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창고에는 거의 다 떠나갔고 몇사람만 남는데
날씨가 몹시 춥습니다.
1950년 11월 25일 나는 퇴원을 합니다.
팔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어 붙었지만 아직도 진물이 나옵니다.
나는 조금씩 걷기는 하지만 큰 형의 등에 업혀 갑니다.
우리는그동안 여름에 입던 옷을 입고
그동안 덮었던 담요 한 장을 들고
기차역으로 갑니다.
밀양의 기차역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많이 기차를 기다립니다.
오후 늦게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오는데
천정도 없고 벽도 없는 화물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피난민들이 이미 가득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무 칸이나 올라타고 사람들 틈에 끼어 담요로 몸을 두르고 앉아 있습니다.
"삐익 ---칙칙 폭폭 칙칙 폭폭 "
기차 굴뚝에서 시꺼먼 연가가 나오고 불똥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차가 심하에 흔들립니다.
날이 저물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담요를 쓰고 앉은 채 잠을 잡니다.
나는 아까부터 오줌이 마려운데 어떻게 오줌을 눌 수 있는지 걱정입니다.
나는 좀 바보 같아서 미리 오줌을 누지도 못한 채 기차를 탄 것입니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줄기차게 달리고 있고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습니다.
나는 오줌을 쌀것 같아 가만히 일어났습니다.
나의 손은 꽁공 얼어 손이 곱아서
바지의 단추도 풀지 못하고
바지 가랭이 사이로 오줌을 누우려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기차의 가장 자리로 나옵니다.
기차가 마구 흔들리는데 여기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나는 바람에 날라가 내동댕이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바지의 단추가 이미 풀려 있음을 발견하고
기차의 맨 가장 자리에서 오줌을 눕니다.
이때 어느 힘 센분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어
몸 한 번 흔들리지도 않게 소변을 아주 편하게 본 것입니다.
나는 며칠 전에 창고에서 넘어질때
나를 받아 일으켜 준 보이지 않는 힘센분을 다시 생각하며
고마워 합니다.
나는 형 곁으로 와서 다시 잠이 듭니다.
(계속)
첫댓글 드디어 기차를 타셨군요
예 시인님 지금 집으로 가는 길 입니다.
기다려줄 사람도 없는데 집이왜 그리 그리운지요
힘센 그분이 고맙네요
어서오세요 난석님 감사합니다.
제 생각엔 수호천사이거나 어느 성인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저에게서 이상하리만큼 기적이 많이 일어나요
어려운 시절에도 포근히 안아주는 분이 있으니...감사하네요
낭만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님이 믿어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
그런 고마운 분이 계셨으니
지금도 잊혀지지 않겠군요.
저도 감사하게 되네요
아마 하느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나봐요 하하하
청담골님 감사합니다., 믿어주시니 청담골님에게도 그런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오줌누다 큰일날뻔.....ㅎ
그몸으로 기차를 타시다니........에~효..
정말 저는 아주 나약한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길이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런고마운 일이 장안님에게도 일어나기 바랍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