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면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번개가 창을 스치고 지나간다. 통제인가?.....
7월 9일.
새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스님들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말로는 용인대 학생들이라고 한다. 분위기 살벌하다.. 여자도 끼어있는것 같은데 추울것 같다. 이젠 잠도 오지 않을것 같다.
조금씩 밝아 지면서 걱정이 앞선다. 통제되면 어쩌지? 지리산에서 아직 통제되어본 경험은 없다. 어떻해야하나? 간혹 빗방울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칠 기미는 안 보인다. 침낭과 모포를 수거하기 위해 할아버님이 대피소 안으로 들어오시면서 통제라구 하신다. 남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다면서 지리산종주코스가 전체 호우주의보때문에 통제되신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끊이질 않으니,, 통제라면서 사람들은 왜이리 많이 올려보내는지.. (평소보다 많은것은 아니었지만).. 공단과 산장측이 못 믿어워 직접 지리산 공단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곳에서도 그리 확실하게 답을 못하고 어물쩡 통제라는 답변을 하였다. 답답하다.
아침은 밥을 해먹었다. 이왕 못가는거 힘이라도 보충해야지 하는 심정이었는데.. 노고단에 다녀오신 몇분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신다.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넘어가?.......
어잿 밤에 같이 술을 기울이시던 장흥에서 오셨다는 아저씨(지리산 카페 닉네임 kcs8188 : 이하 장흥아저씨)가 그냥 넘어가자는 재안을 하셨다. 괴산 형님네는 갈등하시는게 역력했다. 아무래도 초행이구 형수님의 체력때문인것 같았다. 갖은 유혹과 설득, 권유(협박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로 겨우 같이 가기로 했다.
나를 포함한 네사람과 지리산에 20번째라는 (이분 사연은 조금 후에 소개해 드립니다. 너무 부러워서 : 이하 서울형님) 또 한분과 함께 9시즈음해서 통제된 노고단을 뒤로하고 종주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지리산 종주는 힘들다. 3번째 이지만.. 두번은 땅만보고 걸었던 것이라.. (그때는 화엄사~연하천~장터목~백무동..). 천천히 둘러보고 걷는 지금이 오히려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여길 지나갔던 기억도 있던것도 같구.. 아니었던 것두 같구.. 천천히 걸어 간다는 것이 이처럼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구나 싶은게 일정을 3박 4일로 잡은게 참 잘한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걸령을 채 못가서 우리보다 30여분 먼저 출발한 남자2, 여자1명의 판쵸 일행을 지나쳤다.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다. 상당히 지쳐보이는 걸음걸이.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해주며 우린 그 일행을 지나쳤다.
임걸령 샘에서 물을 보충한 일행은 다시 잰걸음으로 연하천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반야봉 갈림길에서 간식을 먹기위해 걸음을 멈추었을때 이번 산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산님을 만날수 있었다. 연하천에서 오는 길이라며 통제인데 하산한다면서 노고단으로 가신다고 하셨다. 혼자서 잰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래도 연하천이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이라 욕은 덜 먹겠거니 생각했다. ㅠㅠ
혼자 빨리 걸어가는 것보다는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리 나쁜 경험 같지만은 않다. 맨앞에서 지리산에 서울형님이 길잡이를 하시고, 형님부부가 가운데 장흥 아저씨가 그뒤, 그리고 내가 맨 뒤에서 길몰이를 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야기를 나누면서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에 올랐다.
예전 기억에 토끼봉이 끝이었는데 기억에서 사라졌던 하나의 봉이 나타났다. 명선봉.. 토끼봉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그때 기억으로 명선봉이 토끼봉 정상이었다고 착각했나보다. 물에 젖은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사람들 소리를 들었다. 연하천이구나..
먼저 서울형님과 장흥 아저씨가 내려가고 형님부부와 난 일회용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조금 늦게 내려갔다. 폰사진이 영 깨끗하지 못한것 같다.. 해상도를 바꾸어야 하나?.. 카메라 안 가져온것이..후회막심이다,..
"두분 합쳐서 50만원만 받겠습니다!"
