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3일(수), 맑음, 미세먼지 좋음, 창경궁 대식물원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한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기온은 내려가
고 빗자루바람이 미세먼지를 깨끗이 쓸어냈다. 봄꽃 소식이 궁금하여 창경궁 노천화단을 둘
러보고 대식물원을 갔다. 노천에는 복수초가 한창인데 노루귀는 꽃샘추위를 타는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1. 복수초(福壽草,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25~30cm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세 번 또는 네
번 우상 복엽이다. 4~5월에 누런색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에 한 개씩 피고 열매는 수과(瘦
果)이다.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나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
복수초는 한자 그대로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이
이름을 쓴다.
학명의 속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의 이름과 똑같은 아도니스(Adonis)이다. 그리
스신화에 의하면 아도니스가 산짐승에 물려 죽어가면서 흘린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
다고 한다(유럽의 복수초는 꽃 색이 붉다). 그런데 땅속에 살고 있던 페르세포네라는 여신이
죽어 가는 아도니스를 살렸고, 제우스는 아도니스에게 그가 평소 사랑하던 미의 여신 아프로
디테와는 지상에서 반년을, 페르세포네와는 지하에서 반년을 살도록 했다고 한다. 복수초 또
한 지하에서 살다가 봄이 시작되자마자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지상으로 나온다는 것이
다. 복수초는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이유미, 『한국의 야생화』)
2. 복수초(福壽草,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우리나라에도 여러 복수초가 자라고 있지만 정작 복수초를 개발하여 상품화한 것은 일본이
앞선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시기를 잘 맞추어 작은 선물용 화분을 만들어 음력 정월 초하
루 즈음 활짝 꽃을 피워 출하하고, 일반인들은 새해 인사차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으
로 복수초 화분을 선물로 보낸다고 한다.
학명의 종소명 amurensis는 ‘아무르’ 지방이 원산지라는 의미이다.
학명의 명명자 Regel & Radde은 독일의 식물학자인 Eduard August von Regel(1815~1892)과
Gustav Ferdinand Richard Radde(1831~1903)이다.
3. 노루귀(獐耳細辛, Hepatica asiatica Nakai)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피고 난 다음에 잎이 나는데 잎이 깔때기 모양으로 말려서 나온 모습이 마치 노루귀와
닮았다. 봄소식을 알리는 듯 눈을 헤치고 나와 파설초, 설할초라고도 한다.
속명 헤파티카(Hepatica)는 ‘간장(肝腸)’이란 뜻을 가진 헤파티커스(Hepaticus)에서 유래되
었는데, 3개로 나눠진 잎 모양이 간장을 닮아 생겨난 명칭이다. 영어이름 역시 유사한 뜻을
지닌 아시아 리버리프(Asian Liverleaf)이다.
명명자 ‘Nakai’는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
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한국 자
생 식물의 많은 수가 학명에 그의 성인 Nakai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자신의 성 외에도
일본에서 유명한 인물들 이름을 한국 자생 식물의 학명에 넣었다. 1927년에 《조선삼림식물
편》 총 7권을 간행하였으며, 그 공로로 일본학사원 계공작 기념상을 받았다.
4. 골담초(骨擔草, Caragana sinica (Buc'hoz) Rehder)
콩과의 낙엽관목이다. 높이는 2미터 정도이며,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우상 복엽이며,
봄에 나비 모양의 노란빛을 띤 붉은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 피고 열매는 원기둥 모양의
협과(莢果)로 가을에 익는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한국,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부석사 무량수전 오른쪽 좁은 길을 한참 더 올라가면 조사당(祖師堂, 국보 제19호이 있고 조
사당 추녀 밑에 노거수인 골담초가 한 그루 있다. 선비화(禪扉花)라고 한다. 선비(禪扉)는
선문(禪門)을 뜻한다. 안정구(安廷球, 1803~1863)의 『재향지(梓鄕誌)』에 따르면,
무량수전에서 북쪽으로 1백 보쯤 올라가면 암자가 있는데, 조전(祖殿)이라 하고 의상조사
(義相祖師)의 상(像)을 안치하였다. 조전 처마 안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선비화(禪扉花)
라 한다. 스님이 말하기를,
“의상(義相)이 절을 떠날 때 지팡이를 꽂으며 ‘내가 떠나면 이 나무에 싹이 나올 것이다. 이
나무의 영고(榮枯)를 보아 내 생사(生死)를 징험하라’ 하였는데, 과연 그 말대로 싹이 나왔
다. 지팡이가 산 나무로서 비를 맞지 앉고도 꽃과 잎이 피고 지면서 지금까지 1천여 년을 살
고 있다.”
퇴계(退溪) 이 선생의 시에,
옥인 양 높이 솟아 절 문에 기대어 섰는데 擢玉森森倚寺門
스님은 의상대사 지팡이가 변한 것이라고 하네 僧言卓錫化靈根
지팡이 머리에 응당 조계수(曹溪水) 있어 杖頭自有漕溪水
천지간 우로(雨露) 은택 빌리지 않으리라 不借乾坤雨露恩
하였다.
그러나 나무 높이 170cm, 뿌리부분 굵기 5cm로 수령이 최소 500년에 이른다고 한다.
