고향이신 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꽃은 `참꽃`이고 먹을 수 없는 꽃은 `개꽃`이지요.
7. `고주망태`의 어원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때 `고주망태`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퍼마셨다`고 말하지요. 이 고주망태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고주`를 `고주`(쓸 고, 술 주)라고 해석하는 분도 있지요. 그러나 `고주`는 `쓴 술, 또는 독한 술`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가 아닙니다. `고주`는 고유어입니다. 원래는 `고자(아래 아)`이지요. `고자(아래 아)`란 `고조`라고도 썼는데, 그 뜻은 누룩이 섞인 술을 뜨는 그릇을 말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와 같은 것으로, 무엇을 담는 그릇을 말하기도 하고, 전혀 쓸모없이 되어버린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주망태`란 술통을 통째로 마신 것처럼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8. `썰매`의 어원
겨울이 되면 썰매를 타고 놀곤 하던 생각이 나는 분이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시골의 깊은 산촌에나 가야 어쩌다 발견하는 것이어서 젊은 사람들 중에는 이 `썰매`를 구경도 못한 사람이 꽤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젼에서 국민학교 학생에게 `인두`를 보이며 이것이 무엇에 썼던 것인 것 같으냐고 물으니까, 한참 들여다 보다가 `화살촉`이 아니냐고 되묻는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린이들에게 `썰매`를 보이면, `나무깔판`이 아니냐고 되물을 것 같습니다. `썰매`는 엉뚱하게도 한자어입니다. 즉 `설마`(눈 설, 말 마)의 음이 변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눈위에서 달리는 말`이란 뜻이지요. 어떻습니까? 그럴 듯하게 이름을 붙였지요? 이렇게 우리 선조들은 슬기롭게 이름을 붙였었습니다.
9. `계집`과 `집사람`
`계집`은 지금은 비칭이 되었지만, 본래는 그 형태가 `겨집`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 `겨시다`(계시다)이기 때문에 `겨집`이라고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민간어원설입니다. `겨집`은 `여자`의 뜻으로, 평칭으로 사용되어서 `아무개는 아무개의 겨집이다`라고 했었는데, 이 `겨집`에 `가 비칭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가 많지요. `버리다`도 `베리다`라고 하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말할 때 쓰인다던가, `소주`를 `쇠주`라고 하면 역시 낮추어서 부르는 것이 된다던가 하는 것 등이 그러한 것이지요. `집사람`은 본래의 뜻은 이것의 한자어 즉 `가인`(집 가, 사람 인)으로서, `가족`이란 뜻이었지요. 부인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집사람`이라고 호칭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옛날 문헌에서 `집사람`이라고 한 것을 보면 대개 그 부인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었지요.
10. `마요네즈`의 어원
음식의 위에 덮어서 먹는, 또는 섞어서 먹는 `마요네즈`라는 것이 있지요? 간혹 `마요네스`라고도 합니다. 이 `마요네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이지요.
11. `호치키스`의 어원
종이의 묶음을 하나로 묶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계를 `호치키스`라고 하지요? 문방용구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미국의 발명가 Hotchkiss가 발명한 기관총(Hotchkiss gun)을 말하던 것이었는데, 소위 지철기(Stapler)의 상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호치키스`라는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12. `미역국을 먹다`의 어원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요즈음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원래는 미역국은 애기를 낳은 산모가 먹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미역국의 미역이 미끌미끌하니까, 그렇게 사용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름도 있을텐데, 하필이면 미역국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았을까요? 아직까지 이 말의 원래 뜻은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설이 있습니다.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원래 취직자리에서 떨어졌을 때를 속되게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도 유래가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 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을 때, 그 `해산`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해산`과 말소리가 같아서, 해산할 때에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관련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은 `해산`당했다는 말의 은어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취직자리가 떨어진 것과 시험에 떨어진 것과 같아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설은 아직 과학적으로 중명된 것은 아니니,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13. `간나이`와 `사나이`의 어원
`여인`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립되는 남자의 호칭 중에 `남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고 단지 `내외를 갖춘 남의 집 하인`을 뜻하는 `남진계집`이란 단어가 복합어로만 쓰일 뿐입니다.`남진`은 `여인`의 대립어인 `남인`(사내 남, 사람 인)의 우리식 발이 반시옷이 후대에 `진`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렇게 반시옷이 `지읒`으로 변화한 것 중의 하나가 `삼월삼질`(또는 `삼월삼즉 `삼월삼일`의 `일`이 `일(반시옷 글자)`이었는데, 이것이 `질`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왜 `여인`은 왜 `여진`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남진` 대신에 `남정네`가 쓰이지요. 이 `남정네` 역시 한자어입니다. `남정`이지요. `남`은 아실 것이고 `정`은 `니다. 여기에 접미사 `-네`가 붙어서 `남정네`가 된 것입니다. 이 `정`(고무래 정)과 연관시켜 생각할 것이 `간나이`와 `사나이`입니다. `간나이`는 지금은 방언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인데 옛날에는 `갓나히`였습니다. `갓`은 `여자`, 특히 시집가지 않은 젊은 여자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이 `갓`이 `가시`가 되고 이것이 다시 한자어에 견강부회식으로 붙여서 `각시`를 만들었지요. 그러나 그 어원은 모두 `갓`입니다.
