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 올라 부담… 따릉이로 출퇴근”
서울 시내버스 300원 인상 첫날
“한달에 2만원 가까이 더 드는 셈”
“버스 정기권 도입, 부담 줄여줘야”
10월엔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예고
12일 오후 서울의 한 시내버스 교통카드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가져다 대자 버스 요금이 1500원으로 찍히고 있다. 뉴스1
“내일부터 따릉이(서울시 공유자전거) 정액권을 끊으려고요. 버스 요금이 300원 올랐는데 연간으로 따져 보니 20만 원 가까이 더 쓰겠더라고요.”
직장인 김우영 씨(34)는 전날(12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출퇴근길에 버스를 안 타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13일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식료품, 옷 등 거의 모든 가격이 인상됐는데 교통비까지 오르니 부담이 적지 않다”며 “아침에 30분씩 투자해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할 생각”이라고 했다.
● 광역버스 3000원으로 30% 올라
12일 오전 3시부터 서울시 버스 기본요금이 인상됐다. 교통카드 기준으로 시내버스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인상됐다. 마을버스는 900원에서 1200원으로 300원(33%), 심야버스는 2150원에서 2500원으로 350원(16%), 광역버스는 2300원에서 3000원으로 700원(30%) 올랐다.
8년 만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고물가 상황에서 부담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광역버스가 크게 오른 걸 두고 경기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까지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매일 왕복 출퇴근길에 6000원씩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크다. 지하철 출퇴근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앞으로도 버스를 타야 하는데 커피라도 줄여야 하나 싶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부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란 반응도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종윤 씨(70)는 “한 달에 2만 원 가까이 오른 셈이라 부담이 되긴 한다”면서도 “버스업계도 힘들 텐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 10월에는 지하철 기본요금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12%) 오르면서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통합정기권 도입 필요”
시민들 사이에선 “버스 요금 인상이 어쩔 수 없다면 정기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지하철은 일정 거리 구간 내에서 지하철만 이용하는 경우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정기권이 있지만 버스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정기권의 경우 기본요금 44회분에 해당하는 요금으로 60회를 탈 수 있어 2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정기권은 버스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정기권 제도가 도입된 것”이라며 “버스는 2004년 준공영제가 시행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 영역이라 정기권 논의가 더뎠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지난해 5월 ‘지하철·버스 통합정기권’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올해 도입은 무산됐다. 대광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예산을 반영해주지 않아 내년에 다시 반영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김수현 기자, 전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