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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산행 – 운길산,갑산,예봉산,예빈산,예봉산
1. 운길산에서 조망, 가운데는 율리봉, 오른쪽은 예봉산, 왼쪽은 예빈산 직녀봉
또 한 골 찾어드니
더욱이 안옥하다
조고만 들 건너
에두른 뫼와 뫼히
나붓이 그 등을 숙이고
강이 또한 보인다
――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道峯」 4연 중 제3연
▶ 산행일시 : 2023년 12월 10일(일) 맑음, 추운 날
▶ 산행인원 : 14명(토요일,킬문,캐이,동그라미,진원(바람부리),칼바위,곰발톱,문필봉,광인,산진이,더산,히든피크,
수영,반장)
▶ 산행코스 : 운길산역,수종사,절상봉,운길산,501m봉,임도,새재,갑산,새재,적갑산,철문봉,예봉산,벚나무쉼터,
율리봉,율리고개,예빈산,율리고개,벚나무쉼터,예봉산,팔당
▶ 산행거리 : 도상 19.95km
▶ 산행시간 : 10시간 35분(06 : 55 ~ 17 : 30)
▶ 갈 때 : 승용차로 운길산역으로 감
▶ 올 때 : 팔당역에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5 – 운길산역, 산행시작
07 : 45 – 수종사(水鍾寺), 휴식( ~ 08 : 00)
08 : 18 – 절상봉(513m)
08 : 40 – 운길산(雲吉山, 607m), 휴식( ~ 08 : 55)
09 : 40 – 501m봉
10 : 10 - 임도
10 : 24 – 새재
10 : 50 – 갑산(甲山, 549.3m), 점심( ~ 11 : 30)
11 : 50 – 새재
12 : 33 – 적갑산(赤甲山, 560m)
12 : 47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12 : 56 – 철문봉(喆文峰, 636m)
13 : 17 – 예봉산(禮峰山, 683m), 휴식( ~ 13 : 38)
13 : 51 – 안부, 벚나무 쉼터, ┣자 갈림길, 율리봉 0.2km
13 : 55 – 율리봉(585m)
14 : 09 – 율리고개, ╋자 갈림길, 예빈산 0.7km, 예봉산 1.66km
14 : 28 – 예빈산 직녀봉(590m)
14 : 43 – 율리고개
15 : 02 – 벚나무 쉼터
15 : 25 – 예봉산, 휴식( ~ 16 : 15)
16 : 34 - 전망대
17 : 30 – 팔당, 북촌골, 산행종료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양수 1/25,000)
산행 그래프
▶ 운길산(雲吉山, 607m)
우리 집에서 7, 8분 거리인 5호선 명일역에서 05시 34분발 첫 전철을 타고 군자역과 상봉역에서 환승하면 운길산역
에 06시 58분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 송년산행 진행대장인 칼총장님은 09시 15분까지 운길산역에 모일 것을 당부
하였다. 나로서는 일출의 명소인 수종사와 이른 아침 조망의 명소인 운길산을 그렇게 늦은 시간에 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 개인 출발한다. 우리 집에서 승용차로 가면 운길산역까지 30분 남짓 걸린다. 아내 더러 승용차를 몰게 하여
운길산역을 간다. 물론 아내에게는 일행들이 07시까지 운길산역 모이기로 했다 한다.
운길산역 6시 50분. 어둑하고 썰렁하다. 운길산 가는 길을 잠시 헤맨다. 역사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굴다리 지나
고 철조망 울타리 왼쪽으로 가야 했다. 농로다. 이제야 이정표가 안내한다. 그래도 미로다. 마을 고샅길을 길게 돌아
문배나무골 입구를 찾았다. 오른쪽에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막이 보인다. 냉큼 오른다. 데크계단이 끝나고 능선 붙들
어 숲속 길 한 피치 길게 오르면 정자가 나온다. 정자 또한 키 큰 나무숲속이라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 평탄한 오솔길을 100여 미터 가면 중리에서 수종사를 오가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가 되게 가파
르다. 임도는 수종사까지 구불구불 사면을 돌아 오르고, 소로는 그게 싫어 능선 혹은 산비탈을 곧장 치고 오른다.
