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om/watch?v=1D1j9rHBfT8&si=R-cPzsuQBQyTna4c
〈Rain〉 : 애절하면서 따뜻한 영혼의 목소리
1984년 가을, 오슬로 장기 출장 중 어느 날 저녁,
무심코 켠 TV에서 흘러나오는 맑고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 있는데요,
호세 펠리시아노(José Feliciano)가 1969년에 발표한 〈Rain〉은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불후의 명곡입니다.
시각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은 그의 천재적인 기타 연주와 애절하면서도 따뜻한 영혼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Rain〉의 가사는 표면적으로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연인이 나누는 깊은 사랑을 노래하지만,
어릴 때 얻은 소아 녹내장으로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 했던 호세 펠리시아노의 삶을 함께 떠올려 보면
더욱 깊고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As long as we're together, who cares about the weather?"
(우리가 함께 있다면, 날씨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가사 속의 '비'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나 시련, 혹은 어두운 환경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노래 속 주인공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이 노래는 '세상의 어떤 악조건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Listen to the pouring rain... with every drop of rain I can hear you call."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어봐요... 빗방울마다 당신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평생 시각에 의존할 수 없었던 그는 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귀를 기울였을 것입니다.
노래는 계속해서 창밖의 빗소리를 "들어보라"고 권유합니다.
그리고 시각이 아닌 귀에 닿는 빗소리와 바람 소리, 구름 너머에서 들려오는 연인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을 확인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온 감각으로 사랑을 느끼는 따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런데 노래 중간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다소 엉뚱한 가사가 등장합니다.
"It's raining, it's pouring, the old man is snoring..."
(비가 내리네, 억수같이 쏟아지네, 노인은 코를 골고 있네...)
이 부분은 영미권의 유명한 전래 동요(Nursery Rhyme)를 그대로 가져와 삽입한 것입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빗소리의 분위기에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과 유머를 더하여
독특한 리듬감과 여백을 만들어 주는 장치로도 읽힙니다.
이 노래의 핵심은 겉으로는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행복하다"는 로맨틱한 고백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각의 어둠을 소리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세상의 역경을 사랑으로 이겨 내고자 했던 거장의 따뜻한 인생관이 녹아 있는 명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겉바속촉 파전에 잘 익은 막걸리가 땡기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조용히 눈을 감고 오로지 청각으로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막걸리에 스며든 누룩 향기를 벗 삼아 마눌님과 함께 일구어 온 오래된 정을 오붓이 나누어 보기 바랍니다.
〈해설 2026.07 향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