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일수록 '혼밥'… 북유럽은 여전히 웃는다
팬데믹 이후 바뀐 풍경… ‘같이 먹는 삶’이 행복을 나눈다
캐나다와 한국이 '2025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나란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때 상위권을 지켰던 캐나다는 올해 18위로 추락했고, 한국은 지난해보다 5계단 내려간 58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는 가운데, 서구 산업국과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회적 연결’의 차이였다. 보고서는 함께 식사하는 빈도가 삶의 만족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행복지수는 단순히 경제적 지표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평가 항목은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부패 인식 등이다. 하지만 올해 보고서는 사회적 신뢰와 관계망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캐나다는 GDP와 부패 인식 면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사회적 지원(35위), 선택의 자유(68위)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18%의 캐나다인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은 2024년 53위였지만 이번에는 58위로 하락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27위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55위, 중국은 68위였다.
이번 조사는 갤럽, 옥스퍼드대학교 웰빙연구센터, UN 지속가능개발해법네트워크가 공동으로 140개국,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행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낯선 사람을 돕는 행동은 평균 18% 증가했고,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도 모든 지역에서 팬데믹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라라 아크닌 캐나다 사회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이웃과 친구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됐고, 타인을 돕는 일이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복도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핵심 지표는 함께 식사하는 빈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은 주당 9끼를 함께 식사한다고 답한 반면, 일본과 한국은 주당 4끼도 채 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2003년 이후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53% 증가했고, 올해 순위는 역대 최저인 24위였다.
캐나다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균적으로 캐나다인은 주당 8.4끼를 다른 사람과 식사하며, 전 세계 53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 연결망이 약해지고, 이는 곧 행복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신뢰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토론토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사람들은 분실한 지갑이 반환될 확률을 23%로 예상했지만, 실제 반환율은 80%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선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결속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는 8년 연속으로 핀란드였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고, 코스타리카와 멕시코는 각각 6위와 8위로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캐나다,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프가니스탄은 올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에라리온, 레바논이 그 뒤를 이었으며, 특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의 만족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행복은 국가의 성공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식”이라며 “경제적 수치만이 아닌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신뢰, 공동체의 유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25 세계 행복 보고서 국가 순위 (60위까지)
1. 핀란드
2. 덴마크
3. 아이슬란드
4. 스웨덴
5. 네덜란드
6. 코스타리카
7. 노르웨이
8. 이스라엘
9. 룩셈부르크
10. 멕시코
11. 호주
12. 뉴질랜드
13. 스위스
14. 벨기에
15. 아일랜드
16. 리투아니아
17. 오스트리아
18. 캐나다
19. 슬로베니아
20. 체코
21. 아랍에미리트
22. 독일
23. 영국
24. 미국
25. 벨리즈
26. 폴란드
27. 대만
28. 우루과이
29. 코소보
30. 쿠웨이트
31. 세르비아
32. 사우디아라비아
33. 프랑스
34. 싱가포르
35. 루마니아
36. 브라질
37. 엘살바도르
38. 스페인
39. 에스토니아
40. 이탈리아
41. 파나마
42. 아르헨티나
43. 카자흐스탄
44. 과테말라
45. 칠레
46. 베트남
47. 니카라과
48. 몰타
49. 태국
50. 슬로바키아
51. 라트비아
52. 오만
53. 우즈베키스탄
54. 파라과이
55. 일본
56.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57. 필리핀
58. 대한민국
59. 바레인
60.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