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이나 가보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그런 이층집.
이층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방 안에는
이불을 걷어 찬 모습으로 잘 자고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지금 시각에 모두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일법도 한데,
편히 누워 잠꼬대를 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달칵_
그런 방안에 누군가가 들어왔고,
"오, 왕자님, 저를 버리시고 가시렵니까"
두 손을 꼭 모은채 잠꼬대를 하고 있는 한 여자.
"왕자님은 무슨, 오늘 잠꼬대의 컨셉은 남자니, 으이구, 안일어나?!! 요것아!!!"
"왕자님, 오늘따라 말투가 험하십니다.."
"와~앙~자~니~임~? 요것아. 내가 아직도 네 눈에 왕자로 보이니?"
방에 들어온 누군가가 약간 소란스럽게 말하며 깨우자,
게츠스름하게 눈을 뜨며 아직도 잠꼬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계속 왕자 타령이다.
"흐음..왕..자님..왜 의상이 앞치마로 바뀌셨는지요..
....또...날카로운 칼이 아닌..
...둥그스름한..주걱인지요.....제가 .. 잘못보고..있는건가요...?"
"이제 일어났지? 엉덩이 맞기전에 빨리 안일어나?!"
".........어머..!!...절..찌르신다구요..?흐흑..왕.."
"요것아!!!!"
철썩,
"아아아아악!!!!!!!!!"
참다 참다 못해 결국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의 엉덩이를 주걱으로
내려치는 한 사람.
"어..엄마!!"
그렇다. 그녀의 고우신 어머니였다.
"그냥 흔들어서 깨우지 꼭 그렇게 깨워야 겠어?
아씨, 오늘 꿈 좋은 거 같았는데, 뒷 부분이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왕자 타령하고 있네, 잠꼬대도, 잠꼬대도 너 처럼 심한 사람을 없을 거다, 요것아!!
빨리 씻고 밥 먹고 학교가!!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누워있어?!"
"..몇 신데?"
"7시10분 지나고 있다."
"에에? 겨우~? 그럼 좀 더 늦게 깨워주지!! 한참 좋은 꿈 꾸고 있었는데,"
"뭐? 겨우? 네가 아침에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 보아서는
지금 시간으로는 모자랄 것 같은데?"
"아씨, 몰라 ,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정말"
"요것이, 빨리 안 일어나?"
"아, 조금만!! 조금만 자자,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단 말이야~"
"네가 이불 속에서 나올 곳은 어딨니? 이불은 걷어차서 다 ~ 밑으로 떨어져 있는데,"
"하하, 그런가. 어쨌든!! 난 더 잘거라구!!"
"씻는데 20분, 머리 손질하는데 20분, 밥 먹는데 15분, 교복입고 준비하는데 20분.
다 합쳐서 몇 분이니? 1시간하고 15분이야, 요것아!!
너 등교 시간 20분까지랬지? 빨리 준비해!!"
"씨이, 알았어, 알았다구!! 정말, 아침마다 꼭 !! 잔소리 안 듣는 날이 없어요,"
"아니, 요것이 진짜!!"
"아아, 알았다구!! 나 씻고 교복입고 그냥 바로 갈 거야.
오늘 아침 안 먹을래."
"안 먹으로 네가 손해지, 내 손해니? 그럼 알아서 준비하고 가거라,"
"응, 알았어."
엄마가 나가고 이불을 침대위로 끌어 올려 이불을 덮고
약 5분 가량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겨울이 되면 집밖으로 나오기 싫은 나인데,
아니,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나인데, 꼭 아침부터 깨워서 정말,
달칵_
"누워서 뭐하니? 안 씻니? 오늘 졸업하잖아, 그러니까 일찍 가야 되지 않아?"
벌떡!!
그렇지!! 졸업!!
"아 !! 맞다. 오늘 졸업이다!!그럼 이제 실컷 놀겠다~ 키키,
나 씻으러 갔다 올게요!!"
난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서 양치지 하고, 머리 감고, 세수를 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돌돌 말고 내방으로 와서 머리를 충분히 물기를 없앤 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우리학교의 촌스러운 동복을 입고 !!
재빨리 학교로 갔다.
우리 집에서 학교 가는 길이 얼마나 먼지, 거의 20분 가량? 흐윽,
빠른 걸음으로 걸어 15분 만에 학교에 도착했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어 놓고 실내화를 신은 뒤,
교실로 들어갔다.
