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19. 9. 13. 금요일.
내 가족끼리 차례를 지냈다.
큰딸, 막내아들, 아내와 나.
큰사위는 외국인. 지금 미국에 나갔고, 큰딸이 어제 밤에 친정에 왔다.
큰아들 내외는 친정이자 처가인 대구로 내려갔다. 사돈은 차례 지내로 다른 곳으로 갔나 보다.
손녀, 손자의 모습이 핸드폰 영상으로 비친다. 내 큰아들은 처가에서 차례도 지내지 못하나?
나는 종가 장손이다.
사촌네, 당숙네는 지방에서 살기에 설과 추석 명절에는 각자의 집에서 지내기로 합의했다.
나는 종가이므로 차례 지내고, 음10월 상달 시향/시제 때에는 고향에 내려가서 사촌네 집에서 제사 모신다.
내 시골집은 1957년에 개보수한 탓으로, 또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기에 집이 누추하다.
양옥으로 지은 사촌네에서 시향을 지내고, 밥을 먹은 뒤에는 인근에 있는 집단묘지에 들러서 10여 대의 무덤에 절을 올린다.
서울에서 차례 지내는 나는 이제는 설과 추석 명절에는 고향 선산에 가지도 않는다.
올해에도 예전처럼 대천에서 사는 큰당숙, 대전에서 사는 사촌동생네가 고향 선산에 들러서 성묘할 게다. 조금은 쓸쓸한 성묘가 될 게다.
자손들이 지극히 적은 집안이기에, 겨우 끈을 이어갈 정도의 자손들이기에.
내가 지내는 차례(차례)의 모습이다.
제사가 아니기에 아주 간소하게 음식장만했으며, 간략하게 차례 지냈다.
어제와 다르게 추석인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고 온화하여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고향을 찾고, 또 자식을 찾아오는 길에는 숱한 차들이 많을 게다.
묘소를 찾은 자손들도 많을 터.
하늘이 축복을 내렸다는 듯이 날씨가 화창하니 좋은 계절이다.
나는 서울 잠실 아파트 안에서 고향 선산을 떠올린다.
지금쯤 선산에서 자생하는 밤나무에는 밤톨이 여물어가고,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에서는 열매가 뚜욱 뚝 떨어질 게다.
시야를 가릴 만큼 훌쩍 큰 솔낭구(소나무) 가지 틈새로 멀리 서해바다의 섬들이 보일 게다.
내 고향집 텃밭 세 자리에는 밤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석류나무, 은행나무에서는 과일이 영글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욕심을 자아낼 게다. 마을안길 가생이에 심어놓은 무화과는 손을 많이 탔을 게다, 아무려면 어쩌랴 싶다. 주인인 나는 서울에서 내려오지도 않기에...
방금 전, 대전 사는 누나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충남 보령 미산면에 있는 보령시립공원묘지에 들러서 남편이자 아버지 산소를 들렸고, 10km쯤 떨어진 내 고향 선산에 들렀다고 핸드폰 전화가 왔다.
생질녀와 생질한테는 외할머니 산소.
생질과 생질녀는 외할머니네에서 크고 자랐다. 생질녀는 중학교, 생질은 초등학교까지 시골에서 보냈기에 그들의 고향이다.
외할머니를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산소에 들렀다는 두 생질은 곧 대전으로 되돌아가겠지. 일찍 남편을 잃었던 누나...
노동자였던 매형은 바로 이웃면인 남포면 출신. 환갑을 넘긴 지 얼마 안 되어 대전에서 돌아가셨고 무덤은 보령시 미산면 공원묘지에 있다.
내 고향 선산에 그들이 들러서 외할머니(외할아버지 합장) 산소에 들렀으니 외할머니인 내 어머니는 무덤 속에서도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을 게다.
생질녀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중학교를 졸업했고, 생질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모두 대전으로 떠났다.
대전에서 사업을 하기 시작한 부모을 따라서 대전으로 떠났어도 그들한테는 보령시 산골마을(곶뿌래)이 마음의 고향일 터.
그곳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학교까지 다녔기에.
외할머니인데도 '할머니'라고 불렀던 그 아이들은 이제는 커서 모두 중년이다.
1.
방금 전 인터넷 뉴스가 떴다.
서울 잠실 아파트 25층에서 차례를 지낸 뒤 지방(한지, 종이)을 태우다가 화재가 발생.
소방차 28대 출동. 다행히도 화재는 잡았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잠실지역. 어느 아파트 단지일까?
