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특수교육원 제작 몸짓상징 ‘손담’, 수어 본질 훼손 우려
한농협, “무재한 재생, 유튜브 삭제 비공개 처리” 요구
한국농아인협회(이하 한농협)이 국립특수교육원이 개발한 몸짓상징 ‘손담’ 영상이 한국수어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고, 그릇된 오해를 불러오고 있어 유튜브에서 삭제, 비공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21일 한농협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다. 하지만 최근 산하 수어통역센터에 의뢰된 수어교육 요청에서 한국수어가 왜곡되고 혼란에 휩싸여 있는 현실을 접했다.
A중증장애인거주시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 이용자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이 지난 2018년 개발한 몸짓상징 ‘손담’을 활용한 수어교육을 요청했다.
손담은 중도·중복장애인학생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개발된 몸짓상징 영상으로 A중증장애인거주시설은 해당 영상이 수어라 생각하고, 수어통역센터에 중증발달장애인의 교육을 의뢰한 것이다.
특수교육원의 장애자녀 부모 지원 종합시스템 ‘온맘’에는 ‘손담’을 주로 손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뜻의 의사소통 체계로 개발된 몸짓 상징체계라 설명하고 있다. 몸짓상징 ‘손담’은 272개의 동영상을 20초 안팎 동영상으로 제작해 1~2개의 단어를 손의 모양과 손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단어의 의미가 다른 ‘휠체어/유모차’를 “양손을 내밀어 손잡이를 잡아 밉니다”로 표현하고 있고, ‘화장실/소변보다’를 “한 손 주먹을 쥐고 노크하듯이 움직입니다”로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국립특수교육원 몸짓상징 ‘손담’ 영상. ©한국농아인협회
한농협은 “분명 의미가 다름에도 마치 같은 것처럼 설명하는 몸짓상징은 의사소통을 돕기보다는 그릇된 지식을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마치 수어라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수어를 차용했지만 수어는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현재 해당 동영상은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자녀 부모 지원 종합시스템 온맘뿐 아니라 유튜브에 탑재되어 공유되고, 영상이 무한 재생되고 있다”면서 “해당 영상이 현재 한국수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수어의 위태로움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지원을 위해 다양한 그림상징이 개발되고, 글을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폄하되지 않게 또 소통하고자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욕구가 해소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면서도 “몸짓상징 손담은 수어라 할 수 없으며, 수어로 오인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