`나히`는 아직 그 어원을 알 수 없는 단어입니다. 이 `나히`에 `산`이 붙으면 `산나히` 즉 `사나이`가 됩니다. 이 `산`(원래는 아래 아 자)은 `정`을 말하는 것으로서 말하는 단어입니다. 옛날 문헌에는 `정`을 `산(아래 아자) 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간나이`와 `사나이`는 서로 대립되는 말입니다. 평안도 방언에서 `이 간나 새끼`라는 욕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여자 같은 새끼`라는 욕이겠지요.
14. `원숭이`와 `잔나비`
우리네 동양 사람들은 천간을 따져서 나이를 무슨 띠로 말하곤 합니다. 사람의 난 해를 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속성으로 상징하여 말하는 것이지요. 지지 중에 `신` 자가 붙은 해(예컨대 `갑신`년)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 띠`라고 하지만, 이것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옛날 노인들은 `잔나비 띠`라고 하셨습니다. 왜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했을까요?
우리 말에 옛날에는(17세기까지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성이`(원숭이 원, 원숭이 성)가 생겨났고 `성`의 음이 `승`으로 변하여(`어`가 `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많지요. `어른`도 `으른`이라고 하지 않나요?)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하여서 오늘날 `원숭이`가 된 것입니다.
원숭이의 고유어는 `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원`의 새김도 `납 원`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재다`(동작이 날쌔고 재빠르다)의 형용사형 `잰`이 붙어서 `잰나비`가 되고 이것이 음운변화를 겪어서 `잔나비`가 된 것입니다. 원숭이가 재빠르긴 재빠르지요(여기의 `재빠르다`도 `재다`와 `빠르다`가 합쳐진 말이군요). 아직도 방언에서는 원숭이를 `잰나비`라고도 하지요.
15. `우물`의 어원
요즈음이야 참 좋은 세상이지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옛날에야 어디 그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요? 모두 동네 우물에 가서 물을 동이에 이고 오거나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더군다나 남자가 물을 길어 오는 것은 금물이어서 여자분들이 꽤나 고생을 했었습니다.
`우물`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요? `우물`의 `물`은 알겠는데, `우`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우`가 아니라 `움`입니다. 그러니까 `움물`이 `우물`이 된 것입니다. `움`에서 나오는 `물`이란 뜻입니다. 지금도 `우물`을 `움물`이라고 하는 방언도 있습니다. 지금도 `움`이란 말은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움`을 파고 김치독을 묻거나, 움에다가 천으로 가려 집을 만들면 `움막집`이 됩니다.