나는 제사, 차례 지낼 때에는 촛불을 켜지도 않거니와 지방을 쓰지도 않는다. 한지(문종이)에 한자 축문을 쓰지 않기에 지방을 촛불로 불 붙여서 태울 일도 없다.
제사, 차례의 방법도 현대화, 합리화, 간소화되었으면 싶다.
차례는 날이 밝고 훤한 아침에 지내는데 무슨 촛불이 필요로 할까? 또 지방에 글씨 써서 소리내어 조상신을 불러야만 영혼들이 찾아올까? 혼/조상 귀신이 있다면 그들은 그렇게도 능력이 없을까? 스스로 알아서 지상의 자손을 찾아올 터.
도대체 조상 귀신들은 어디에서 머물다가 자손의 집으로 찾아올까?
이 세상의 크기는 얼마일까?
빛의 속도(1초에 299,795km)로 날아가는데 690억 년 정도로 운운하다니...
빛의 속도로 1년 날아가면 9조 5천만km.
여기에 다시 690억 광년을 곱하면...
우주의 크기는 너무나 크고 거리는 너무나 멀다.
신의 영역이기에 인간이 촛불로 불 밝혀서 장소를 알려주고, 지방에 글자 써서 축을 불러야만 귀신들이 알아듣고 제사 차례 장소에 오지는 않을 터.
나는 건달종손일까? 건달자손일까?
21세기에 사는 나는 보다 합리적인 인식으로 조상을 대하고 싶다.
인간중심으로...
몇 해 전이다.
산에서 차례를 지낸 뒤 촛불을 방치하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
묘지는 물론이고 주변 산을 홀라당 태웠다는 뉴스가 떴다.
바람 부는 날 상석 위에 켜 둔 촛불이 바람을 타고 숲에 번졌다는 뜻.
내가 보기에는 다 허례허식이다.
조선조는 충효사상을 강조하여 제사 지내는 것을 유별나게 강조했다.
양반/사대부 숫자는 얼마 안 되고 일반 백성, 천민, 노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까지도 제례문화를 강요한 조선조였으니...
그렇게 왕을 위해서, 조상들을 위해서 생긴 이득이 과연 무엇일까?
2000년대를 사는 내 눈에는 '쪼다 조선조'라는 비웃음이 자꾸만 인다.
1.
오후 두 시경에 큰딸의 시동생 형제들이 잠실에 들른다고 아내가 말했다.
그들은 인도인.
이들 삼형제의 형인 맏이는 얼마 전에 미국으로 나갔고, 이들 삼형제는 서울 수도권에서 자리잡았다.
생산공장에서 일하는데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한다고 한다.
서울에서 한국학 대학교, 대학원을 다녔고, 막내는 한국대학교에 다닌다. 한국어 전공으로...
이들은 이국의 음식, 특히나 한국의 차례 음식으로 입맛을 다실 게다.
아쉽다면 그들은 육식하지 않고 채식만 한다. 종교 탓이다.
오후에 그들 사형제 가운데 둘째, 막내가 왔다.
한국말 잘 한다. 내가 글쓰기 실력이 얼마쯤일까 하고는 테스트를 하니 70% 정도로 정확하게 쓴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간다는 뜻.
첫댓글 최선생님 차례를 잘 지내셨
네유.
저는 청주에서 한의원을
하면서 살고 있는 막내동
생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제 바로 손아래 동생은
2010년 한국도로공사
홍보부장으로 있다가 죽
었습니다.
차례에 마땅하게 참석해야
하겠으나 몸이 안 좋은데다
가 내키지 않아서 가지 않
았고 부산에 생존한 88세
고무부님께 만 인사를 드렸
습니다.
고모부님은 고모님 작고하신 후 그 장남인
고종사촌 동생이 이혼해
서 마음 고생을 하세요.
고모부님께 안부 겸 위로를
전화로 드렸습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고모부 상처했으니 무척이나 힘들 세월에 와 계시군요.
88살 고령이니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 하시겠군요.
운신을 못하면... 고종사촌 동생이 더욱 애를 쓰겠군요.
세상 사는 내력은 거기가 거기이군요.
말은 다 하지 않아도 속사정은 그렇고 그렇게 엇비슷하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차례 지내고 나니 큰일을 다 한듯 가슴이 후련 하네요
예.
차례 준비를 하려면 얼마나 마음 졸이며, 일을 했을까요.
수고하셨군요.
오늘 하루가 지나가니 한결 마음이 놓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