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작가가 빨강머리 앤 속의 대사에서 영감을 얻고 쓴 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문장 중 하나는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하루가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는 즐거움을 찾는 앤이 나한테 깨달음을 주었다. 하루가 틀어지고 어긋나서 절망적이더라도 즐거운 일은 일어난다. 나는 힘들게 지내는 중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또 인상 깊었던 문장은 '말하자면, 내 콤플렉스는 내 눈에만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었다.'이다.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를 싫어했고, 작가는 낮은 코가 콤플렉스 였던 것처럼 나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나는 몸에 털이 많다. 안 보이면 모를까 내 기준으로는 너무 잘 보였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중에 난 까만 털들이 언제부턴가 죽도록 싫어졌다. 그러다가 오늘 이 문장을 읽고 위안을 얻었다. 우리는 자주 자신의 단점만 본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이런 우리에게 그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감을 구축해낸 사람들이다."이 문장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분명 지금이 더 바쁘고 할 일도 많고 여가시간도 줄었지만 초등학교 때보다 지금이 더 즐겁다. 집에 박혀있는 걸 좋아했던 어린 나에게 주말에 나간다는 건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관심도 없는 꽃이나 비행기 박물관 등등을 구경하고 오는 거였다. 흥미가 없으니 투정도 많이 부렸고 자주 싸웠다. 가족 외에는 인간관계가 넓지 않았으니 하소연할 곳 하나 없어서 속으로 삼켰다. 조금 더 외향적으로 변하고 또래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때 외롭지 않다고 오랜만에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지만 늘 혼자 있는 건 모든게 멈춘 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내가 직접 느낀 거여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앤은 자신의 수식어로 '빨강머리'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나를 수식하는 말은 무엇일까?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배려심이 많다고 말해줬다. 조금 쑥스럽지만 동의한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나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었다. 요 며칠 잠을 잘 못자서 피곤했는데 열심히 살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