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2일부터 23일까지 덕성약대 학생인 나 11학번 김수정, 12학번 김소현, 정예은 학생은 미국 임상약학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학교측으로부터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인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임상약학을 공부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와 일부 금액을 지원받아, 8월 12일 월요일, 드디어 2주간 실습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임상약학(Clinical Pharmacy)이 많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단지 그 표면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좀 더 그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 또한, 6년제 약대 전환 후의 1회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이 될 나로서는 더욱 더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워오고 싶었다. 한국 약학계와 약계사회는 아직 임상약학 도입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비록 많은 약대생 중 한 명일 뿐이지만 왠지 모를 의무감 같은 것도 들었다.
▲ HIPAA 교육 프로그램.
그렇게 들뜬 마음을 안고 우리들의 USC 임상실무실습은 시작되었다. 실습 내내 우리 덕성약대 학생 세 명 이외에 13명의 일본 도쿄약학대학 학생들도 함께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일정은 Health Science Campus와 Main Campus 투어, 그리고 HIPAA교육이 주가 되었다. HIPAA란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of Act의 약어로, 환자의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를 위한 미국의 법률로 보건의료인으로서 반드시 숙지하고 지켜야 하는 사항들이었다. 교육은 컴퓨터를 통해 개개인으로 이루어졌고, 각 챕터마다 테스트가 있어 일정 수준이상이 되어야 다음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미국의 보건 및 의료계열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이것들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미국의 임상약학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USC 약대 학생들의 student life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진행되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아 매우 흥미로웠다. OSCE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이라는 오럴 테스트가 존재했는데, 학생들이 주어진 환자의 질환과 상황에 맞도록 직접 복약지도를 하고, 교수들이 그것을 점수화하여 평가 하는 시험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매우 떨리고 힘들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하다고 하였다. 또 재학 중에 총 1000시간 동안의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한국의 6년제 약대생처럼 1년 동안 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는 것이 달랐다. 며칠 후에는 반대로 USC학생들과 교수님, 일본학생들에게 우리나라 6년제약대 시스템과 약대 생활 및 덕성약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도 주어졌다.
▲ Keck Medicine Certer 수술환자병동약국 투어 후 Dr.Forester와 함께
그 후 4일간은 USC 약학대학의 교수님인 Dr.Wincor의 Depression과 Insomnia에 대한 강의와 그에 대한 Case Study가 이어졌다. 학교 수업에서 작성해보았던 SOAP Note도 영어로 작성해 보고, Dosage regimen도 직접 결정하고 발표해보았으며, 영어로 복약지도도 해보았다. 다른 것들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어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별로 경험이 없는 복약지도를 영어로까지 하려니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약대에서도 처음엔 어렵겠지만 조금씩 수업 중에도 여러 상황에 맞는 체계적인 복약지도를 연습하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습 프로그램 중 단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Clinical site tour'였다. 학교 내 병원의 '외래약국', '암 센터 병동약국', '수술환자 병동약국'을 차례대로 돌아보았는데 임상약학이 얼마나 굳게 자리 잡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약사는 거의 조제 업무를 하지 않았고, 조제는 대부분 Technician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처방전검토 및 조제감수 등의 약사의 역할은 한국과 비슷했으나, 초기 진단을 제외한 환자의 상태 체크 및 약물 처방과 변경이-의사에게 통보할 필요도 없이-모두 약사의 권한 아래에 있는 것이 한국과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사법상 불법인 많은 것들이 미국에서는 약사의 권한이었다. 또한 의사가 약에 관한 모든 것들은 약사에게 상의하였고, 회진도 함께 돌면서 환자를 직접 만나고, 약사가 모든 Dosage regimen을 결정하며 약물 모니터링도 실시하였다.
▲ Community Pharmacy인 El Monte Pharmacy
Community Pharmacy의 투어 기회도 주어졌는데, Community Pharmacy에서 혈압 및 콜레스테롤, 혈당 스크리닝 및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약을 배달 해 준다는 점이 한국과 달랐다.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지 않고도 약사가 직접 flu shot과 vaccine을 주사 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그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에서 이전에 조제하여 복용한 약물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약물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예방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DUR제도' 실시로 인해 훨씬 발달한 것 같았다.
수업이나 투어 후 저녁에는 USC측에서 마련해준 Evening activities로서, LA Dodgers 경기 응원도 갈 수 있었고, 탁 트인 Hollywood Bowl에서 클래식 음악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이외의 시간과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LA와 그 근교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 속에 2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아쉬운 실습 마지막 날, 수료증을 받는 순간이 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들었던 Wincor교수님과 USC약대 학생들, 일본 약대 학생들과 이별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14시간 동안, 수 없이 쌓인 핸드폰 속의 사진첩을 보며 꿈만 같았던 지난 2주를 되돌아 보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과 추억을 얻었으며,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약대생으로서 사명감이 들었다. 임상약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점을 많이 배워서, 한국만의 독자적인 임상약학이 굳게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첫 6년제 약대 졸업생으로서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