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명월(晨天明月)
축시신기간서창丑時晨起看西窓
명월적소휘산천明月寂宵輝山川
무수옹좌첨천월無睡翁座瞻天月
명월옹견함미소明月翁見含微笑
<和翁>
축시 새벽에 일어나 서쪽 창문을 바라보니
밝은 달이 고요한 하늘에서 온 산천을 비추네
잠이 없는 늙은이 홀로 앉아 하늘의 달을 쳐다보니
밝은 달도 늙은이를 보고 미소를 머금고 활짝 웃고 있네!
망팔옹(望八翁)이다 보니, 잠이 점점 없어진다. 요즘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세상이 온통 아수라판이라 뉴스도 보지 않는 편이다. 잠자다 깨면 바로 일어난다. 그냥 누어있어 봤자 잠은 더 오지 않아서 아까운 시간 요긴하게 더 쓰려고 털고 일어난다. 선실 서쪽 창은 고층 건물도 멀리 있어서 하늘이 툭 터져서 달이 뜨면 바로 창가에 와서 빼꼼히 화옹을 내려다보고 웃고 간다. 이런 날 밤이면 서울도 도시지만, 밤은 고요하다. 보청기를 빼고 자다 일어나면 그대로 적막강산이다. 바깥 소음이 들리지 않으니 마음도 따라서 고요하다. 눈에는 이른 새벽하늘도 컴컴하게 보이니, 명월이 뜨면 달빛도 더욱 휘황찬란하다. 1년 2개월 만에 뜨는 수퍼 문이라고 한다. 17일 오후 5시 22분에 떠서 다음날 7시 22분에 진다고 한다. 그 수퍼 문을 본 것이다. 가장 큰 보름달이라 한다. 수퍼 문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원일점이 아닌 근일점에 있을 때 보는 달이다. 오늘은 유난히도 달이 밝다. 한참을 멍하니, 창밖 하늘에 밝은 달을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달빛 눈빛으로 서로 보고 미소를 짓고 대화를 한다. 말 없는 대화라 고요해서 정말 좋다. 한참 미소로 대화하던 달이, 금새 작별을 고한다. 서쪽 하늘로 순간 사라져 버린다. 공자전(公自轉) 찰나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늘 봤던 그 밝은 달이 창가에 왔어도 모르고 살 일이 아닌가? 그렇지! 그렇구말구! 이다. 화옹 말고 또 누가 그 시간에 그달을 봤을까? 싶다. 새벽달 단상입니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