3-1
시끌벅적한 우리 반.
"아, 추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어."
"어? 미영이 왔네."
"응. 근데 네 책상 위에 있는 거 다 뭔데?"
"아, 오늘 졸업이잖아. 그래서 달걀하고 밀가루 좀 챙겨왔지. 흐흐."
"아.. 그래? 하하, 나한테는 피해가 없게 해줘."
"글쎄다. 키키."
나랑 말한 사람은 신혜.
키도 작고 통통한게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그런데 준비한 계란과 밀가루를 보니,
오늘 졸업은 무사히 마치지 못 할 것이 예상되었다.
지금 시간을 보니 8시쯤 된 것 같았다.
오늘 졸업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산만한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신혜와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1교시가 되었고,
그때 흘러나오는 방송.
"아아, 전교생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더 알리겠습니다.
전교생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흘러나오자 마자 우리 반은 교실을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아, 강당 추울 텐데.
아아, 가기 싫다!! 정말,
그러나 강당에 들어섰을 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따뜻했다.
졸업이라고 해주신 건가, 키키.
1학년 2학년 3학년,
학년별로 줄을 일정하게 서고,
백미현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제39회 졸업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앞에 있는 국기계양대를 향해 서주십시오.
국기에 대한 경례"
오른손은 가슴위로 얹혔다.
그다지 웅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음악이 흘러나왔고,
이어지는 말.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음악이 끝남으로 동시에 손은 내려왔고,
백미현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다음은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애국가는 1절만 부르겠습니다."
곧 이어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아, 정말.
졸업인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겠냐고.
그냥 졸업식 노래 부르고, 교장 쌤 말 듣고 가면 안되는거야?
으으, 정말 시간 끈다. 끌어.
노래 부르는 척 입만 뻐끔 거리고, 가만히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강당 위로 올라오시고,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일제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들였다.
말만 그렇지, 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교장선생님의 3학년 졸업에 의한 말이 주절주절 흘러나왔고,
시간이 꽤 흘렀는지 여기저기서 몸을 움직이고 딴짓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아 정말, 오래한다."
"그러니까, 빨리 졸업장이나 받고 가지. 으, 정말."
내 앞에 서있던 신혜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끝이 났다.
"그럼, 3학년 졸업장을 수여하겠습니다.
3학년 대표 김지은 학생은 단상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반 앞쪽에 서있던 지은이가 단상위로 올라갔다.
"위 학생은 본교 3년간 전 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2005년 2월 14일. ○○여자중학교장 ○○○"
대표로 지은이가 올라가 교장쌤의 말을 듣고 졸업장을 받았다.
그리고 내려와 줄을 섰다.
"이상, 끝으로 졸업가를 부르고 마치겠습니다."
졸업가의 음이 나오고, 졸업가를 불렀다.
1절은 1,2학년들이 불렀고,
2절은 우리 3학년들이 불렀으며 3절은 다 같이 부르는 걸로 해서 끝이 났다.
모두 각반으로 돌아갔고,
반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우리는 마쳤다.
"오늘 이 학교에서 나가면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일이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덜렁되지 말고, 자기일에 열심히 하고,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지말고,
고등학교 가면 중학교 수업시간보다 더 늘어날텐데 꾸벅꾸벅 졸면 안되는 일이지?
그러니까 고등학교 가기전에 인내심 기르고, 잘 생활하길 바란다.
1년간 담임을 맡으면서 참 재미있었다.
몸 건강하고, 이상."
"차렷. 경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몇 몇 아이들은 빨리 나가기에 바빳고,
몇 몇 아이들은 선생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리고 나갔다.
마지막 선생님의 눈에서 나온 눈물을,
3-1 학생들이 보았을까.
타악_
"꺄아아악_"
"뭐하는건데?"
"푸하하하.네 교복 봐라. 존나 웃겨. 크큭"
타악_
"으아악!! 내한테는 던지지 말라니까?"
교실에서 나온 3-1 학생들은,
신혜가 챙겨온 계란과 밀가루에 맞아 시끄럽게 하고 있었다.
하교길에 3학년 교복 대부분 누런 노란자 자국과 허여멀건 밀가루 자국으로
하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였다.
나 또한 교복이 깨끗하지는 않았다.