나는 다소곳이 임도 따른다. 수종사 가는 승용차가 온다. 태워달라고 사정해볼까 망설이다 여태 걸어온 길을 버리기
아쉬워 어서 가시라 갓길로 비킨다. 엊그제 이곳에도 많은 비가 내려 곳곳이 빙판이다. 조심조심 살펴 걷는다.
동녘은 길게 붉은 띠를 둘렀다. 곧 해가 뜰 기세다. 그렇다고 딱히 조망 트이는 데를 골라 가는 걸음 멈추고 그때까
지 지켜볼 여유는 없다. 너무 추워서다. 발걸음을 서두른다. 해는 수렴(樹簾)에 가린 채 뜬다. 07시 39분. 추읍산
오른쪽 너머가 부상(扶桑)이다. 이내 주위가 밝아오고 삼라만상 경물들은 생기를 띤다. 임도 가파른 오르막은 너른
공터 나오고 ‘雲吉山水鍾寺’ 일주문에서 수그러든다. 등로는 불이문(不二門) 지나고 사면 도는 돌계단 오르막이다.
산모롱이에 수종사와 그 위 절상봉을 들르지 않고 곧장 운길산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나는 거들떠보지 않고 수종사
로 간다. 해탈문(解脫門) 문지방 들어서면 절집이다. 산령각 마당이 특히 경점이라 바로 돌계단 올라 거기로 간다.
일출을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과 구경나온 사람들이 여럿이다. 일출은 파장이다. 유장한 한강 건너 일망무제로 펼쳐
지는 산 첩첩을 감상한다. 그리고 절집 주련을 들여다본다. 그 중 선불장(禪佛場) 주련이 비교적 불가 냄새가 옅다.
寺下淸江江上烟
峰巒如畵揷蒼天
有力雷公藏不得
百花香動鷓鴣啼
절 아래 맑은 강에는 물안개 자옥하고
그림 같은 산봉우리는 하늘 높이 솟았네
거센 천둥도 기세를 감추지는 못하니
꽃들이 향기 풍기고 자고새 지저귀네
수령 500년 노거수인 은행나무 사이로 멀리 용문산 연릉을 바라보는 경치도 아름답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다. 신발과 배낭 끈 조이고 절상봉을 향한다. 가파른 눈길이다. 이아침 눈 덮인 낙엽을 헤
친 선답의 발자국이 보인다. 0.35km. 긴 한 피치 오르면 절상봉이다. 아담한 정상 표지석이 반긴다. 절 위에 있는 산
이라 하여 ‘절상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절상봉 북쪽으로 여태와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고래산 너머로 천마산
과 서리산, 주금산이 준험한 설산이다.
바윗길 살금살금 내리고 ┫자 갈림길 안부 지나 암릉 사면을 오른다. 대기가 차디차다. 콧김 입김도 어는 느낌이다.
발밑에서 언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린다. 양쪽 호주머니에 각각 핫팩을 넣었다. 그걸 만지작거리며 오
르자니 몇 번이나 엎어질 듯 위태한 걸음이다. ┫자 갈림길인 530m봉 오르고 살짝 내렸다가 너른 공터 지나 가파르
고 길게 오르면 너른 데크 전망대의 운길산 정상이다. 여기는 언제나 눈부신 경점이다. 배낭 벗어놓고 손과 눈이
시리도록 카메라 들고 사방을 둘러본다.