16. `가게`의 어원
요즈음은 일상생활품을 어디서 사오나요? 옛날에는 `가게`에 가서 사 왔는데, 요즈음은 `슈퍼`에서 사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가게`라고 하는데, 저의 아들들은 꼭 `수퍼`라고 합니다. 한번은 `슈퍼마켓트` 주인이신 할머니를 `수퍼할머니`라고 해서 저는 어느 초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계신 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옛날의 `가게`는 물건을 널판지로 만든 시렁 위에 임시로 진열하여 놓고 파는 곳을 말합니다. 요즈음도 가끔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본래 `가게`(옛날에는 `가개`)란 말은 `상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렁, 선반 또는 차양을 뜻하던 것으로 행인이 앉아 쉬게 하던 평상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임시로 노점과 같은 것이 생기자 이 `가게`가 점차 상점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17. `따발총`의 어원
6.25를 겪으신 분은 `따발총`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소련식 기관단총이지요. 이것을 보통 `다발총`(많을 다, 필 발, 총 총)이라고 해석해서 한자어인 줄로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 말은 따발총 같애.` 라고 말하여 마치 속사포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하여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잘못 알고 계신 것입니다.`따발총`을 직접 보신 분이 계신가요? 탄창이 어떻게 생겼던가요? 마치 `또아리`(물동이 등을 머리에 일 때에 머리 위에 얹도록 만든, 짚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처럼 생기지 않았던가요? 이 `또아리`를 함경도 방언에서 `따발`이라고 합니다(`또아리`를 `또바리`라고 하는 방언도 있습니다). 함경도에서 소련식 기관단총에 `또아리`와 같은 것이 달렸다고 하여, 이 총을 그 방언에 따라 `따발총`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따발`이 한자의 `다발`과 비슷하니까, `다발총`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18. ‘무좀`의 어원
아마 무좀에 한번쯤 걸리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로 발가락 사이에 잘게 물이 잡히는 부스럼이지요. 혹시 이 말을 외래어로 아시고 계신 분은 안 계신지요? ‘좀`의 뜻은 아시지요? `좀`은 벌레 이름입니다. 보통은 `좀벌레`라고 하는 것인데, 나무, 곡식, 옷, 종이 따위를 쏘는 벌레의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도 고서 속에 생기는 이 좀벌레를 없애기 위해 `좀약`(나프타린)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좀`의 `무`는 무엇일까요? 앞의 `보조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좀`이 `니다. `좀`은 `좀이 쑤신다`처럼 참고 기다리지 못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앉았다 섰다 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지요. 그만큼 `좀`이 몸을 쑤시면, 가려워서 견디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좀도둑`의 `좀`은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좀(쫌)스럽다, 좀(쫌)팽이` 좀(쫌)상스럽다, 좀(쫌)생원`의 `좀`으로, `조금`의 준말로 쓰이는 것입니다.
19. `곶감`의 어원
`곶감`에 얽힌 이야기는 무척 많습니다. 호랑이가 자기보다도 무서운 것으로 알았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속담도 많지요. `곶감이 접 반이라도 입이 쓰다`(마음이 언짢아서 입맛이 쓸 때),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알뜰히 모아 둔 것을 힘들이지 않고 하나씩 빼어 먹어 없앤다는 뜻), `곶 감 죽을 먹고 엿 목판에 엎드러졌다`(연달아 좋은 수가 생겼다는 뜻) `곶감 죽을 쑤어먹었나`(왜 웃느냐고 핀잔 주는 말)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 등등. 이 `곶감`의 `감`은 물론 과일의 하나인 `감`이지요. 그리고 `곶`은 `곶다`의 어간 `곶-`입니다. `곶다`는 현대국어에서는 된소리가 되어 `꽂다`로 되었지요. 그래서 일부 방언에서는 `꽂감`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을 말합니다.
20. `마땅하다`의 어원
`마땅하다`는 "잘 어울리다, 알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따위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그 어감이 꼭 우리 고유어인 것처럼 생각되어서, 이 단어에 한자가 있다고 한다면,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마`가 한자일까? `땅`이 한자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말과 그 표기법이 큰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에 수긍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의 예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시면 수긍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땅하다`는 원래 `맛당하다`로 또는 `맛당하다`로 표기되었습니다. 이것은 `맞다`의 어간 `맞-`에다가 이 `맞다`와 같은 뜻을 가진 한자 `당(마땅 당)`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우리 고유어에다가 같은 뜻을 가진 한자를 붙여서 만든 단어이지요. 이처럼 우리 고유어에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는 꽤나 있습니다. `굳건하다, 튼실하다, 익숙하다`등이 그러한 예들입니다.
`굳건하다`는 고유어인 `굳다`의 어간 `굳-`에 한자 `건`(굳셀 건)이 합쳐진 단어이고요, `튼실하다`는 `튼튼하다`의 `튼`에 한자 `실`(열매 실)이 합쳐져서 된 말이지요. 그리고 `익숙하다`도 `익다`의 `익-`에 한자 `숙`(익을 숙)이 합쳐진 말입니다. 이렇게 고유어에 고유어가 뜻을 같이 하는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를 우리는 동의 중복으로 된 복합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한자어와 고유어를 합쳐서 쓰는 말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우리가 보통 드는 예는 `처가집, 역전앞, 무궁화꽃`등 정도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그 이상입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라실 것입니다. 다음에 그 일례들만 들어 보이도록 할 테니까, 하나하나 잘 분석해 보세요. 같은 뜻을 가진 한자와 고유어가 어떻게 섞여 있는지를요.
