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Vintage8
사람에게는 누구나 세련되게 옷을 입거나 외출을 할 때 당당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고싶은 욕구가 있다. 옷차림은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위를 드러내는 방법 중 가장 즉각적이고
어필이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옷차림에 공을 들인다.
글쓴 여시는 주로 당당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외출을 하고 싶을 때 주로
이런 옷을 입어왔는데
바디라인을 드러내지만 "세련된^^" 옷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옷들을 입고 밖에 나섰다.
내가 세련된 이미지로 보이는 느낌이 들었고 흘긋흘긋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쁘지 않았다.
후줄근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하기도 했고.
물론, 약간의 자괴감은 조금이라도 살이 쪘을 때 들었다. 이렇게 나를 '세련되게' '당당하게 사회에 나설수있게'
해주었던 위의 옷들은 보다시피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라인이 예쁘지 않거나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살이 찌지 않았을 때도 나는 저런 옷을 입었을때 가슴이 배기는 불편함, 걸을때마다 치마가 올라가는 불편함,
스타킹, 팬티 자국이 신경쓰이는 불편함을
그냥 매일 매일 겪은 사회인의 불편함 정도로 치부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다 나 깔끔하게 다니고싶은건데
그 댓가가 조금의 불편함이라면 어쩔수없지.
그러다가 우연히 면접을 보러 가게 된 어느날 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별 생각 없이 면접이니까 입어야겠다, 불편하려나? 하고 슬랙스와 셔츠, 품이 넉넉한 블레이저를 입고
면접장을 나와 거리를 걷는데
문득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가게를 들어가도, 사람들을 마주쳐도
길거리를 걷는 그 순간
"어? 나 오늘 좀 멋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볼때마다 "좀 직장인 같은데? 중요한 일 하는 사람 같은데? 나 좀 세련된듯"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때도 직원을 대할때의 내 태도는
예쁜 옷을 입고 조금 상냥하거나 도도한 태도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섹시하게 붙는 옷을 입거나
청순한 옷을 입거나 하면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가 옷차림에 따라 변하는것을 느끼곤 했다) 를 취했던 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사무적이고, 당당했다. 말끔하게 다려입은 수트를 차려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길었던 머리도 적당히 방해되지않게 뒤로 질끈 묶은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일에 열중하는 직장인, 혹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같아보였기 때문이다.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옷차림 하나로 내게 권력이 주어진것같은 기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나를 조금 더
정중하게 대하는것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브라를 꽉 조여매거나 스타킹을 갈비뼈 위까지 올려 신어 불편하지 않은데도
굉장히 차려입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나는 차려입은 기분을 내고 싶을 때마다 슬랙스에 말끔하게 다린 셔츠를 입는다.
기분에 따라 셔츠를 바꾸기도 하고 추운 날은 스웨터를 입기도 하지만
내가 입는 바지가 품이 넉넉하다는 것과
브라를 입지 않고 적당히 니플 패치만 붙여도 굴곡을 강조하지 않는 셔츠는 내 몸에 딱 맞게 편안해 보인다.
남들에게 성적인 시선을 받는 꾸밈만이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방법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 숨이 트였다.
누구에게나 말끔해보이고 싶은 욕망은 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당연히 자기의 패션을 표현하고싶은 날들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성적 대상화 하지 않고도, 불편한 옷에 몸을 낑겨 넣지 않고도, 살이 찌면 후줄근하게 다닐까
언제나 불안해하지 않고도 말끔하고 세련되게 자기를 표현할수있는 방법이 있다는건 꽤 신선한 일이다.
(남자들을 보라. 그렇게 살이 찐 남자들고 본인 사이즈의 양복 바지, 셔츠 찾아서 잘만 입고 다닌다)
꼭 사회의 기준에 맞게 마르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져야만 여자는 패션을 자랑할 수 있는걸까?
남성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캐주얼한 룩, 차려입는 양복같은 룩 약 두 가지 정도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성처럼 성적 대상화를 하게 되는
다양한 드레스, 치마, 핫팬츠 옵션들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련되어보이고싶다면,
자신의 패션을 표현하고싶다면
내 몸을 움직이는데 불편하게 하는 성적 대상화하는 옷들보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높아보이게 하는 옷을 선택해도 좋지 않을까?
캐주얼한 룩을 선택하더라도 말끔하고 깔끔해보이지만 굳이 몸을 조여매서 내 사회적 위치를 떨어뜨려보이게 하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는 걸 강조하고싶다.
첫댓글 코르셋 오질때도 수트 깔별로사서 입고다니고 겨울에는 털코트 긴거 위에 입고다녀서 존멋이였음 여름에는 슬랙스 발등덮는거에 나시 목폴라입고,,, 과거의 나 칭찬해
존나 맞는 말
정말임. 다른 말인데 공부할 때도 비즈니스 캐주얼로 깔끔하게 입고 하면 공부 효율 더 높아짐
이거 정말 좋은 글이야
슬랙스개좋아
ㅇㄱㄹㅇ 좋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