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에 저녁 해결?" 유럽인데 음료 시키면 요리 나온다는 전세계 여행 만족도 1위 도시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만만치 않은 외식 물가입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정찬을 즐기려다 보면 한 끼에 몇만 원이 우습게 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보석 같은 도시 그라나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러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음료 한 잔만 주문하면 정성 가득한 요리 한 접시가 무료로 제공되는
마법 같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타파스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타파스는 스페인어로 덮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3세기 무렵 국왕 알폰소 10세가 포도주 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잔 위에 얇은 빵 조각을 덮게 한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혹은 19세기 알폰소 13세가 안달루시아 해변을 방문했을 때 모래바람을 막으려
하몽 한 조각을 잔 위에 올렸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작은 덮개용 음식이 세월을 거치며 스페인 바 문화의 핵심이자 세계적인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스페인의 다른 대도시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도 타파스를 즐길 수 있지만
그곳에서는 대부분 요리 값을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마드리드의 매콤한 감자 요리인 파타타스 브라바스나 바르셀로나의 신선한 토마토를 얹은 빵인
팬 콘 토마테를 먹으려면 각각의 가격을 내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라나다만큼은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보리 발효 음료나 포도 음료 혹은 콜라 한 잔을 주문할 때마다 주방장이
그날그날 정성껏 준비한 요리가 덤으로 따라옵니다.
그라나다의 이러한 독특한 문화는 19세기 남부의 넉넉한 인심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에는
시청의 공식적인 정책으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여행자들은 보통 저녁 8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여러 곳의 가게를 옮겨 다니는 바 호핑을 즐깁니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서너 곳의 장소를 돌며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요리들을 맛보는 것이 현지인들의 일상입니다.
보통 1인당 20유로에서 30유로 정도면 대여섯 잔의 음료와 함께 열 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요리를 경험할 수 있어
가성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라나다에서 타파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리에 앉지 말고 서서 즐기라는 것입니다.
그라나다의 수많은 가게는 입구 쪽의 높은 테이블에서 서서 먹는 사람들에게만 무료 요리를 제공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안쪽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면 정식 레스토랑 메뉴로 간주하여 유료로 청구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현지인들 틈에 섞여 서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그라나다의 진짜 매력을 느끼는 방법입니다.
요리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신선한 올리브유에 절인 고기 요리부터 바삭하게 튀겨낸 생선 하몽을 얹은 작은 샌드위치까지
주방장의 재량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첫 잔을 시켰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잔을 주문할 때 점점 더 화려하고 정성이 들어간 요리가 나오는 것도
그라나다 타파스 투어만의 묘미입니다.
포크를 쓰기보다는 손으로 가볍게 집어 먹으며 친구들과 사교의 시간을 갖는 것이 현지인들이 타파스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라나다는 단순히 음식이 저렴한 것을 넘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 박물관과 같습니다.
낮에는 웅장한 알람브라 궁전을 거닐며 이슬람 문화의 정수를 만끽하고 해가 저물 무렵 알바이신
지구의 언덕에 올라 붉게 물드는 궁전의 전경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골목 구석구석 숨어있는 타파스 가게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 그라나다 여행의 완벽한 공식입니다.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토마토와 고추 그리고 대항해 시대 이후 유입된 풍성한 식재료들이
어우러진 요리들은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음료 한 잔에 담긴 여유를 즐기고 그 위에 얹어진 작은 요리 한 조각에서
남부 스페인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합니다.
단돈 3천 원 내외의 음료 값만으로도 훌륭한 저녁 식사를 완성할 수 있는 그라나다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는
천국과 같고 미식가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관대한 문화는 그라나다를 스페인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도시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 골목길 허름한 가게에서 무심하게 내어주는 무료 안주 한 접시가
더 깊은 감동을 줄 때가 있습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옆 사람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며 접시를 공유하는 그라나다의 밤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풍성합니다.
주방장이 내어주는 다음 요리가 무엇일지 기대하며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은
이미 그라나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