3. 여명, 가운데는 백병산
4. 일출 직후, 멀리 왼쪽은 양자산
5. 일출 직후, 용문산
6. 앞은 고래산, 그 뒤는 천마산, 그 오른쪽 뒤는 운악산
7. 서리산과 축령산, 앞은 송라산
8. 멀리 가운데는 추읍산
9. 용문산, 오른쪽은 백운봉, 그 앞은 청계산
10. 멀리 왼쪽은 경기의 한강 이남 최고봉인 양자산, 가운데는 정암산
11. 가운데 오른쪽은 무갑산
12. 멀리 왼쪽부터 명지산, 화악산, 응봉, 그 앞 능선은 귀목봉과 연인산
13. 천마산
▶ 갑산(甲山, 549.3m)
능선에는 차디찬 바람이 분다. 칼바람이다. 칼바람인 것을 새삼 절실하게 느낀다. 칼바람의 사전 뜻은 ‘몹시 매섭고
독한 바람’이라고 하는데 이것으로는 태부족이다. 살갗을 벗겨내는 듯 혹은 살점을 도려내는 듯 아리게 하는 칼바람
이다. 맨 살을 드러낸 얼굴에서 그걸 따끔따끔하게 느낀다. 거친 숨을 들여 마시기도 조심스럽다. 함부로 들여 마셨
다가 목에 캑캑 걸린다. 운길산 서릉을 향해 데크계단 내리고 절벽의 바위지대에서 더욱 그러하다.
운길산 정상에서는 일부 나뭇가지에 가려 감질나던 경치를 여기서는 아무런 거칠 게 없이 볼 수 있으니 서성이며 칼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다. 손과 발은 감각이 무뎌진다. 그리 길지 않지만 암벽 내릴 때는 더욱 고역인 것이 털장갑을
끼었으나 금방 소용이 없도록 손이 땡땡 곱는다. 삐쭉삐쭉 날선 바윗길은 더듬더듬 내린다. 날이 따뜻할 때는 아무
렇지도 않던 길이 칼바람 부는 오늘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험로로 변했다.
안부에 내리니 한결 낫다. 이다음 오를 501m봉이 고도를 100m 가까이 높여야 하는 첨봉이다. 긴다. 땅에 코 박은
내 거친 숨에 눈 덮인 낙엽이 들썩인다. 그렇게 501m봉을 넘고는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오붓한 눈길이다.
“왠지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진다. 깊은 산길을 혼자 걸으니까, 그런가 했더니 바람소리인 것이다. 솔가지 스치는 바
람소리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찢어 놓고 지난다. 작년에 메마른 잎이 아직도 가지에 달려 있으면 그것을 따각따각
울린다. 물은 봄의 소리를 내는데 바람은 겨울의 소리만을 낸다.
(…) 산은 시종 바람소리 속에 솟아 있고 사색하고 대화한다. 그 육중한 무게로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산새들이
별빛같이 반짝이는 소리를 공간에 수놓지 않았다면 깊은 산속에 바람소리는 더욱 외로웠을 것이다.”
수필가인 진웅기(陳雄基, 1931~2005)의 「산의 소리」 한 대목이다. 그런데 이 길은 산새들도 우짖지 않는다. 산새
우짖는 소리를 발밑에서 언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대신한다. 480m봉과 454m봉에는 직등하는 길보다 오른쪽으로
사면 돌아 우회하는 길이 40m 이상 더 가깝다고 안내한다. 직등한다 해도 그 정상에서의 조망은 키 큰 나무숲에
가렸을 것이므로 서슴지 않고 우회한다. 그리고 임도가 지나는 ╋자 갈림길 안부다. 쉼터이기도 하다.
이정표에 직진하는 산길 소로는 예봉산 3.5km, 오른쪽 임도는 새재 0.85km이다. 갑산을 오르려면 새재로 가야 한
다. 갑산 또한 뛰어난 경점이다. 오늘 아침 나 혼자 일찍 산행을 시작한 것은 갑산에서 용문산과 운길산 연봉을 바라
보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임도를 간다. 눈 온 후로 여러 사람들이 오갔다. 산모롱이 약수터에는 물이 파이프
타고 굵게 흘러내린다. 새재(345m). 새재는 새도 날아 넘지 못하는 고개라는 의미의 ‘조령(鳥嶺)’이 아니다. 조령인
새재는 없고, 새재는 ‘사이재’, 즉 ‘샛고개’라는 뜻이다. 여기는 ‘재’가 곧 ‘고개’인데도 ‘새재고개’라고 쓰고 있다.