<조선식물향명집, 1937>에는 골담초와 좀골담초 2종이 올라가 있다. 지금과 다른 것은 골
담초의 학명이 현재는 카라가나 시니카(Caragana sinica)를 쓰는데 카라가나 캄라구(Caraga
na chamlagu)를 쓰고 있다. 지금 이 학명은 이명 꽃 이름으로 쓰고 있다. 속명 카라가나(Car
agana)는 골담초를 의미하는 몽골어에서 유래하며, 종소명 캄라구(chamlagu)는 처음 발견
된 몽골의 지방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영명은 Chinese peashrub이다.
최초 명명자 ‘Buc'hoz’는 프랑스 식물학자인 Pierre-Joseph Buc'hoz(1731~1807)이고,
명명자 ‘Rehder’는 독일 식물학자 Alfred Rehder(1863~1949)이다.
5. 이스라지(Prunus japonica var. nakaii (H.Lév.) Rehder)
장미과의 관목. 높이는 2미터 정도이며 봄에 잎보다 먼저 흰색이나 연분홍색의 작은 다섯 잎
꽃이 가지마다 핀다. 전국의 산과 들에 자라며 약초로 심거나 정원수로 재배한다.
학명의 최초 명명자DLS ‘H.Lév.’는 프랑스 식물학자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 (1864
~1918)이다.
6. 이스라지(Prunus japonica var. nakaii (H.Lév.) Rehder)
7. 장딸기(Rubus hirsutus Thunb.)
장미과 낙엽 소관목이다. 한국의 제주ㆍ완도ㆍ거제도, 일본에 분포한다.
학명의 명명자 ‘Thunb.’는 스웨덴 식물학자인 Carl Peter Thunberg(1743~1828)이다.
8. 흰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f. albipetala H.D.Chang)
차나무과 상록활엽 소교목이다.
명명자인 H.D.Chang는 중국의 식물학자이며 보이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장굉달(張宏達,
Hung Ta Chang, 1914~2016)이다. H.D.Chang은 H.T.Chang의 오기다.
9. 돌단풍(Mukdenia rossii (Oliv.) Koidz.)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영명은 Maple-leaf mukdenia이다.
돌단풍이라는 이름은 바위틈에서 자라는데다 잎 모양이 단풍잎을 닮았기 때문이다.
학명의 Oliv.는 영국 식물학자인 Daniel Oliver(1830~1916)이고, Koidz.은 일본의 식물학자
인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 Koizumi Gen'ichi, 1883~1953)이다.
고이즈미 겐이치와 관련하여 문화일보의 2007.4.10.자 기사의 한 대목이다.
“1933년 일본의 저명한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는 ‘일본 사쿠라의 한국 기원
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오늘날 권위있는 벚꽃 전문학자인 다카기 기요코(高木き
よこ) 교수는 “한국에는 사쿠라가 매우 많다. 요시노 사쿠라의 원산지는 제주도”(‘櫻’ 중앙공
론사, 1992)라고 못 박았다. 일본 고대사에는 벚나무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우리
‘삼국유사’에는 승려 충담의 ‘앵통(櫻筒)’ 기록(765년)이 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벚나무
기록이다.”
10. 제비꽃(Viola mandshurica)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제비꽃은 우리나라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종류가 61종에 이른다.
이를 일일이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11. 백장수매
12. 긴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a var. longicarpa (Uyeki) T.B.Lee)
보리수나무과의 낙엽활엽 관목이다. 열매는 식용하며 잼이나 파이 원료로도 이용되고, 꽃은
밀원(蜜源)식물로 훌륭하다. 관상수나 생울타리로도 적합하다.
명명자 Uyeki는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植木秀幹 (Uyeki, Homiki, 1882
~1976)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수원농림전문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조선의
구황식물』을 펴내고, 금강송과 반송 등의 학명을 등록하는 등 우리나라의 식물연구에 지대
한 공헌을 하였다.
명명자 T.B.Lee은 우리나라 식물학자인 이창복(李昌福, 1919~2003)이다. 그는 자신의 호
를 ‘나무의 벗’이다는 뜻으로 ‘수우(樹友)’라고 지었다. 우리 오지산행과 친근한 캐이 님은 그
의 수제자이다. 한국경제신문의 2003.7.21.자 그의 부음이다.
“식물분류학의 대가인 수우(樹友) 이창복(李昌福) 서울대 농대 명예교수가 20일 오후 10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평남 맹산 출생인 이 명예교수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
대에서 수목학을 수료하고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양공립농업학교 교사를 거쳐
수원농업전문대, 서울대 농대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관악수목원장,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 제5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1982년 은관문화
훈장, 84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식물분류학, 수목학, 한국식물도감 등의 저서가 있다.
특히 지난 80년 출간된 대한식물도감은 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처럼 사용되
고 있다.
13. 동백나무 꽃
14. 신비디움
15. 회화나무(Styphnolobium japonicum (L.) Schott)
콩과의 낙엽 활엽 교목, 중국이 원산지로 산이나 들, 촌락 부근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학명의 L.은 스웨덴 식물학자인 Carl von Linné(1707~1778)이다. 그가 식물의 분류를 정리
하고, '인위(人爲) 분류 체계(린네의 체계)'를 완성하여, 과학적 2명법(二名法 : 생물을 속명
(屬名)과 종명(種名)의 2어로 표시하는)을 확립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학명은 그에 의해
시작되었다.
학명의 ‘Schott’은 오스트리아 식물학자인 Heinrich Wilhelm Schott(1794~186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