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어린 처녀 창가에서 베를 짜서 / 江上女兒當窓織 천길 깊은 연못처럼 검은빛 물들였네 / 染得深潭千丈黑 열 겹으로 포장해서 상방궁에 들인 것을 / 什襲珍包入尙方 오정이 싣고서 동국으로 가져왔네 / 五丁輸取歸東國 몇 년 동안 상자에 그 향기 남았는데 / 幾年箱篋有餘香 낭군 위해 거울 넣을 주머니를 만들었네 / 爲君裁作明鏡囊 주머니 속 청동 거울 밝기가 달 같아서 / 囊裏靑銅明似月 거울 속에 비친 얼굴 봄꽃처럼 빛나네 / 鏡中玉貌春花光 거울은 갈 수 있고 돌은 굴릴 수 있지만 / 靑鏡可磨石可轉 오로지 제 맘만은 끝내 변치 않을 테니 / 唯有此心終不變 그대 모습 그리는 이내 마음 알려거든 / 欲識中情長憶君 날마다 주머니 속 거울 꺼내 보소서 / 日日揭囊看鏡面
《상동》
우연히 느낌이 있어서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허봉(許篈)의 여동생이 김성립(金成立)에게 시집갔는데,
착하였으나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이 시를 지은 것이다.” 하였다. [허봉]
낭군께선 둑가 버들 좋아하였고 / 君好堤邊柳 소첩은 고개 위 솔 좋아했지요 / 妾好嶺頭松 바람 따라 홀연히 흩날리어서 / 柳絮忽飄蕩 이리저리 쓸려가는 저 버들개지 / 隨風無定蹤 겨울에도 그 자태 변하지 않는 / 不如歲寒姿 늘 푸른 소나무와 같지 않아서 / 靑靑傲窮冬 좋아하고 싫어함이 늘 변하기에 / 好惡苦不定 걱정스러운 마음만이 가득하다오 / 憂心徒忡忡
《상동》
편수(編修) 황공(黃公)이 시를 쓴 부채를 보내 준 데 대해 사례하다 [허봉]
월탁 열고 부채를 보내어 주니 / 越槖傳輕箑 솜씨 좋은 사람이 만든 것이네 / 良工制作勞 등나무는 섬계에서 베어 온 거고 / 苦藤分剡曲 찬 대는 상수에서 베어 온 거네 / 寒竹截湘皐 쇄락하니 쓰여 있는 맑은 시구는 / 灑落留淸什 화려한 붓 휘날려 써 생동하누나 / 飄揚動彩毫 글씨는 일소의 중함이 남아 있고 / 書留逸少重 값은 사안으로 인해 더 높아졌네 / 價爲謝安高 선사해 준 좋은 시구 내 얻고 보니 / 自得雙金贈 도리어 한 글자의 기림과 같네 / 還同一字褒 해마다 무더운 여름철 되면 / 年年火雲日 길이길이 선조를 생각하리라 / 長是憶仙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