새재는 오거리로 도심역이 가까운 천마지맥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이정표에 갑산 1.0km이다. 고도 200m를 높여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낙엽 수북한 사면을 핸드레일 붙잡고 0.2km 오르면 칼바람이 이는 능선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어도 시퍼렇게 날이 섰다. 헬기장 풍향기는 북서풍이 제법 강함을 알려주고 있다. 갑산 0.07km 남겨둔
너른 공터의 왼쪽 절벽이 전망대다. 백봉산, 그 너머 된봉, 관음봉, 천마산, 그 너머 서리산, 축령산, 그 너머 운악산
등이 보인다.
갑산 정상은 정상 표지석 뒤로 철조망 두른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있다. 갑산 조망처는 갑산 정상을 넘어서 30m쯤
내려가면 오른쪽 비탈진 사면에 위태롭게 걸린 절벽의 양지바른 암반이 그것이다. 골 건너로 방금 지나온 운길산
서릉, 멀리 용문산, 백운봉, 추읍산, 백병산, 양자산, 관산, 무갑산, 태화산 등이 대폭 병풍으로 보인다. 배낭 벗어놓
고 휴식할 겸 점심밥 먹는다. 이 가경도 한 반찬이라 점심이 걸다.
엄청 추운 날이다. 탁주가 얼어 씹어 먹는다. 방울토마토는 사탕으로 변했다. 와작 깨물어 먹다가는 이빨이 나가겠
다. 감귤은 돌덩이다.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다. 일행들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칼총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친 숨
소리가 들린다. 아직 운길산 정상을 오르기 전이라고 한다. 송년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산상오찬은 뭇 등산객들의 발
길이 뜸한 공터에서 비닐쉘터 치고 그 안에서 할 것이다. 그 즐거울 광경이 부럽도록 눈에 선하다.
14. 왼쪽 멀리는 백운봉, 가운데 오른쪽은 추읍산
15. 천마산
16. 가운데는 예봉산, 그 왼쪽은 율리봉
17. 멀리 왼쪽은 용마산, 앞은 예빈산 직녀봉, 그 뒤는 검단산
18. 왼쪽 멀리는 무갑산, 가운데는 태화산
19. 앞 왼쪽은 백봉산, 오른쪽은 천마산
20. 왼쪽부터 천마산, 운악산, 서리산, 축령산
21. 앞 오른쪽은 절상봉, 멀리 가운데 왼쪽은 추읍산, 그 앞 왼쪽은 청계산
22. 운길산
23. 멀리 왼쪽은 백운봉, 멀리 가운데는 추읍산
24. 용문산
▶ 예봉산(禮峰山, 683m), 예빈산 직녀봉(590m)
나로서는 느긋한 걸음이다. 오른쪽 가까운 능선의 내동산과 조조봉을 곁눈질하며 새재로 내린다. 적갑산 1.9km.
통통 계단 오르고 완만한 능선이다. 460m봉 넘고 왼쪽으로 운길산 서릉을 오가는 ┫자 갈림길을 연속해서 지난다.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한갓진 눈길이다. 적갑산이 반대편 운길산 쪽에서 내려올 때는 산 같지도 않았는데, 새재에
서 오를 때는 숨이 차는 준봉이다. 암봉이다. 등로 살짝 벗어난 그 정상에 들러 서울을 내려다보고는 숨이 막힐 듯
답답한 홍진이라 얼른 고개 돌려버린다.
오르막은 이어진다. 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아니 보아도 될 것을 보아버렸다. 철문봉과 운길산 정상에 눈꽃이 눈부시
게 피었다. 어서 오시라 유혹한다. 하마 저 눈꽃이 스러질세라 줄달음을 놓는다. 칼바람이 자다가 내 내닫는 걸음에
다시 일어난다. 마주치는 등산객들에게 저 눈꽃 소식을 물었다. 한결같이 빙화가 황홀지경이라고 한다. 573m봉을
대깍 넘고 달음질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지나고부터 일목일초 빙화의 경염이 시작된다. 빙화가 순광에는 보
잘 것 없지만 역광에는 찬란하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수정들이 햇빛을 반사하여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이라니 장관이고 대관, 특관이다.