연하천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었다..에공..돈 없는디..
웃음으로 때우는 일행에게 통제중에 산행하시면 위험하다는 핀잔을 하는 젊은 분을 뒤로하고 도망치듯이 취사장으로 들어가 숨었다.. ^^* 일단 도망치는게 최고..
어차피 연하천에서 가기는 틀린 모양이다라고 생각이 통일한 일행은 연하천에서만 맞볼수 있는 잎새주(보해양조 제품)로 해장겸 점심을 해결하였다. 한참 산행 포기의 기운으로 술이 오가던 일행에게 통제가 풀렸다는 청천벽력(?..ㅠㅠ 취해버렸는데)이 떨어졌다. 그래도 벽소령까지는 가야한다는 일렴으로 일행은 다시 배낭을 꾸렸다.
우리가 배낭을 꾸리는 사이 용인대 학생이라는 무리가 우르르 연하천으로 내려왔다. 10시30분 정도에 노고단에서 통제가 풀렸다는 것이다. 무식산 넘들.. 산을 뛰어왔나보다..
출발하기전, 대한 산악회 소속 구조대라는 분이 지리산카페 회원이냐며 반가움을 표시했을때 아 드디어 이렇게 산에서 만나는 구나.. 하는 반가움이 앞섰다. 그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벽소령을 향해 출발..서울 형님은 새석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면서 바쁜 걸음으로 먼저 앞서가셨다.
지리산의 운무가 이렇게 아름다울줄 몰랐다. 그동안 숲길에서만 보았던 운무는 그저 고즈넉한 인상을 주었지만 형제봉을 감싸고 도는 바람을 따라 흐르던 운무는 짜릿한 감흥을 주고 있었다.
피아골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흐르던 운무가 형제봉에 막혀 다시 하강하면서 만들어내는 안개폭풍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못할 감동이었다. 형제봉을 타고 흐느던 운무는 우리를 휘감고 다시 피아골에서 불어오는 운무와 합하여 형제봉에 부딪히고 있었다. 바람이 손에 잡힐것만 같았다.
그 무식한 넘들이 형제봉에서 우릴 지나쳐 간다. 정말 무식한 넘들이다. 등산화는 한넘도 없구.. 전부 운동화다.. 무식한넘들..ㅠㅠ..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으리라.. 가진건.. 패기뿐..무식한넘들..
형제봉을 굽이 돌아 숲길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예의 그 빨간 우체통이 가장 먼저 우릴 반겼다. 벽소명월로 유명한 벽소령산장이다. 이젠 빗방울이 제법 커졌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애초 벽소령을 2박 코스로 잡은 내게는 벽소령에서 달을 보는것이 희망이었지만 그건 장마기간에 일정을 잡은 순간 애초에 틀린것이었다. 그님의 사진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서둘러서 출발하지는 않았을 텐데..ㅋㅋ
빗소리를 들으며 저녁을 먹는데 임걸령에서 지나쳤던 남녀3명의 일행이 들어왔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들은 남매와 누나 남자친구 이렇게 셋이었다. 남자동생이 몸이 않좋다는 소리에 나의 따끈한 녹차가 그 님들에게 전해졌다. (작업준비과정인데.. 이건..)
천둥소리와 바람소리가 심상치않다. 이미 다시 통제가된 산장안의 분의기는 치물하다. 새제로 출발한 서울형님은 보이시질 않는다. 무사히 도착하셨는지? 걱정이다. 벽소령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첫댓글아미타님 백수때 경험이 참 중요한거 같어요...저도 1년백수였고, 그때 산에 갔던 기억과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오...아미타님 글이 마음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키네요...열심히 해요...사립보단 공립이 낫다오...^^;;;...화이팅!!! 꿀따러는 다니지 말고요*^^*
첫댓글 아미타님 백수때 경험이 참 중요한거 같어요...저도 1년백수였고, 그때 산에 갔던 기억과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오...아미타님 글이 마음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키네요...열심히 해요...사립보단 공립이 낫다오...^^;;;...화이팅!!! 꿀따러는 다니지 말고요*^^*
푸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