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1위 TSMC 사상 최고 실적에도 혹독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 10/28(월) / 한겨레 신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창업자들은 무역환경이 바뀌어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SMC 창업자 모리스 장(張忠謀) 씨는 26일 대만 신주시(新竹市)에서 열린 자사 연례 체육행사에서 "반도체, 특히 최첨단 반도체의 자유무역은 죽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을 지속하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장 씨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 통제 조치가 이뤄진 2022년 말에도 "자유무역 역시 풍전등화"라고 했다. 장 씨는 TSMC가 3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데 대해 "올해도 기록을 깨는 한 해"라고 축하하면서도 "혹독한 시련이 눈앞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최신 기술 분야에서 최첨단 반도체는 필수적인 전략물자가 됐다. 이런 이유로 TSMC는 일반 기업이면서도 전략물자를 생산하는 기지가 됐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7나노 이하 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AI 액셀러레이터 생산의 99%도 이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TSMC는 불안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특히 자유무역주의 후퇴와 보호무역주의 부상이라는 통상환경 변화와 미중 경쟁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 환경에서 급성장한 TSMC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과거에는 모든 나라의 기업을 거래처로 삼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기업을 거래처로 세우기가 어려워졌다. 2019년 TSMC 수익의 20%가 중국에서 나왔다. 지금도 여전히 수익의 1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이날 TSMC가 화웨이의 AI 칩셋에서 자사 반도체가 발견된 뒤 한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에 제품 출하를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이 설계 기업은 27일 성명을 내고 화웨이와 어떤 사업적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22일 TSMC가 화웨이의 아센드 910B에 자사 제품이 사용된 것을 확인하고 미국 상무부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20년 5월 미국의 기술을 일부라도 사용한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제품을 팔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TSMC가 제조하는 반도체도 화웨이 제품에는 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