盲 龜 遇 木
盲 : 맹인 맹
龜 : 거북 귀
遇 : 만날 우
木 : 나무 목
(눈먼 거북이 물에 뜬 나무를 만나다 / 어려운 상황에서의 뜻밖의 행운)
잡아함경(雜阿含經)은 역자 미상으로 5세기 전후로 번역된 불교 경전이다.
무상(無常), 고(苦), 공(空), 비아(非我) 등 전반적인 불교 교리가 담겨있다.
이 경전에 앞을 못 보는 거북 얘기가 나온다.
아주 깊고 넓은 바닷속에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거북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 거북은 뭍으로 오르려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수백 년 반복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어느날 수면 위로 떠오른 거북은 마침 바다 위를 떠다니는 구멍 뚫린 널빤지에 머리가 끼여 뭍으로 오를 수 있었다.
간절히 원하고 쉬지 않고 마음을 닦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이야기인 듯 싶다.
맹귀우목(盲龜遇木)은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나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뜻밖의 행운을 이른다.
봄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맹귀부목(盲龜浮木)으로도 쓰며, 천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천제일우(千載一遇)와 뜻이 비슷하다.
우연과 연관된 한자성어는 많다.
흔히 쓰는 우연지사(偶然之事)는 말 그대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다.
공중에 쏴도 과녁을 맞힌다는 사공중곡(射空中鵠),
갈라진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는 해후상봉(邂逅相逢),
바라지 않은 복이 뜻밖에 찾아온다는 무망지복(毋望之福),
뜻하지 않은 때에 우연히 만난다는 불기이회(不期而會),
노루를 쫓다 생각지도 않은 토끼가 걸렸다는 주장낙토(走獐落兎)는 모두 뜻이 유사하다.
우연에 몸을 맡긴 물고기는 잔파도에도 마냥 떠밀려 다닌다.
연어는 우연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가을 하늘에 벼락이 치고, 한여름에도 우박이 내린다.
하지만 세상은 필연이 지배한다.
대개 뿌린 대로, 땀 흘린 만큼 거둔다.
농부의 땀이 배지 않은 들녘은 허허벌판일 뿐이다.
우연조차도 준비된 자 곁을 서성인다.
출처 : 잡아함경(雜阿含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