"아, 정말. 이 꼴로 어떻게 돌아다니노,"
"괜찮다. 이 교복 입는것도 마지막이고, 이 학교도 마지막인데,
이것도 다 추억이다."
"그~으래? 신혜야 , 그렇게 말하는 넌 왜 옷이 깨끗하니?"
"그러게, 빨리가자."
"어? 야, 저 남자 존나 멋져 !!!"
"어디? 어디?"
신혜가 한눈 판 사이에 난 신혜가 들고있는 밀가루를 들고
신혜쪽으로 뿌렸다.
너무 심하게 뿌린 탓인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허옇게 뒤덮여 버렸다.
"웁, 푸풋."
"엇, 신혜야, 미안. 그렇게 심하게 할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미안하긴, 마지막이라서 괜찮다니까? 너무 깨끗한척 하는거 아니야?"
"어떻게 알았노 ~ 푸하하. 근데 네 진짜 웃기다."
"맞나. 집에가서 씻지뭐, 오늘 이렇게 돌아 다녀보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 오늘 일찍 집에 가야해서,
그래서 못 놀겠다. "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사거리 까지 왔고,
신혜랑 나랑 각각 자기집으로 갔다.
"으, 쪽팔려. 이게 무슨 꼴이야."
치마와 조끼, 마이에 묻어있는 밀가루를 털면서 집으로 갔다.
달칵_
"다녀왔습니다."
"벌써 오니?"
"응, 오늘 졸업식이잖아."
"그래? 그런데 교복은 또 왜 그러니?"
"몰라, 마지막이라고 이것도 추억이라면서 ,
계란하고 밀가루를 던지지 뭐야. 으, 정말."
"정말 추하구나, 빨리 씻고 옷 갈아입으렴."
"네."
그렇게 말하고 이층으로 올라갈려던 찰나,
"아차, 미영아."
"왜?"
"이제 입학식날 까지 노는 거지?"
"당연한거 아니야? 히히."
"미영아."
"아, 왜 !!"
"아니다. 씻고 옷 갈아입고 내려오너라."
"응,"
꽤나 심각해 보이는 듯한 엄마의 얼굴.
나에게 무슨 할 얘기가 있어서 그렇게 뜸을 들이시는건지 모르겠다.
우선 이층으로 올라와 내 방에서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으, 비린내."
계란 때문인지 비린내가 내 코를 스쳤다.
이미 몸에 베인거 같은 느낌.
찝찝해서 빨리 교복을 벗고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쏴아아아아_
그렇게 몇 분 가량 깨끗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내 방으로 들어왔다.
"음, 이제 졸업도 했고,
입학식 날까지는 충분히 놀수 있을텐데,
어떻게 놀지? 으아아. 심심하구나."
난 침대에 뒹굴며 입학식 하기 까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었다.
"아차, 엄마가 다 씻고 내려오라고 그랬지?"
갑자기 생각난 엄마의 말에 침대에서 일어나 일층으로 내려왔다.
부엌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 엄마.
그래서 난 부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 나 왜 내려오라고 그랬어?"
"미영아. 엄마가 마음대로 결정했어도 이해해줄수 있지?"
"음, 경우에 따라서. 그런데 왜 ?"
"엄마와 아빠가 생각하고 결정내린거란다.
네 입장에서는 싫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들어줄수 있지?"
"경우에 따라서라니까?"
"...."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데,
무슨 말인지 뜸들이고 있는 그 표정.
무척이나 사람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알았어. 알았어. 이해도 해줄꺼고, 들어도 줄께.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해봐."
"미영아. 너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녀라."
"응. 알았어. 나 원래 부산ㅇ..뭐?!"
"그렇게 결정했단다."
"엄마 !! 부산가면 나 누구랑 살라구 !!!
나 여기서 친구들이랑 다닐꺼란 말이야."
"부산가서 네 사촌오빠랑 살면 되잖니, 고모도 있을테고, 고모부도 있을텐데."
"하지만, 눈치 보이잖아."
"미영이 너한텐 아무말 없이 결정해서 미안하지만,
어쩔수가 없구나. 너도 커서 성공 해야 하니까,
이곳에서 말고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녀보는게 어떻겠니?"
계속 부산에 다니길 원하시는 엄마.
도대체 무슨 속셈인거야.
