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난동범, 게임 중독… 1인칭 슈팅 게임하듯 범행”
檢 “계획 범죄” 조선 구속기소
“열등감에 빠져 또래 남성 공격”
‘살인예고’ 구속 12명으로 늘어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사진)이 사회 부적응에 대한 좌절감과 열등감에 빠진 상태에서 컴퓨터 게임을 모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11일 조선을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선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번화가에서 남성 A 씨(22)를 흉기로 약 18회 찔러 숨지게 하고, 이후에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조선은 사회 부적응,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이 겹치면서 다른 젊은 남성에 대해 좌절감과 열등감을 갖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외출을 거의 안 하고 게임 중독 상태로 지냈는데 범행 당일에도 1인칭 슈팅 게임(적의 공격을 피하며 무기를 쏘는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이 뛰듯이 걸으며 피해자의 옆이나 뒤에서 공격한 점 등이 1인칭 슈팅 게임의 플레이 방식과 유사하다”며 “게임 중독 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은 붙잡힐 상황에 대비해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범행 당일엔 망치로 PC를 파손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자루의 흉기를 동시에 구입하면 의심을 살 것을 염려해 마트 카운터에선 안 보이는 곳에 진열된 흉기 2자루를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검찰은 또 신림역 사건 사흘 후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살인 예고’ 글을 온라인에 올린 이모 씨(26)를 살인예비와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신림역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에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흉기를 구매하고 휴대전화로 유영철, 이춘재 등 살인 범죄자들의 얼굴 사진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남성혐오 갤러리에서 조선에 대해 ‘멋지다, 당장 석방하라’는 글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씨가 1700건의 여성 혐오 게시글을 작성한 것을 확인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1일 오전 9시까지 신림역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 315건을 적발해 119명을 검거하고, 1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0대 피의자가 많은 것을 고려해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인 경우에도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유채연 기자, 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