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베토벤
이문수
베토벤과 베토벤이
마주 걷고 있다
본에서 빈으로 올라가는
야망의 베토벤이
빈에서 본*으로 내려가는
귀머거리 베토벤이
마주 보며 걷고 있다
확인 할 수 없는 음표가
들풀처럼 솟아나는
오선지 인생길에서
윙윙거리는 귀를 버리고
온몸으로 듣는 떨림을 가늠하며
도돌이표 하나 없는 길에서
한 포기 한 포기 꽃을 심는
베토벤이 베토벤을 거슬러 가고 있다
쾅쾅쾅 쾅……
사방으로 곱슬거리는
운명곡을 들으며 핸들을 돌렸다
비실거리던 제3번 국도를 빠져나와 다시 직진
나의 본에서 나의 빈으로 가는
유턴 표지판이 없는
오차선 고속도로로 진입
나를 거슬러 가는 방향으로
크레센도를 꾸욱
도도하게 밟아 보련다
*본Bonn(독일)은 베토벤의 고향, 빈Wien(오스트리아)은 베토벤이 음악 활동을 한 도시를 말함.
피카소와 피카소
피카소와 피카소가
하나의 얼굴에
잘 그려져 있다
왼쪽에서 보는 눈과
오른쪽에서 보는 눈과
왼쪽에 있는 오른쪽 눈썹과
오른쪽에 있는 왼쪽 눈썹과
웃는 울음과
우는 웃음과
보는 나와 보이는 내 앞에서……
피카소와 피카소가
하나의 캔버스에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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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베토벤과 베토벤 / 이문수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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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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