담장 바람벽 어떤 일미인 두견접동
장림숲 학두루미 옷칠 모래사장
손수건 속내의 새신랑 긴 장대
큰 대문 어린 소녀 젊은 청년 늙은 노인
빈 공간 넓은 광장 같은 동갑 허연 백발
누런 황금 배우는 학도 둘로 양분하다 미리 예습하다
다시 재혼하다 서로 상의하다 스스로 자각하다 배에 승선하다
자리에 착석하다 분가루 일전 한푼 자식새끼
외가집 면도칼 고목나무 진화되다
소급해 올라가다 유언을 남기다 상용하여 써 온다 피해를 입는다.
21. `지치다`의 어원
`피곤하다`는 뜻으로 곧잘 `지치다`란 말을 쓰지요. 그런데 이 `지치다`란 말은 원래의 뜻이 `설사하다`란 것이었습니다. 설사하는 행위의 결과로 신체에 나타나는 상태를 `지치다`로 하니까, 자연히 `피곤하다`는 의미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하다`로 쓰이던 `즈다`가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훈몽자회에도 지칠 설, 지칠 사로 되어 있습니다(이것은 현대의 표기법으로 바꾸어 쓴 것입니다)
22. 노래’와 `놀이`와 `노름`의 어원
`사람`, `삶` `살림`이 모두 `살다`에서 온 것과 마찬가지로, `노래` `놀이` `노름`도 한 가지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즉 `놀다`의 어간 `놀-`에서 온 말입니다. 각각 `놀- + -애`, `놀- + -이`, `놀- + -음`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우리들에게는 `노래, 놀이, 노름`이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요. `놀이`는 그럴 듯한데, `노래`나 `노름`이 `놀다`에서 나왔다는 인식은 들지 않지요. 그런 생각이 드는 단어일 수록 대개는 그 단어가 만들어진 역사가 오랜 것들입니다.
23. `클랙션`의 어원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은 가끔 `클랙션`(경적)을 사용하지요. 이 `클랙션`이라는 말은 이 기계를 만든 제조회사 Klaxon에서 나온 상표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것입니다.
24. `마요네즈`의 어원
음식의 위에 덮어서 먹는, 또는 섞어서 먹는 `마요네즈`라는 것이 있지요? 간혹 `마요네스`라고도 합니다. 이 `마요네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이지요.
25. `메리야스`의 어원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이제는 내의를 입어야 할 때가 되었지요? 우리가 흔히 `내의`를 `메리야스`라고 하지요. 이것은 본래 `내의`의 상표 이름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온 medias(한 켤레의 양말이란 뜻)란 상표가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는 `내의`란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26. `바바리 코트`의 어원
날씨가 추워지면서, 길거리에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람이 많아 졌습니다. 요즈음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람은 자가용이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이 옷을 입은 사람이 적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바`(overcoat)가 두텁고 무거워서 대부분 `바바리 코트`를 선호했었습니다. 가을이나 겨울 아무때나 입어서 전천후 코트가 되었었지요.
이 `바바리 코트`는 영국 Burbery 회사가 만들어낸 비옷(레인코트)의 상표 이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7. `고독`의 어원
여러분! 고독할 때가 많습니까? 그래서 `고독`을 씹는다는 말을 곧잘 하지요? 이 `고독`은 물론 한자말입니다. `외로울 고, 홀로 독`이지요. 그러나 어느 때가 외로울 때고, 어느 때가 홀로 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고독한 사람은 부모를 여의고, 짝을 잃은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고아`니 `독신`이니 하는 말을 하지요. 정말로 `고아`와 `독신`을 겸하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때가 진실로 고독한 때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고독하다`고 말씀하시지 마십시요. 그리고 고독한 척도 하지 마십시오. 물론 오늘날에는 그 뜻이 바뀌었지만 말입니다.
28. `코리아`의 어원
우리나라를 외국에서는 여러가지로 부릅니다. `코리아, 꼬레, 꼬레아`등 그 나라의 언어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영어권에서는 `코리아`라고 하지요. 이것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고려`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려`라고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여기에 `아`가 붙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코리아`는 `고려 + 아`가 연결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Korea`가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 즉 `a`는 무엇일까요? 외국의 지명에는 끝에 `a`` 많이 보이지 않습니까? `America, Canada, China, 오스트리아, 오스트랄리아, 기니아` 등 찾아 보면 무척 많습니다. 이 `a`는 영어에서 지명을 표시하는 접미사입니다. `코리아`는 `고려`에 `a`가 붙은 것이고, `China`는 `진`나라(진시황의)의 `진`에 `a`가 붙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인도지나`라고도 하지요. 그것이 영어 발음에 따라 `차이나`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