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증명사진 사용금지인데… 주민센터 10곳 중 9곳 “OK”
행안부 “사용 불허”… 현장선 제각각
“컴퓨터가 동일인 인식해 문제 없다”
7곳, ‘AI프사’ 밝혀도 사진교체 허용“
실제 구분 어려워 허용범위 논의를”
“인공지능(AI)이 만든 사진이라고요? 잘 모르겠는데….”
지난달 31일 기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민센터를 방문해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돼 바꾸고 싶다”며 AI가 만든 사진을 내밀었다. 이어 “AI가 만든 사진인데 상관없느냐”고 묻자 담당 공무원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컴퓨터 안면인식 프로그램에서 동일인으로 인식하니 괜찮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최근 AI가 만든 사진을 주민등록증과 여권 등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음에도 “실물과 큰 차이가 없으니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프로필 사진을 AI로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행안부는 올 6월 “AI 사진을 신분증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포토샵 등으로 보정한 사진과 달리 AI가 만든 사진은 본질적으로 당사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자가 서울 자치구 주민센터 10곳을 찾아가 문의한 결과 10곳 중 9곳에선 AI 사진으로 신분증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AI 사진, 동일성 판별 프로그램 통과
기자는 3000원을 내고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으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었다. 셀카 사진 20장을 입력하자 AI는 하루 만에 그럴 듯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줬다.
프로필 사진을 증명사진으로 출력한 후 지난달 28일과 31일 서울 자치구 10곳의 주민센터를 찾아 주민등록증 사진 교체를 신청했다. 관악구의 한 주민센터만 유일하게 “6개월 이내에 찍은 실제 사진이 맞느냐”고 물었다. AI 생성 사진이라고 하자 담당 공무원은 “행안부 방침상 AI 생성 사진은 공문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반면 10곳 중 9곳에선 행안부 방침과 달리 AI 생성 사진으로 신분증 사진을 교체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중 7곳은 AI 프로필 사진이라고 밝혔음에도 “문제없다”고 했다. 한 주민센터에선 직원 3명이 AI 사진과 실제 모습을 한참 비교하며 논의하더니 “(실물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교체해 주겠다”고 했다. 주민센터에서 사용하는 동일인 여부 판독 프로그램으로 기준 점수(60점)를 넘은 72점이 나왔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행안부 입장은 얼굴이 얼마나 비슷한지와 상관없이 AI 생성 사진은 본질적으로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원본 사진을 고치는 보정과 달리 AI 사진은 이미지를 재창조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 “현실적으로 AI 사진 가려내기 어려워”
문제는 AI 사진을 현실적으로 가려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AI가 만든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실물과 비슷하다면 포토샵 보정 사진과 구분하기 어렵다”며 “무조건 금지한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자치구와 주민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안면인식 프로그램으로는 AI 사진인지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창배 한국인공지능협회 이사장은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AI 활용 원천 금지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분증 사진에서 포토샵 보정을 일부 인정해주는 것처럼 AI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부터 금지할지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