바람이 불면 그들 부딪치는 소리가 영롱할 터이지만 이때는 바람도 숨 죽였다. 목민심도 철문봉을 넘고 한 피치 길
게 오른다. 빙화의 터널에 들어선다. 걸음걸음 고개가 뻐근하도록 올려다본다. 그리고서 예봉산이다.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이는 경점이다. 아득히 보이는 화악산과 응봉산, 명지산, 연인산이 설산이다.
이미 예봉산에 오른 등산객이 여럿이다. 빙화가 흐드러지게 핀 참빗살나무 아래 눈밭에서 동고비와 노는 등산객도
있다. 눈밭에 과자부스러기를 뿌려주면 동고비 한 마리가 먼저 날아와 재빨리 조각 하나를 물고 가더니 금방 동료들
을 데리고 온다. 동고비로서는 이러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동작이 매우 익숙하다. 참새 크기인 동고비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텃새라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전화를 걸었으나 불통이다. 백난지중대인난(百難之中待人難)이라고 했다. 수많
은 일 중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마냥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 동고비와 노는
일도 시들해졌다. 율리봉과 예빈산 직녀봉을 다녀와도 될 듯하다. 율리봉 0.7km. 직녀봉 2.2km. 길이 잘 났다.
눈길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졌다. 아이젠을 차지 않으니 걸음마다에 미끄러질 듯한 잔 스릴을 느낀다.
예봉산 정상에서 0.5km를 곧바로 내리면 벚나무 쉼터로 ┣자 갈림길 안부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오른쪽 팔당
(3.06km)으로 내렸다. 직진은 율리봉 0.2km이다. 한적한 오르막길이다. 단숨에 오른다. 율리봉 정상은 널찍한
공터이지만 조망은 키 큰 나무숲이 사방 둘러 가렸다. 곧장 직녀봉을 향한다. 긴 내리막이다. 가파른 바윗길이 나오
고, 고정밧줄 달린 바위 슬랩을 내린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도 한참을 간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인 율리고
개다.
25. 멀리 가운데는 무갑산
26. 운길산, 멀리 오른쪽 뒤는 화야산
27. 앞은 운길산 서릉. 그 뒤는 고래산과 문안산, 그 뒤는 뾰루봉과 화야산
28. 예봉산 산 주름
29. 예봉산에서 바라본 용문산
30. 멀리는 뾰루봉과 화야산
31. 용마산과 검단산(오른쪽)
32. 빙화
33. 동고비
34. 멀리 가운데는 무갑산, 앞 왼쪽은 예빈산 직녀봉과 견우봉
35. 빙화
직녀봉(0.7km)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다. 여러 사람들이 오갔다. 눈길 그들 발자국 쫓는다. 완만한 사면을 계단에
이어 핸드레일 붙잡고 길게 돌아 오르면 능선이다. 직녀봉을 넘어 오는 일단의 등산객들과 만난다. 반갑다. 바윗길
오르막이다. 서로 먼저 가시라 길 양보하느라 주춤거리다 얼굴 들어 마주보고는 웃고 만다. 예빈산 직녀봉. 널찍한
공터다. 남쪽과 서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건너편 검단산, 그 너머 차례로 객산, 금암산, 광주 검단산, 영장봉, 청계산
에 이르는 산줄기가 환상적인 그라데이션이다.
불과 0.22km 떨어진 견우봉(584m)은 가지 않기로 한다. 견우봉을 가면 그 아래 승원봉(478m)이 견딜 수 없게
유혹할 것이라 과감하게(?) 뒤돌아선다.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더 조심스럽다. 바윗길을 재며 내린다. 율리고개 지나
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곧추선 율리봉을 오르기가 벅차다.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을 것. 아무래도 왼쪽 사면을
돌아서 넘는 길이 있을 것 같다. 주의 깊게 살피며 간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색 바랜 산행표지기가 흐릿한 인
적을 안내한다.
