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노염이 이글거리지만 아침엔 쌀쌀한 기운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 든다. 일교차가 물경 10도를 넘어서는 가운데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이 쯤이면 슬슬 생각나는 것이 따끈따끈한 온천욕이다. 차가운 아침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온천에 몸을 담그면 ‘보약 세 첩’이라도 지어먹은 듯 거뜬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여행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대개 온천을 떠올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지를 결정할 때 유적이나 명승지를 관광하는 곳에서 웰빙·휴양을 즐기다 오는 곳으로 이용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씻어버리는 매력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에는 곳곳에 수많은 온천이 있다. 추위를 타는 국제 금융사태니 꽁꽁 얼어붙은 경기니 모두 잊고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세상이 평소와는 좀 달라 보인다. 삶이 추울수록 ‘호탕(好湯)하게’ 살아야 한다.
◇시설좋은 온천·스파
한국에도 대형 온천리조트가 많아졌다. 일본 온천보다 전통적인 요소는 덜한 대신 최고의 현대식 시설을 자랑한다. 대리석 바닥과 최고급 바데풀·힐링 스파 등 고급 온천탕 시설과 숙박 등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설악 워터피아=설악산 정상에서 동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노천탕이 압권이다. '스파밸리'에는 커플스파, 동굴사우나, 마운틴스파 등 산기슭에 마련된 10여개의 노천탕을 테마와 취향에 따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워터피아는 총 5만 2800㎡(1만6000평) 규모로 동시 5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 온천테마파크. 지하 680m 지점에서 하루 3000톤씩 용출되는 49도의 알카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를 사용한다. 야외 온천 파도풀, 노천 온천 물놀이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게다가 이달 17일부터 12월18일까지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일반 2만5000원(투숙객 2만2000원)으로 약 45% 할인해주고 있다. (033)635-7711.
●대명 아쿠아월드=단양 대명리조트 아쿠아월드는 온천수를 사용한 스파·물놀이 시설. 홍천 오션월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이 다르다. 하이드로젯과 목스파 등 다양한 아쿠아헬스풀존과 노천탕도 갖췄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리조트=힐튼남해의 '더 스파'는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이 최고 인기다. '럭셔리'를 컨셉트로 잡은 리조트답게 자재 하나하나에 신경썼다. 한국식 찜질방을 모던한 분위기로 재해석한 '황토 핫 존'과 불가마형식 '슈퍼 핫 존', 자수정으로 마감한 '아이스 존',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인 키즈 파라다이스에 세련된 카페테리아와 외부 테라스 등 다양한 시설이 절경 속에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중국 화칭 온천, 일본 벳부 온천, 인도 라자그라하 온천과 함께 '동양 4대 유황 온천지'로 손꼽히는 충남 아산 도고의 35℃의 약 알칼리성 유황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시설. 피부미백, 주름개선, 노화방지 등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다. 히노키(편백나무), 11종의 꽃탕(국화·장미·후리지아 등), 바데풀 등 고급 시설과 함께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샵을 갖춰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때 빼고 광 내기'에도 딱 좋은 곳.
●부산 뉴콘티넨탈 천연광천온천=올해 초 온천이 발견돼 이달 말 개업하는 도심형 온천시설. 리튬·중탄산·나트륨·불소·칼륨·규산·칼슘 성분이 다량 함유된 복합 광천수 온천으로 부산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다. 4950㎡(약 1500평)의 규모로 고급 대리석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일품. 일반적으로 리터당 1000㎎/ℓ이하이면 단순천, 그 이상이면 광천으로 분리되는데 무려 1만8626㎎/ℓ이나 측정돼 '물이 좋다'는 평가. 온천 사우나가 호텔 지하에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051)867-0900
◇물좋은 온천
온천여행에 있어 온천수의 효능을 무엇보다 최고로 여기는 이들에게 시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에겐 단지 '물'이 최고다.
●수안보(충북 충주)=옛날부터 병 치료하는데 그만이라는 약알칼리성 온천수(산도5.3)가 유명하다. 일본인에 의해 국내 최초로 온천단지가 조성됐으며 리듐·칼슘·나트륨·불소·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매끌매끌하고 부드러운 수질로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다.수안보관광호텔 등 온천욕이 가능한 숙박시설이 밀집돼 있다.
●척산온천(강원 속초)=용출수온 53도의 강알칼리성 온천수. 살균소독효과가 뛰어나 목욕 후 피부가 오히려 푸석푸석해지는 느낌. 불소와 라듐 등이 함유돼 피부병, 눈병, 위장병 등에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노천탕을 갖춘 휴양촌과 온천장이 있어 여러날 묵으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데 다른 온천리조트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문경온천(경북 문경)=900m에서 솟는 칼슘 중탄산천. 철분 등 광물질을 듬뿍 함유해 누런 빛깔을 띠는 탄산수가 일품이다.
●백암온천(경북 울진)=신라시대부터 유명한 유황온천. 탕의 문을 열면 성냥냄새를 느낄 수 있다. 유황은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에 좋다고 전해진다.한화리조트와 관광호텔에서 머무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덕구온천(경북 울진)=빼어난 절경의 990m 응봉산 중턱에서 원탕이 솟구치는 국내 유일 자연용출수로 유명하다. 사람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온도인 41도(41.8도)로 되는 덕구온천수는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났다.
●탑산온천(경북 의성)=예전부터 이만기 등 유명 씨름선수들이 즐겨찾던 국내 최고수준의 게르마늄온천(72.4㎍). 셀레늄, 리듐, 유리탄산, 유황, 유화수소, 화산염 성분이 다량 함유된 세계적으로 희귀한 온천수로 꼽힌다.
이우석기자 d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