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치즈 스마~일, 행복할 나를 위해 떠나자!
코끝에서 겨울의 향기가 부서진다. 달력도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올 한해도 이렇게 끝자락을 향해 달려간다. 마지막 달 마지막 날까지 끝까지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올 한해 너무 고생한 나도, 마음 속 소망함을 이루지 못한 나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나도. 12월만큼은 즐거운 나로, 행복한 나로, 가장 젊은 나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마무리 하자. 즐거움과 감성이 샘솟는 12월 여행지의 나침판이 순천을 가리킨다.
500년 전 소박한 마을의 숨결이 느껴지는 낙안읍성
돌담 사이로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마주 잡고 걷는 길, 수많은 연인들이 이 길을 걸었겠지. 켜켜이 쌓여진 돌담 사이로 500년 전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순천 도심에서 서쪽으로 22km떨어진 곳에 위치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소박한 마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떠난 듯 곳곳에서 조선의 숨결이 느껴진다.
사적 302호 낙안읍성은 1626년(인조4년)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석성을 쌓은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왜구가 넘볼 수 없도록 흑 대신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견고한 성곽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218채의 초가집들, 성안에 낙민루, 동헌, 객사, 큰샘 등 마을 곳곳에서 전통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실제 지금도 성 안팎에서 98 세대, 228명의 주민이 아궁이에 불을 떼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이곳은 훈훈한 정감이 감돈다. 500년 전에 생겨난 마을이 지금까지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아련한 향수가 새로운 추억으로, 순천 드라마촬영장
연인과 함께 옛 교복을 입고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가 추억 한 장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호기심 어린 재미를 선사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순천 드라마촬영장이다.
순천 드라마촬영장의 시간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천읍내(1950년대 후반~1970년대), 서울 달동네(1960년대), 서울 변두리(1980년대) 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당시의 가옥, 상가, 거리, 동네 등 약 220여 채의 건물에서 그 시절의 향수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특히 ‘옛 교복체험장’은 추억 소환과 새로운 추억만들기의 교차점으로 인기가 많다. 내가 즐겨봤던 드라마 속 장소를 찾아 인증샷을 남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트장 안에 자리한 주막에서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젊은 감각·새로운 에너지 문화가 공유되는 청춘창고
오래된 양곡창고가 생동감 넘치는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순천역 인근 활용도가 낮아진 농협 창고를 리모델링해 22개의 청년 점포와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젊은 감각과 신선한 에너지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ㄷ자로 가게가 있고, 중앙에는 계단식으로 된 쉼터 겸 관객석이 있다. 그 앞에 무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매주 다른 콘셉트의 공연이 토요일마다 열린다고 한다. 1층에는 주로 음식점이 있고 2층에는 공방과 회의실이 있다.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감각적인 분위기이며, 저마다 특색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먹고 마시고 쇼핑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전시와 공연도 감상할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흥겨움 속에 즐기는 남도 음식의 손맛, 아랫장 야시장
순천 여행의 하루 일정 마무리 장소로는 아랫장 야시장을 추천한다. 세상의 모든 흥을 모아 이곳에 뿌려 놓았을까. 아랫장 야시장은 흥겨움과 정겨움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난다.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마지막으로 입으로 먹는 곳 아랫장 야시장은 그 어느 뷔페식당보다 메뉴가 다양해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상당하다.
남도 음식의 손맛이 가득한 장터 음식 외에도 이곳에서는 인근 주변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산물과 공산품, 약초, 화초 등이 주로 거래 된다. 또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수산물 및 순천만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청결미도 유명하다. 음식 뿐 아니라 옛날노래부터 최신곡까지 다양한 음악이 흐르는 뮤직페스티벌도 즐거움을 더한다.
아랫장 야시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자칫 자리를 잡느라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7일장으로 운영되는 아랫장 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에만 운영하니 헛걸음 하지 않도록 주의 하자.
그리움이 쌓이는 간이역 원창역
겨울의 낭만이 내려앉은 간이역은 저 밑바닥에 숨어있는 감성까지 꿈틀거리게 한다. 작고 소박한 간이역 주변으로 괜스레 그리움이 쌓인다. 순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간이역 원창역은 이제 더 이상 기차가 지나지 않는다.
80년 이상의 역사와 가치를 지닌 원창역도 한때는 시끌벅적했겠지만 이제는 모두 기억 저편의 이야기이다. 그저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며 조용하고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파스텔톤의 역사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찍는 사진들에서는 감성이 묻어난다. 연인과 혹은 친구와 함께 철도를 배경으로, 또 역사 앞에서 느낌있는 인생샷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눈이라도 쌓이면 금상첨화다.
<사진, 순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