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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일대 7개 섬을 육지와 잇는‘천사대교’는 섬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증진시키고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대형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때에는 설계 등 핵심 공정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천사대교는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다산컨설턴트
지난 2019년 4월 개통한 전남 신안의 ‘천사대교’는 인프라 시설물 하나가 국민의 삶과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을 만하다. 7개 섬을 육지와 잇는 7.2㎞ 길이의 다리가 새로 놓이면서 과거 육지로 나오기 위해 1시간 넘게 배를 타던 섬 주민들이 이제는 자동차로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천사대교 덕분에 신안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지자체는 주변을 휴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설계부터 공사까지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한 천사대교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 발전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엔 ‘건설’하면 단순 시공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50년 가까이 건설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사업 경험이 축적되면서 최근엔 엔지니어링(engineering)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이 부쩍 늘었다. 엔지니어링이란 교량·도로·공항·플랜트 등 다양한 시설물에 대한 사업 기획부터 타당성 조사, 설계부터 운영 및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공정(工程)을 아우르는 산업이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12% 정도이지만, 전체 공정의 원가와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링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산업 위 산업’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가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5월 발표한 ‘엔지니어링 산업 혁신전략’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원당 고용 인원수)는 11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8명)이나 건설업(10.2명)보다 높다. 특정 산업이 직접 창출한 가치와 다른 산업에서 파생하는 부가가치의 비율을 나타내는 부가가치율 역시 엔지니어링 산업이 62.1%로 전체 산업 평균(38%)의 1.5배가 넘는다. 엔지니어링은 건설·플랜트·제조업 등 한국 주력 수출산업의 전방(前方) 산업이어서 ‘산업 위의 산업’이라고도 불린다.
단순 시공보다 수익성이 뛰어난 것도 엔지니어링 산업의 강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UAE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시공을 총괄한 삼성물산은 연인원(조업 기간에 일별 투입 인원을 모두 더한 것) 1만명을 투입해 4억60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지만, 해당 공사의 사업관리(PM)를 맡은 네덜란드 아카디스사(社)는 연인원 100명이 2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1인당 수익을 따지면 아카디스가 200만 달러로 삼성물산(4만6000달러)의 40배가 넘는다.
◇'K-엔지니어링’ 주도하는 중견기업들
국내 엔지니어링 사업자는 2016년 5910개사에서 지난해 7269명으로 5년 사이 23% 늘었고, 기업들의 수주 실적 역시 2017년 6조4959억원에서 지난해 10조1360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엔지니어링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중에는 중견기업이 많다. 미국 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에서 설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225대 기업을 매년 발표하는데, 작년엔 한국 기업 11곳이 포함됐다. 삼성엔지니어링(51위), SK에코플랜트(76위)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도화엔지니어링(55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108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140위) 등 일반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둘수록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허리가 탄탄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엔지니어링 산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을 만들었다.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의 위상 제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프로젝트와 기술자를 선정해 최고 1억원의 상금을 준다. 이달 29일까지 협회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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