"그래. 내가 다닌다고 쳐. 하지만 원서도 다 썻고, 입학도 불가능 할텐데."
"그럴줄 알고 엄마와 아빠가 미리 연락 드려 원..."
"뭐? 어디? 어느 학교에 ..!!"
"미, 미영아."
"어느 학교에 연락을 줬냐고!!"
"부산예고."
뭐?
부산예고?
내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부산예고?
엄마가 예전에 죽어도 그곳으로는 안보내준다고 그랫는데,
"저,,정말?! 엄마가 분명히 예전에.."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잖니?
그래서 그쪽으로 해본거야. 괜찮지?"
"응! 그럼!! 괜찮지, 괜찮고 말고 . 엄마 !! 고마워 !!"
"고맙긴, 그런데 친구들에게는 말할꺼니?"
"..아..일단은..보류해야지.."
"너무 늦게 알려주지는 말아라.
늦게 알려줄수록 마음의 상처는 깊어지니까. 알았지?"
"네..어쨋든 고마워요, 엄마."
"호호, 별게 다 고맙구나, 그럼 올라가서 쉬렴."
"네."
내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뻗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하면 될것인지.
말하고나면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할 뿐이다.
"히히, 친구야. 미안해.
...하지만...나도 포기할 수 없는걸, 그 학교 꼭 가고 싶었거든..
..미안해,. 미안해 친구야. 너희들도 소중한데, 정말 정말 소중한데,
.....히히..정말 정말 미안해. 그래도 연락 자주 할께!!"
혼자 작게 말한 뒤,
침대위에서 뒤척이다가 잠들어 버렸다.
"으음.."
오늘은 일요일이고, 쉬는날인데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왠일..이지..?"
달칵_
"어머? 일어났네? 왠일이니? "
"몰라. 나도 신기해 죽겠어."
"그러니? 하긴, 처음 이렇게 일찍 일어났으니까."
"엄마!!!"
"알았어 알았어. 얘도 참, 빨리 씻고 밥먹어라."
"우씨, 알았어. 내려가"
엄마가 방에서 나가고 난 계속 이불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곧 배에서 나는 소리로 인해 씻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엄마, 엄마는 밥 안먹어?"
"네 일어나기전에 벌써 먹었어, 빨리 먹어, 식겠다."
"응, 아빠는?"
"아빠는 방에 계셔."
"아, 그래? 와, 맛있겠네"
"엄마 음식은 다 맛있잖니, 몰랐어?"
"엄마, 빨리 부엌에서 나가세요. 나 밥 제대로 안 넘어 갈것 같아."
"얘도 참, 알았어. 그럼 다 먹고 설거지 해라?"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나가계세요."
엄마를 부엌에서 보내고 난 밥을 먹었다.
얼큰한 찌개와 김치, 그리고 고등어 굽은거랑 먹었다.
"으아, 배불러. 이제 뭐하고 놀지?
할것도 없는데,"
어느새 다 먹은 나는 그릇을 들고 싱크대쪽으로 다가가 설거지를 했다.
이런데에 익숙하지 않는 나는 설거지하는 모습이 참 위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씻으면 되는건가? 아씨,
내가 뭐 설거지를 해봤어야 할지,"
투덜대면서 설거지는 참 오랜 시간에 끝냈다.
몇 그릇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왜 이렇게 느린지 모르겠다.
엄마는 빨리 빨리 끝내던데, 휴,
"엄마, 나 설거지 다했으니까 이만 올라가볼께."
"그러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그냥 말한 엄마의 모습에 살짝 괘씸했지만;
귀찮아서 그럴꺼라고 생각한 나는 내 방으로 바로 올라와 버렸다.
"이제 뭐하고 놀지? 할 것도 없는데."
친구한테 전화해서 놀자고 그래볼까?
그런데 못 논다고 그러면,
아_ 정말,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방,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위치하고 있는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달칵_
"여보세요?"
[미영이야?]
"응, 누구세요?"
[나야, 경미.]
"아, 경미? 왜?"
[안 심심하나? 심심하면 같이 놀자고,]
"아, 안그래도 심심해서 아무한테나 연락해서 놀려고 했던 참인데,
그래. 어디서 만나지?"
[사거리에서 만날까?]
"음, 그러자. 그럼 있다가 봐"
[오냐, 끈을께]
"그,."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끈어버리는 경미.
