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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나는 도도한 발톱이에요/ 김자흔
은하수 추천 0 조회 28 18.11.17 18: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는 도도한 발톱이에요/ 김자흔

 

이것을 선인장 가시라 부르겠어요

아니면 탱자나무 가시나

대추나무 가시라 부르겠어요

아니에요 이건 내 발톱이에요

날카로운 새끼 고양이 발톱이라고요

쫙 편 발가락이 애기 단풍잎 같다고

쉬이 마음 놓진 마셔요

쿨럭쿨럭 잔기침을 해대는

온실 속 장미 가시로 오해하면 곤란해요

숨겨놓고 있으면 얕보일까 봐

발가락 끝에 활짝 펼쳐 든 새끼발톱이에요

이것 보시라고요

당장 위험한 비수로 변할 수도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우아함 떠는 그 얼굴에

확 생채기를 그어줄 수도 있다고요

그러니 날 함부로 얕잡아보지 마셔요

쫙 펼쳐 든 새끼발톱으로

나는 끝끝내 도도해질 거예요

 

- 시집 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시인동네, 2017)

.............................................................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임명하자 조선일보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참모"를 신뢰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다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말하기보다 듣는 스타일, 요란하지 않게 조용하게 일 처리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김 실장을 비롯해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이 그런 스타일의 참모라고 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문 대통령과 업무 호흡을 맞춰왔고, 문 대통령이 믿고 맡기는 참모들로 바깥에 잘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과 더불어 청와대 밖에선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 등도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들이고,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정의용 실장도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내각에서는 유은혜 장관 등도 같은 스타일로 분류했다. 문 대통령 자신의 스타일이기도 한데, 이와는 달리 자신과 다른 기질이라 할 수 있는 외향적이고 활발한 스타일의 참모도 곁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비서관 등이 그들이다. "임 실장의 경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조정·소통 능력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딴 것 같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을 분류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활기차게 자기주장을 펴는 '강아지형'과 조용히 일 처리를 하는 '고양이형'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참모들은 대부분 '고양이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비유가 얼른 와 닿지 않을뿐더러, 얼토당토않게 동물과 비교하여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조롱 비슷한 시선으로 보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조선일보라는 선입관 탓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왈왈 짖어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양이라 하면 퍼뜩 떠오르는 이미지가 도도함이 아닌가.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지 않으며 냉소적인. 그리고 발톱을 숨기고 있는.


고양이는 공연히 발톱을 세우지는 않는다. 발톱을 세워야 할 일이 왜 없을까만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별것 아닌 시시껄렁한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양보할 수 없는 어떤 일이나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는 ‘위험한 비수로 변할 수도’ 있는 발톱을 지녔다. 개나 늑대처럼 무리 생활을 하지 않기에 주인을 무리의 보스로 인식하거나 받들지 않는다. 개는 “나를 먹여주고 돌봐주다니, 저들은 신인 게 틀림없다"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나를 먹여주고 돌봐주다니, 나는 신인 게 틀림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존심이 강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며 독립적이면서도 섬세한 성격을 가졌다.


게다가 영역동물인 만큼 환경의 변화도 싫어한다. 집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해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개는 사람을 따르고, 고양이는 집을 따른다’는 속설이다. 그만큼 주인의존도가 낮다. 물론 사랑으로 오래 길들여지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대개 고양이는 자신을 귀찮게 굴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혼자 알아서 잘 노는 습성 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한다. 아무튼 ‘강아지 형’이니 ‘고양이 형’이니 하는 분류는 20년간 고양이와 함께 지내온 시인의 관찰력에도 미치지 못한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적절한 비유일 뿐 아니라, 동물을 갖다붙여 ‘함부로 얕잡아보는’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인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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