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소녀

[유무이]

"비엔남!, 퀑뤄이!!"
"비엔남!, 꼬레~ 꼬레!!!"

대체 무슨 말인지 그리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십여년전 만추지절에 열렸던 이른 바 북한 미녀 응원단의 신드롬이 일던 부산아시안 게임때의 일이다

창원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자축구 중국과 베트남과의 예선전이였다
보기에도 왜소한 베트남 여자 선수들과
세계최강 중국 선수들과는 경기 내외적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국으로 관광 온 중국응원단규모와 

산업 연수생이 전부인 베트남응원단 등의
단순비교에서도, 몸싸움에서도, 경기 응집력에서도,
그리고 개인기까지 베트남의 나이 어린 소녀들은 중국의 철녀들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전반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뒤
점차 자신감을 잃어갈 때 본부석 맞은편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구호가 있었다

"비엔남!, 퀑뤄이!!"~~
"비엔남!, 꼬레~ 꼬레!!!"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과 선수들의 시선은 당연히 그곳으로 쏠렸고
붉은 바탕에 별하나인 베트남기를 흔들며 모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산업연수생들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순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200여명의 베트남 서포터스들이 북과 꽹과리장단에 맞추어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자리에는 나 자신을 포함한 봉사활동 동료들도 함께 외치고 있었다
잠시의 긴장감이 감도는가 싶더니
경기는 의외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베트남 선수들의 공격빈도가 많아졌고 볼 점유율 또한 높아지고 있었다

열사의 나라...
동족상잔의 비극이 이념의 차이에 따른 외세의 간섭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우리와 너무도 흡사하고
10여년이 넘는 전쟁동안 200여만명의 사망자를 낸 기억하기도 싫은 붉은 역사를 가진 나라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관광단지로 가꾸어 관광객을 끌여 들여 외화 획득에 힘쓰고
과거를 청산하고 한국과 일본등 산업선진국의 기술과 과학 선진화를 위해
산업연수생파견이나 기술제휴등 발빠르게 세계화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삑!!"~~

이윽고 전반전이 끝나고
베트남 응원석에서는 때아닌 잔치 분위기가 솟았다
우리 단체 아주머니들이 싸온 김밥에다 보온밥통에 국밥 그리고 과일들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산업연수생들 중에는 여성들도 꽤나 있었다
나이는 17~20세 정도로 보였지만 그녀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고 맑았다

한국엄마들 특유의 친절과 자상함에 잠시 모국의 가족들이 생각나는 듯
그녀들은 고운 눈물을 보였지만 이내 후반전 호각 소리와 함께
우리들과 같이 응원에 열을 올린다

경기 결과는 4;0완패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새로운 희망을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찾을 수 있었고
과거 약소국이었던 한국이 아시아의 용으로 우뚝 선 그런 기개와 용기를 배웠으리라

아시안 경기가 끝난 뒤 차츰 그때의 열기가 잊혀져 갈 무렵
작은 소포하나가 배달되어 왔다
그런데 국제 우편물이다

나의 친인척 그리고 지인들 중 외국에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누굴까?'
'무엇일까?'

단단하게 포장된 겉포장지를 뜯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집 주소가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원시~....까지는 맞았다
그 다음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베트남 서포터즈 꽹과리 친 사람~.....

집배원이 시청으로 연락해서 알아낸 것이란다
속에는 손으로 뜬 털장갑이 10켤레나 나왔다

'한국에 계신 아저씨
전에 응원 같이 할 때 신났어요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제게 조국의 귀함을 깨우쳐 주셨기에 더욱 기억나요
기한이 당겨져 돌아오게 되었어요
겨울에 끼려고 준비 한 건데 여기서는 필요 없으니 아저씨께 보냅니다.
건강하세요 언제나 행복하시고요...깜언!'

*위에 응원구호중

꿩뤄이는~베트남 파이팅해란 뜻이구...밑에 인사말중 깜언은 "감사합니다"란 뜻이랍니다

[장안]

그갰군요....ㅎ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 기억해주길 빕니다.....ㅎ

[용오름]

있는 그대로가 즐거운 행사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머물러 봅니다 ^^*^^ 므흣

[사명]

비엣남들과 즐거운 추억을 가지셨네요.~~~~~

저는 오래전 베트남 전쟁박물관에 가서 한국군이 잔인하게 학살한 민간인 사진을 보고 가슴 아팠어요. 같이 관람하던 베트남사람들을 보면서 별볼일없는 한국의 작은 아줌마가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답니다.

그런데 아마 십여년전부터는 박물관에서 그 사진을 볼수가 없었어요.
우리정부에서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거액을 주었다고 뉴스에서 봤어요.