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모임의 주제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시위>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학교측과 학생측 주장을 우선 살펴보고 동덕 여대 시위 논란점은 무엇인지, 동덕 여대 시위에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대화했습니다.
->동덕여대에서 1차적으로 입장문을 낼 때 '성폭력의 위험성'을 말했고 이것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 여대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공학 전환이 성범죄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여대 안에서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사회에서는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보았고 여성들만 있어야 안전하다는 이야기에는 그 안에 놓인 여성들이 다 동의하는지의 의문이 들었습니다. 너무 배타적인 태도가 느껴졌지요.
여성의 이야기는 당사자인 여성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지지를 아예 차단시켜버리는 배제의 문제가 생깁니다. 연대라는 것은 내가 겪지 않았어도 함께 논의하고 대응하는 것인데 당사자성 운동만을 고집한다면 퀴어, 앨라이와 같은 운동성을 아예 금기시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 학생은 과연 학교의 주인, 주체인가?
실제로 학교에서 무언가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학생들을 배제시킵니다. 학교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 학생들은 출입을 금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학교 내 학생들의 공간이 자꾸 줄어들고 있지요. 학교가 민주적인 공간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여성을 위한 공간은 역차별인가?
여대에는 여성들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월경시 생리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월경이라는 것은 여성의 몸으로는 당연한 생리적 현상인데 이와 같이 여성을 위한 시설과 편의는 여성들을 우대하고 남성들은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역차별 주장은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와 같은 수치적, 물리적 평등이 성평등을 이루어내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이것은 사회 구조적 성평등 문제를 가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여성들이 젠더적 문제를 제기하면 젠더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반격을 받지요. 지적하고 있는 젠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여대의 필요성은 무엇인지도 논의했습니다.
남녀공학에 있을 때는 구조적인 억압과 구조적인 차별이 너무 묵인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대에서는 페미니즘을 강하게 주장할 때는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여성의 리더십을 키우고 여성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내는 부분이 여대가 더 나은지 남녀 공학이 더 나은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대가 서울 중심인 것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 여대들은 90년대 중후반 모두 공학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았고 이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방학 동안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진행시키는 방법으로 전환했습니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기 위한 관문으로써의 여대?
초창기 여대가 설립될 때에는 여성들의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그 성취도 높은 현실에서 여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성차별의 장벽들을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인가는 다른 문제로 보입니다. 대학이 학문의 장인가, 취업을 위한 장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학교와 사회의 위계를 볼 수 있어야
위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가 너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점거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어떤 위계가 있었는지 봐야 하지요. 사회는 엄청나게 복잡한 요소와 관계로 연결돼 있는데 이 사이 작동하는 위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공론장이 사라진 대학의 현실과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 권력, 우리 사회의 남성성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생들이 주장을 내세우며 학교와 대립할 때 학생들의 집결력, 응집력이 떨어지는데 동덕여대 학생들이 함께 투쟁하는 모습은 부럽다고도 합니다. 온라인 소통의 시대, 연대가 어렵지만 동덕여대 시위가 잘 마무리되어 그들의 뜻대로 공학 전환 없이 여대로서 남기를 바라며 춘천대학페미도 연대와 지지를 표하며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동덕여대 투쟁하는 여러분, 춘천대학페미도 연대, 지지합니다!!!
(토끼 최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