으으!! 나빳어.
내가 말 다 하기도 전에 끈어버리다니.
뭐 어때, 만나서 놀기만 하면 되지,
지금은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밥 먹기전 씻은 나는 그냥 옷만 바꿔 입고 밖으로 나왔다.
"으아, 역시 오전이라서 그런지 꽤 춥구나.
그냥 오후에 만나자고 말할껄 그랬나?
이렇게 추운데 어디가서 놀자고 그럴까? 후, 후,"
계속 입김을 내면서 걸어갔다.
정말 장난아니게 추웠다.
사거리에 도착한 나는 경미를 기다렸다.
"야!!곽미!!"
"어? 이제 왔네,"
"이제 왔네? 꼭 네가 오래 기다린것 처럼 말한다?"
"하하, 알았어, 알았다구, 일찍 왔네?"
"그래야지, 푸하하. 아아, 춥다. 어디가지?"
"글쎄다. 오후에 만나자고 그럴껄"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심심하다구,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하자"
"그래,"
경미랑 나랑은 옷을 꽈악 움켜 잡은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솔직히 몇 년간 살아온 이곳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할곳 하나 없지만,
뭐, 어쩌겠는가, 심심한데 돌아다니기라고 해야지,
"야야, 저 옷 꽤 이쁘지 않냐?"
"저거? 음, 심플해서 괜찮기도 하네,"
"그렇지? 이거!! 이것도 이쁘다."
"이건 좀 화려 하지 않나? 난 별로인거 같은데.."
"옷을 볼 줄 모르네, 요즘 이런게 유행이야!!"
"유행은 무슨, 입고 다니는 사람 본적도 없는데,
누가 요즘 촌스럽게 큐빅박힌 옷을 입고 다니니?
큐빅박혔다 치자, 그래도 이 옷은 좀 그렇다."
"으이구, 곽미야. 다음에 나랑 시내 나가자. 내가 옷 뭐가 이쁘고 이상한지 구별 해주마."
"됬네요, 우리 딴데로 가자."
"그러지뭐,"
어느 한 옷 집으로 구경하고 나오면서
또 걷기 시작하는 우리.
언제까지 계속 걷기만 해야하는 걸까.
아,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만 집에 가자고 해볼까? 휴,
"이야~ 야, 저 가방 이쁘지 않냐?"
"꼭 너 같은것만, 저렇게 작은 가방에 뭐 들어가니?"
"됬다, 됬어. 누가 너랑 말하겠냐, 으이구,
아, 춥다. 추워, 장갑 사고싶은데 용돈이 딸리네, 아, 정말."
"용돈 모아서 사면 되잖아"
"용돈을 안주니까 문제지,"
"그런가? 에휴, 춥다. 우리 이만 집에 가자.
나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어."
"그럴까? 그러지뭐, 곽미 ! 잘가, 다음에 보자."
"그래, 경미야, 잘가!!"
경미는 뒤돌아서 가고 나도 집으로 왔다.
"후아, 후아, 너무 춥다."
총총 걸음으로 빨리 집으로 들어왔다.
빨리 뛰어서 오면 바람때문에 더 추우니까,
후아.
"다녀왔습니다!"
"미영이니? 어디 갔다 왔다 보구나."
"아, 엄마한테 말 안하고 갔네, 밖에 잠시 친구좀 만나서 놀다왔어."
"그러니? 음, 그 옷 입고 가면 되겠고,
일단 짐 챙기자."
"응? 무슨짐? 오늘 어디가?"
"시간 좀 남을때 빨리 가자는 거지."
"그러니까 어딜?"
"부산."
"뭐?!"
팬까페 : http://cafe.daum.net/soatploa
두 번째 소설입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봐주시면 감사하구요.
팬까페에는 4편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감기조심하시구요.
이번 소설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시작 ]
대원상고 포커스의 미래 마누라는 부산예고 신입생[001]
ⓘⓢ○-세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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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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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개인적으로 굉장한 팬이예요. ^_^ 소설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_^ 열심히 쓰세용
저 예전에도 대구미소녀....그거 정말 슬프게봤는데..올만에와서 이거찾을라고왔어요~~대구꺼랑 비슷한데 너무 잼있어요~~
미흡하긴요.... 흡족(이것 맞나?)한데요.. 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