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하루 '커피 2잔'초과 주의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올바른 커피 섭취에 대한 인식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성의 경우 너무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면 뇌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웅 교수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2잔 넘게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뇌졸중과 인지기능저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020년 김 교수 연구팀은 경기도 성남 지역에 사는 60세 이상 노인 492명을 대상으로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과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이지만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을 과하게
섭취하면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많은 양의 커피를 장기간 마시면 뇌로 통하는 혈류가 줄어들고, 혈압 상승과 동맥 경직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관류 저하가 생기면 뇌 MRI에서 백질의 이상소견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병변을 ‘뇌백질 고강도 신호’라고 부른다.
이는 주로 노인들에게서 발견된다.
뇌백질 고강도 신호가 있으면 뇌졸중과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위험이 크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평균 커피 소비량에 따라 마시지 않은 그룹과 하루 2잔 이하로 마신 그룹,
하루 2잔을 초과해 마신 그룹으로 구분했다.
또 각 그룹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 결과 커피를 2잔을 초과해 마신 여성 그룹의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이 섭취하지 않거나 2잔 이하로
마신 여성 그룹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용적이 증가하면 그만큼 피가 뇌로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남성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장기간 카페인 섭취로 인해 뇌 관류가 저하되고, 혈압 상승과 함께 동맥 경직도가 증가하면서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지난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커피가 암 예방이나 간 경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 등으로
커피를 과용할 조건이 생겨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적당한 용량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라는 게 김 교수 의견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커피 안에 있는 카페인은 뇌에서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송과선에 작용해 각성을 유발한다.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아데노신 수용체가 어릴 때부터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작용하면 송과선 기능이
만성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가능성을 연구했더니 하루에 커피를 석 잔 이상 마시는 여성이라면 송과선 크기도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작고,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뇌백질 고강도 신호 병변도 남성은 유의미한 증가를 하지 않았지만, 여성은 증가하는 걸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카페인에 더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카페인 민감도가 높고, 체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 영향으로 카페인 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원인일 것이라 김 교수는 추정했다.
그는 “커피 섭취로 인한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증가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높기 때문에
여성이라면 커피는 하루 두 잔 넘게 먹으려고 하지 않는 등 경계를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중앙/채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