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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가 없어졌다... 젠장, 왜 모르고 있었을까? 아니 알고 있었지만 왜 관심있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무심코 작년 FA 자격 선수들 명단을 뽑아 놓고 보고 있다 가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상윤"
그렇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사라진 스타가 한 명 더 있었다. 박태하 선수의 은퇴 때엔 스포츠 신문의 축구면에서 어느 정도 크게 다루어 졌던 것 같은 데, 당연히 어느 팀 과든 재계약 할 줄 알았던 이상윤 선수의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설마 설마 하며 이상윤 선수의 근황을 알아보던 난 이 선수가 이번 시즌 은퇴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착잡한 마음에 이상윤 선수의 역대 활약상을 살펴보다 보니 정말 대단한 기록들을 남기고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대 K리그 경기 출장 수, 총 득점, 총 어시스트... 모든 부분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대 선수의 은퇴를 알고 있지도 못했다니 축구팬으로써 못 내 아쉽기만 하다.
여기 저기 수소문 해서 알아보았더니, 지금 차범근 축구 교실에서 코치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 같던데... 확실한 소식은 더 이상 알 길이 없다.
작년 시즌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고 있을 때 팀을 위해 경기에 출전한 그의 모습을 보았다. 경기 내내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마다 특유의 찡그리는 인상과 함께 팔꿈치를 부여 잡는 모습이 매우 안스러워 눈시울을 붉혔던 적이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의 기량은 일찍 저물었지만 내 기억에 그는 미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자신의 마지막 시즌에도 축구에 대한 집착을 보여 줬던 것 같다.
고정운, 신태용, 이상윤... 한국 프로축구의 최고 시대를 구가하며 천마 구단의 중흥을 이끌었던 선수들이다. 황선홍과 라데가 버티고 있던 포항마저 그들 앞에서는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무적 삼인방... 그들 중 한 명은 지난 시즌 올스타전에서 나름대로 화려한 은퇴를 한 후 지도자 생활을 준비 중이고, 또 한 명은 아직도 K리그 최고 스타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조용히 프로 축구계를 떠나 버렸다.
조직화되고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는 현대 축구의 경향 때문일까, 동분 서주 혼자서 휘저을 수 있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의 K리그에서 가끔 수비수 한 두 명을 달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휘저어 주던 그의 드리블이 생각난다.
차범근 축구 교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의 소식을 후추에서 한 번 쯤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sprayed by sasano8
현재 한창 k리그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한때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그가 이렇게 조용히 사라진걸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