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깨어 있네/이해인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희망에게/이희정
눈물이 날 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봐
나비 한 마리
허공에 환한 날갯짓하며
다만 삶을 불태우고 있어
(이희정·시인)
희망이라는 것/김현승
희망.
희망은 분명 있다.
네가 내일의 닫힌 상자를
굳이 열지만 않는다면….
희망.
희망은 분명히 빛난다.
네가 너무 가까이 가서
그 그윽한 거리의 노을을 벗기지만 않으면….
희망.
그것은 너의 보석으로 넉넉히 만들 수도 있다.
네가 네 안에 너무 가까이 있어
너의 맑은 눈을 오히려 가리우지만 않으면….
희망.
희망은 스스로 네가 될 수도 있다.
다함없는 너의 사랑이
흙 속에 묻혀,
눈물 어린 눈으로 너의 꿈을
먼 나라의 별과 같이 우리가 바라볼 때…
희망.
그것은 너다.
너의 생명이 닿는 곳에 가없이 놓인
내일의 가교(架橋)를 끝없이 걸어가는,
별과 바람에도 그것은 꽃잎처럼 불리는
네 마음의 머나먼 모습이다.
(김현승·시인, 1913-1975)
꽃씨를 심으며/홍수희
희망은 작은 거다
처음엔 이렇게 작은 거다
가슴에 두 손을 곱게 포개고
따스한 눈길로 키워주지 않으면
구멍 난 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는 거다
오늘 내가 심은 꽃씨 한 톨이
세상 한 켠 그늘을 지워준다면
내일이 행여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은 작게 시작하는 거다
(홍수희·시인)
희망은 한 마리 새/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모진 바람 속에서도
더욱 달콤한 소리
아무리 심한 폭풍도
많은 이의 가슴 따뜻이 보듬는
그 작은 새의 노래 멈추지 못하리.
나는 그 소리를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들었다.
허나 아무리 절박해도
그건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다.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 시인, 1830-1886)
고통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시/ 로이 캄파넬라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일에 성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허함을 배우도록...
나는 건강을 부탁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허약함을 선물 받았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나는 부유함을 원했다. 행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가난함을 받았다.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나는 힘을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열등함을 선물 받았다.
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나는 모든 것을 갖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삶을 선물 받았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부탁한 것들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선물 받았다.
나는 하찮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은 내 무언의 기도를 다 들어주셨다.
나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축복 받은 자이다!!
- 로이 캄파넬라-
희망을 위하여/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시인, 1954-)
희망에 기대봐 / 남정림
내뜻대로 펼쳐지지 않는다고
희망에게서 등 돌리지마
만져지지 않지만 살아 있고
들리지 않지만 일하고 있는
희망의 손길은 먼 듯 가까이 있어
씨앗이 터지고 뿌리 나오는 소리
귀에 들리지 않아도
때되면 꽃은 피어나
깜깜한 땅 밑에 있다고 느낄때
씨앗처럼 너도 희망에 기대봐
너의 때가 꽃 피울 때까지
희망에 기대봐
희망에 대한 속설/김종제
어떤 이는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라 하고
어떤 이는
껍질을 찢고 나오는
매화라고 하고
누구는
둥지에 품고 있는 알이라고 하고
누구는
고치 밖으로 펼친 날개라고 하는데
나는 육신이라는
그 단단하고 두터운
갑옷 속에 감추어놓은
한없이 부드러운 마음 같은 것이라고
살을 베어 밥으로 덜어주고
그의 입속에 들어가
피를 뜨겁게 데워주고
옷을 벗어 방으로 건네주고
정신을 잃게 만들어주고
몸으로 안아
절 한 채 되어주는 것
그 속에 아궁이 하나 만들어놓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도끼로 패서 불을 지르는 것
(김종제·교사 시인, 강원도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