오르내리막이 없는 산허리를 도는 길이다. 돌고 돈다. 이윽고 팔당에서 오는 주등로와 만나고 벚나무 쉼터인 안부가
0.15km이다. 율리봉 직등에 비해 크게 덕을 본 것 같지는 않다. 벚나무 쉼터 지나고 예봉산 0.5km다. 갈지자 그리
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몇 걸음 오르다 가쁜 숨 고르기를 반복한다. 일행들은 적갑산을 넘었다고 한다.
빙화는 아직 지지 않았다. 그런 빙화를 가까이서 멀리서 들여다보며 오른다.
예봉산. 동고비는 가고 없다. 아까 본 첩첩 산들 다시 둘러보며 일행들 오기를 기다린다. 또 다른 엄동의 미생지신
(尾生之信)을 각오하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이 나타난다. 더산 님이다. 혼자 먼저 왔다고 한다. 일행들 오기를 나
혼자 기다리기보다 더산 님과 함께 기다리는 이 긴 시간이 얼마나 따뜻한가! 예봉산 참빗살나무에 매달아놓은 수은
주는 영하 8도를 가리키고 있다. 40여분이 지나자 일행들이 무리지어 오른다.
한동안 적조했던 악우들이다. 멀리 대전에서 곰발톱 님과 문필봉 님도 왔다. 얼마 전에 수영 님과 함께 히말라야
마나슬루를 다녀온 곰발톱 님에게 여기는 거기에 비해 봄날이 아니더냐 했더니, 도리어 오늘 아침 운길산에서 추워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토요일 님은 여러 악우들을 챙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간노코(神の河)를 다 마시
지 않고 내 몫을 남겨왔다. 술맛보다 그 정이 더 달콤하다. 얼근한 눈으로 우리나라 모든 산들을 짚어낼 듯 사방팔방
살피고 나서 기념사진 찍고 내린다.
저간의 이런저런 얘기로 걸음걸음이 알뜰하다. 데크계단 길게 내리고 전망대다. 해거름 서울의 전경이 아름답다.
아차산, 용마산, 대모산, 남산, 계양산, 안산, 인왕산, 백악산 등등 뭇 산들이 납작한 것은 자려고 누워서일 것. 어둑
해지는 산길이다. 잘난 등로 따라 내린다. 큰골 마을에 내려서고 대로를 간다. 서쪽 산릉 위로 초생달이 떴다. 영락
없는 이하석 시인의 ‘달’이다.
고드름이 새로 언다.
초저녁 처마 끝 벼리는 초생(初生)의 칼
36. 멀리 오른쪽은 관악산
37. 왼쪽은 무갑산
38. 빙화
39. 멀리 오른쪽은 관악산, 그 뒤 멀리 왼쪽은 백운산과 광교산
40. 왼쪽은 수락산, 그 뒤 오른쪽은 불곡산
41. 천마산
42. 앞은 아차산과 용마산, 그 뒤 왼쪽은 남산, 그 뒤 오른쪽은 계양산
43. 예봉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광인, 킬문, 동그라미, 더산(앞), 칼바위(뒤), 곰발톱, 문필봉(앞), 반장(뒤),
히든피크, 캐이, 수영, 토요일
44. 멀리 오른쪽은 청계산
45. 멀리 가운데는 관악산
46. 팔당 북촌골에서 반장 님 계산의 저녁, 송년산행의 하이라이트의 하나다.
첫댓글 저도 봄철이면 들꽃 찾아다니던 예봉산에서 송년산행을 하셨군요. 익숙한 산이라서 산행기 읽기가 훨 부드럽네요. 언제부턴가 일행들과 정상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걷던 일도 기억납니다. 제 걸음이 느려 항상 먼저 출발해야 했던 추억이... 악수님과는 다른 이유였지만 어딘가 상통하는 마음입니다.ㅎㅎ
요새도 봄에 풀꽃 사진 찍으러 많은 사람들이 예봉산 특히 세정사 근처를 찾더라고요. ^^
역시 오늘이 제일 젊은 날 입니다...사진은 올해도 악수님 짱!!!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검단산까지 가기도 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